“악보를 보면 음표가 있고, 쉼표가 있잖아요. 음표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것보다, 쉼표에서 잘 쉬는 것이 더 어렵더라고요. 그동안 우리나라가 경제 성장을 위해 외형을 키우는 데 집중해왔잖아요. 우리 경제도 이제는 쉼표에서 ‘쉬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복지 제도나 문화의 진화로 모두가 어우러져 인간답게 살 만한 ‘쉼표’의 세상에 다가가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그는 오랫동안 성가대 활동을 해오면서 노래와 악기를 다루는 데 도가 텄다. 주변에서는 음악 관련 직업을 하려나 했지만, 업으로는 숫자에 능한 회계사가 됐다. 또 반전이다. 지금은 국회의원 자리에 앉아 정무위원회 소속으로 경제의 핵심정책 방향을 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야기다. 박 의원 의원실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악보였다. 노래 부르기를 즐겨 판소리에 악기까지 섭렵했다는 그는 우리 경제를 악보의 음표와 쉼표에 비유하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달 31일자로 문재인 정부의 첫 국정감사가 막을 내렸다. 약 3주 동안 쉴 새 없이 달려온 박 의원을 만나, 이번 국감에서 ‘음표’는 어땠는지, 그리고 향후 어떤 ‘쉼표’를 준비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국감에서 지적된 공정위 외부인 출입접촉 근절 대안이 나왔다. 어떻게 보나

"많은 공정위 출신 관료들이 로펌과 대기업에 재취업한 게 현실이다. 잦은 방문으로 인한 유착 가능성이 우려됐다는 점에서 공정위의 외부인 출입접촉 근절대안에 환영한다. 정부 기관 중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개혁이고 방법도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청탁이라는 것이 공정위 외부에서 은밀히 진행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또 청와대 등 권력기관의 외압개입 여지를 차단할 대책은 빠진 점도 아쉽다. 공정위가 독립성과 공정성을 갖고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직무 연관성이 강한 로펌, 대기업 등의 재취업 심사를 보다 엄격히 하고, 외부 사정기관으로부터 감시를 받는 등 실효성 있는 외압방지 대책이 추가로 나와야 한다."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관련, 기업 활동 위축 우려도 있는데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으로 인해 가장 피해를 입는 것이 ‘을’의 입장에 있는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다. 중소기업 등은 대기업으로부터 불법행위를 당하더라도 공정위의 조치가 있기 전까지는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처지다. 위법행위가 분명한데도 이를 중지시키지 못하는 것이 전속고발권의 가장 큰 폐해다. 또, 공정위가 불공정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등 솜방망이 형식의 제재할 경우 형사처벌을 면제해 주는 효과까지 생긴다."

"전속고발권은 폐지하는 게 맞고, 그 과정 속에서 ‘사인의 금지청구(불공정행위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경우 피해기업이 법원에 불공정행위를 중지시켜 주도록 청구하는 제도)’와 같은 보완도 필요하다. ‘을의 보호’에 따른 ‘기업 옥죄기’ 우려 의견도 있는데, 하도급 갑질 등 불법을 저지른 기업에 대해 제재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약화시키자는 의견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실효성에 대해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다

"현재 대형 유통업체가 영세 상인들의 생존권을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의 전략, 소비자들의 편의성 고려, 그 사이에 영세 상인들이 있다. 이에 국가가 건강한 생태계를 조정해 스스로 먹고 살 수 있게 해주고, 그 안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러질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

"인천의 사례를 예로 들면, 부천에 대형마트가 들어오는 것에 대한 반대가 있었는데 이미 상인들을 중심으로 전통시장이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절충안으로 새롭게 개발된 청라나 송도 등의 지역에 대형 유통업체가 들어오는 것은 반대하지 않는다. 이렇게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그 과정이 길 수 있으나, 사회적 합의를 이룰 때까지 인내하는 게 필요하다."

-저출산·고령화 문제,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어떤 게 필요할까

"미래를 위한 투자다. 나를 지지하는 신부님께서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대기업만 밀어주는 사회적 분위기를 바꿔야 하는 데 그 과제를 해결해 달라고 말씀하셨다. 나 역시 동의하는 바이기 때문에 정무위원회에서 일하길 희망했고, 국회에서 저출산고령화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토론을 벌이는데도 참여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유럽 선진국에서는 저출산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주한 대사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벌인 적도 있다."

"스웨덴의 경우 부부 육아 휴직이 의무화되어 있어, 경우에 따라 아빠가 육아휴직을 더 오래 쓰는 경우도 많다고 하더라. 이처럼 여성이 아이들을 출산하고 잘 키우는데 남자와 최대한 평등한 조건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여성들이 아이를 낳는 주체 아닌가. 이 부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양성평등’이다. 아이를 낳고 가정을 돌보는 것이 여자인데, 그 과정에서 경력단절 등 여성의 사회적 진출에 제약이 있다. 이에 대해 남성과 동등한 입장이 되어야 한다. 사실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단 기간에 달성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길게 봐야 한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 문재인 정부 첫 국감, 만족하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감사이자, 문재인 정부가 앞으로 어떤 국정철학을 가지고 어떻게 국정과제를 실현해 가야 할지에 대한 정책감사의 장이기도 했다. 진실규명과 미래를 위한 정책제언이 잘 섞여서 국감이 진행된 것에 대해서는 매우 만족한다."

"다만,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은 기관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진행하다 보니 준비는 했지만 다루지 못한 이슈가 있었고, 한정된 질의 시간으로 인해 심도 깊은 정책국감이 진행되기 어려웠던 점이 아쉽다. 향후 상시국감체계 정립, 이슈별 소위원회 활동 강화 등을 차근차근 실현해 가야 할 것이다."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 어떤 정치를 기대할 수 있을까

"정치인들의 판단보다 국민들의 의견이 중요한 시대다. 1년 전 촛불집회에 참여하면서 국민들의 이런 요구가 정말 받아들여져 ‘현실화 될까’라는 의문이 있었다. 결국 국민들의 목소리가 힘이 되어 결과를 내지 않았나. 중요한 것은 국민에게 권력이 있고, 국민들의 소통 능력에 따라 나라가 움직인다는 걸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정치는 다만 효율적인 수단일 뿐이다."

"권력자에 의해 정보를 독점할 수 있는 사회는 지났다. 국민의 방향성이 시대를 반영할 것으로 보고, 이를 이해하고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의원들의 역할이다. 사실 이 역시 의원 혼자 할 수 없다. 끊임없는 대화로 사회적 협의를 이뤄야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길이라고 본다."

- 향후 계획과 목표는 

"1년 전 촛불집회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치인의 어떤 결정보다도 국민들의 집단 지성의 결과가 더 뛰어나다. 이에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시대정신과 요구에 대해 정치권이 책임을 가지고, 적절한 응답을 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국회 정무위원회 활동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것은 ‘경제민주화의 실현’이다. 공정한 시장경제 체제를 구성하는데 정치적 역할 다 할 계획이다. 불공정 사회에서 공정사회,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따뜻한 경제공동체 만드는데 노력하겠다."

"사회구조적 변혁에 관한 고민도 깊다. 젊은이들이 아이를 낳지 않고, 고령화로 접어들고 있지만 국민들의 노후가 보장되어 있지 않다. 대기업 위주의 사회구조가 팽배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정치인으로서 역할을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