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홍렬 하임바이오 대표.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매해 전 세계에서 1000만명에 가까운 사람이 암으로 사망한다. 심혈관 질환 다음으로 많은 사람이 암에 걸려 목숨을 잃는다. 남성 3명 중 1명, 여성 4명 중 1명이 평생 한 번이라도 암에 걸리는데 인구 고령화로 암 환자 수는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수많은 국내 유수 제약바이오 기업이 암 치료제 개발에 뛰어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암은 여전히 정복하지 못한 질병으로 분류된다. 시중에 나온 암 치료제는 증상을 완화할 뿐 완치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암 치료제는 크게 1세대부터 4세대까지 나눌 수 있다. 1세대 화학항암제는 화학 물질이 암세포를 공격해 사멸시킨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정상세포까지 같이 손상을 입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2세대 표적항암제는 암세포에만 작용하지만 암세포가 이에 적응해 내성이 생기는 문제가 있다. 3세대 면역항암제는 우리 몸 속의 면역기능을 개선해 암을 치료하지만 치료에 반응을 보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효과의 격차가 너무 큰 것이 단점이다. 면역항암제로 치료받은 암 환자 중 약 20~30%만 치료제에 반응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무엇보다 면역계가 과하게 반응하면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세포까지 공격하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4세대 대사항암제다. 대사항암제는 쉽게 말해 암세포만을 굶겨 죽이는 약물이다. 암세포와 정상세포를 동시에 공격하지 않기 때문에 정상세포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난치성 재발암을 막을 수 있고 암세포의 대사를 막아 3세대 면역항암제보다 넓은 범위의 암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어 획기적이다. 이미 의료 선진국 미국에서는 MD앤더슨 암센터, 하버드 의대, 바이오 스타트업 엔리브리움(Enlibrium)이 대사항암제를 개발하고 있지만 그 어느 곳도 상용화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하임바이오(대표 김홍렬)가 미지의 대사항암제 시장에 야심차게 뛰어들었다. 하임바이오는 업계 최초로 대사항암제의 동물실험을 끝낸 회사다. 사원 수 14명의 작은 바이오 스타트업은 어떻게 항암제 시장에 들어서게 됐을까. <이코노믹리뷰>가 지난 10월 30일 김홍렬 하임바이오 대표를 만나 하임바이오가 개발하고 있는 대사항암제와 그의 철학에 대해 들어봤다.

하임바이오 대사항암제, ‘복합제’로 해외 기관보다 앞서

김 대표는 “현재까지의 암 치료제는 암의 진행을 늦출 뿐 근본적으로 암 세포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었다”면서 “하임바이오는 몇 년 안에 상용화가 가능한 세계 유일이자 최초의 암 치료제를 내놓고자 한다”고 강한 기대를 드러냈다. 그는 해외 유명 기관보다도 대사항암제 개발에 있어선 하임바이오가 약 5년 앞서 있다고 본다. 김홍렬 대표는 “MD앤더슨 암센터나 하버드 의대 등에서도 대사항암제를 개발하고 있지만 복합제를 개발하고 있는 것은 하임바이오뿐”이라고 말했다.

원천 기술을 개발한 것은 국립암센터의 김수열 박사다. 그는 폐암세포 내에 알코올 분해효소(ALDH)가 많아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암세포는 ALDH를 이용, 세포질에서 전자전달물질(NADH)을 생산해 미토콘드리아로 보내고 미토콘드리아 전자전달계에서 NADH를 이용해 에너지(ATP)를 합성하는 것을 발견했다. 따라서 ALDH 억제제와 미토콘드리아 전자전달계 억제제를 병용투여 한 결과, 정상세포가 아닌 암세포에서만 에너지 공급이 90% 가까이 차단되어 죽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위의 치료법으로 뇌척수암, 위암, 췌장암 비임상동물시험에서 강석구 교수 (연세대), 정재호 교수 (연세대), 한성식 박사 (국립암센터) 팀에서 매우 좋은 결과를 확인하고, 임상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 김홍렬 하임바이오 대표.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대사항암제 상용화, 성공하면 2020년 안에 나온다”

대사항암제의 상용화도 머지않았다. 하임바이오는 오는 2019년 상반기까지 국립암센터와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과 함께 임상 1상을 끝내고 2019년 8월경에 뇌종양, 위암, 췌장암으로 임상 2상에 들어가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실패하지 않는다면, 늦어도 2020년 이전에는 시판한다는 계획이다. 대부분의 임상시험 약재들이 독성으로 인해 1상에서 대부분 탈락하지만, 본 약재들은 이미 독성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2상까지 무난히 진입할 것으로 예상 된다.

그러나 신약 개발에 드는 기간은 보통 10년. 이 중 대부분의 기간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소요된다. 신약물질을 발견했더라도 상용화까진 한참 멀었다는 얘기다. 지난 2015년 설립된 업계 3년 차 작은 스타트업이 이토록 빠르게 암 치료제를 내놓을 수 있다고 확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임바이오는 2016년 국립암센터와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에서 폐암, 위암, 뇌종양 항암제 기술을 이전받았다. 이어 올해 국립암센터의 췌장암 치료제 개발팀이 개발한 암 대사조절 항암제 기술까지 원천기술을 독점 획득했다.

임상 시험 실시기관 확보, 세븐스톡과 투자유치 상장 진행

김홍렬 대표는 상용화 이후 제약영업도 수월할 것으로 전망했다. 뇌종양 등 치료제가 없는 희귀암의 경우 임상 1상에서 좋은 성과가 나오면 임상 2상 시작과 함께 곧바로 시판이 가능하다.

하임바이오는 최근 상장 예정기업 전문 컨설팅그룹인 ㈜세븐스톡(대표 송영봉)과 투자유치와 상장준비(IPO)를 위한 정식 계약도 체결했다. 세븐스톡은 단순히 주식 보유자와 투자 예정자의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 직접적인 투자 유망종목을 선정하며 KT와 삼성SDS, LG텔레콤, 메디포스트 등 성공적인 컨설팅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세븐스톡은 하임바이오가 원활하게 연구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투자유치 업무와 함께 상장할 때까지의 모든 업무를 집중 지원할 예정이다.

▲ 김홍렬 하임바이오 대표.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돈’이 아닌 개인의 관심, ‘오타쿠’가 세상을 바꾼다

이쯤 되니 실패하는 회사가 절반이 넘는 바이오 업계에 뛰어들게 된 김홍렬 대표의 철학이 궁금했다. 확실하지 않은 미래가 불안하거나 사업에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걱정되지 않는 걸까. 현재까지 김 대표를 이끈 것은 흥미 때문이다. 그는 한 가지 일에 돈이 아닌 오로지 흥미 때문에 집중하는 개인, 일명 ‘오타쿠’가 미래를 이끈다고 믿는다. 김 대표는 “인류를 바꾼 놀라운 발견은 모두 개인의 관심에서 시작된 것”이라면서 “앞으로 우리나라 과학이 발전하려면 자유롭게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과학자들을 둘러싼 환경은 그들이 과학에만 집중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해외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경희대 한의대에서 최초 생화학 교실을 만들 때부터 김 대표의 인생은 늘 힘든 여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한 명의 ‘오타쿠’로서 질병에 직면한 인류 문제에 희망을 찾는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약 2평 남짓한 김홍렬 대표의 집무실에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버즈 라이티어의 모형이 자리 잡고 있다. 김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대사는 <토이스토리>(Toy Story)에 등장하는 장난감 버즈 라이티어의 “무한, 그 너머를 향해서!(To infinity and beyond)”다. 그는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버즈 라이티어의 대사처럼 도전의식을 자극하는 리더가 되는 것이 목표다. 김 대표는 “그저 주위는 신경 쓰지 않고 돌격하는 리더가 있지만 가장 좋은 리더는 같이 하는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뜨거운 가슴을 가진 리더”라면서 “회사를 끌어나가는 것이 아닌 오래 갈 수 있게 만드는,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가 많은 사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개인적인 도전에만 멈추지 않고 후학 양성에도 힘쓸 예정이다. 김 대표는 “과학자이자 사업가로서 생물학 분야에 뛰어든 젊은 과학자들이 돈 걱정 안 하고 연구할 수 있도록 비영리 연구단체를 만드는 것이 인생의 목표”라고 밝혔다. 1958년 개띠, 일반적으로 은퇴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쉬지 않는 열정을 가진 김홍렬 대표의 인생 2막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