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공업화가 이루어지기 전인 1960∼70년대의 필수 혼수품목 1위는 재봉틀이었다. 재봉질을 잘해 직접 옷을 지어입는 것이 알뜰살뜰한 신부의 기본 소양이었다.


혼수가전으로 ‘3D TV’를 고르는 딸에게 ‘나 시집 올 땐 컬러TV만 가져가도 인기였는데’라며 옛 기억을 회상하는 어머니. 이렇듯 혼수품도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다. 혼수가전의 변화는 그 시대의 기술력을 알려주는 바로미터도 되지만 당시의 경제, 문화 생활상도 알려준다. 60년대 재봉틀부터 2011년 스타일러까지, 세월 따라 진화하는 혼수가전제품을 알아보았다.

며느리들의 혼수품을 보며 격세지감을 느낀다는 시어머니들이 늘고 있다. 특히 흑백TV 앞에 동네사람들이 모여 잘 보이지도 않는 TV 프로그램을 보며 좋아했던 시절을 기억하는 60대에게는 전자대리점 앞 내레이터 모델들이 체험해 보라며 건네주는 3D TV용 안경이 낯설고 불필요하게만 느껴진다. 시대가 요구하는 가전제품들은 기술이 발전하며 날로 진화하고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전제품들을 회상해보고 최근 젊은 부부들이 선호하는 가전 트렌드를 알아본다.

60∼70년대, “衣와 食에 집중된 실용적 혼수”
60~70년대는 배고픈 시대였다. 본격적인 공업화가 이루어지기 전인 60∼70년대의 필수 혼수품목 1위는 재봉틀이었다. 재봉질을 잘해 아이들 옷은 물론 식탁보 등을 만드는 것이 알뜰살뜰한 신부의 기본 소양으로 생각되던 시절이었다. 특히 싱어사에서 나온 튼튼한 미제 재봉틀은 ‘싱가 미싱’으로 불리며 고급 혼수품 대접을 받았다.

국내최초 선풍기.

이 시대는 옷을 직접 만들어 입는데 도움이 되는 한복감, 재봉틀, 아이롱 다리미 등 실용성을 중시한 혼수품이 큰 인기를 끌었다. 그 외 라디오와 보료, 석유풍로 등이 인기 혼수품목 대열에 섰다.

이 시대의 텔레비전은 70년대 후반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의 샛별 텔레비전이 대표적이었다. ‘핀트가 맞는 텔레비전, 선명한 텔레비전은 눈을 보호해 준다’는 최불암씨의 광고 멘트와 함께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 라는 금성사의 메인 카피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80년대, 컬러TV가 필수
1980년대는 컬러TV의 등장과 함께 전자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였다. 80년대에는 컬러 방송 출범에 힘입어 컬러TV가 인기 혼수품 1위로 떠올랐다.

80년대 초창기 컬러TV.

“80년대 결혼할 때는 컬러TV를 빼놓고 혼수품을 생각할 수 없었어요. 당시 가전제품이 발달해서 반자동 세탁기나 선풍기 등도 빼놓을 수 없는 혼수품이었지만 이들이 선택이었다면 컬러TV는 혼수 필수품이었습니다.” 54세 주부 김영주씨의 말이다.

컬러TV뿐만이 아니다. 1981년도 세탁통과 탈수통이 나뉘어진 금성사의 백조세탁기와 서수남 하청일 콤비가 광고하는 한일 짤순이 역시 인기였다. ‘짤짤 잘 짜서 짤순이”라고 신나게 노래하며 광고하던 짤순이는 아직도 수영장이나 헬스장 등에서도 그 모습을 보이고 있다.

90년대, “가전의 대형화·가구의 서구화”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에 진입했던 1990년대, 다량의 아파트 공급으로 좌식에서 입식으로 생활패턴이 서구화 되면서 90년대에는 침대, 식탁 등 서양식 가구와 더 편리해진 가전제품이 혼수품 항목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조사한 90년대 혼수 선호도를 보면 인기 혼수품이 25인치 이상의 대형 TV(22.7%)가 1위, 침대(17.8%) 2위, 진공청소기(12.9%) 3위, 무선전화기(10.8%) 4위, 에어컨(9.5%), 컴퓨터·식기건조기(8.5%)가 5위와 공동 6위를 각각 차지했다.

80년대 인기 높았던 한일 짤순이

가전의 대형화와 함께 여성의 사회 진출이 높아지며 이를 도와줄 진공청소기와 식기건조기 등의 선호도가 높은 것도 특징이다. 그 밖에 테스크톱PC 역시 필수 혼수품목에 들어섰다.

그러나 1997년 IMF 이후 경제가 얼어붙기 시작하며 혼수품에도 영향이 왔는데 IMF 이전 2천만~2천5백만원 정도였던 혼수비용이 IMF 직후 1천5백만원으로 낮아졌다. 90년대 초반 인기가 높았던 가스오븐레인지나 오디오는 IMF 직후 구입 후회품목 1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2000년대, “여유와 문화” LCD TV 등 평판TV
2000년대는 붙박이장의 등장과 자신들이 살 집에 맞춘 합리적인 혼수 마련 경향으로 가구와 침구류가 약세를 보이고, 가전제품에 있어서는 여유로움과 문화생활에 초점을 맞춘 대형 디지털 가전이 각광을 받게 되었다. 특히 2000년대에는 양문형 대형 냉장고와 드럼세탁기가 빠지지 않는 혼수품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배불뚝이 브라운관 TV가 평판으로 바뀌며 LCD 평판TV의 인기가 높았다.


평판 디지털TV가 대중화되면서 디자인과 부가기능이 구입 요소가 되고 있다. 인기 혼수품 선호도 역시 양문형 냉장고가 1위(29.1%), 드럼세탁기 2위(22.8%), 홈씨어터 3위(21.4%)를 차지했고 그 밖에 김치냉장고와 노트북·PDA 같은 정보통신기기, 비데, 정수기, 가습기 같은 건강혼수품도 선호도가 높았다.

2011년, 인기 혼수 가전 트렌드는?
붉은빛으로 물드는 낙엽을 바라보며 예비부부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인터넷을 통해 제품 정보나 구입 후기 등을 손쉽게 접할 수 있어 사전지식도 풍부해진 예비부부들. 그들이 혼수가전에 들이는 비용은 대략 500~700만원대로 TV,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 밥솥, 가스레인지 등은 필수로 구입하고 있다. 봄 혼수에서는 에어컨을, 가을 혼수에서는 김치냉장고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인기 가전을 중심으로 올 가을 트렌드를 알아보자.

1.LG 850리터 대용량, 최저 소비전력 양문형 냉장고 2.삼성 46인치 스마트 3D, LED TV UN46D6350 3.2001.리터 삼성 지펠 아삭 김치냉장고 뚜껑식 4.삼성, 엉킴없는 고기능 통돌이, 워블 전자동 세탁기 5.LG 17분 ‘스피드워시’ 17kg 건조겸용 트롬 드럼세탁기 6.LG ‘참숯 히터’ 적용 디오스 광파오븐 7.LG 신개념 의류관리기 ‘트롬 스타일러’


LED TV, 3D, 스마트가 빅 이슈
하이마트 세일즈마스터에 의하면 혼수가전 구입을 위해 매장을 방문한 소비자들의 80%가 LED TV를 구입한다고 한다. LED TV 제품 대부분은 3D와 스마트 기능이 있는데 전력 소모도 적고 절전 효과도 커서 인기가 높다.

주로 40~42인치와 46~47인치 제품이 인기다. TV 구입 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3D 입체영상을 편안하게 볼 수 있는지 여부다. 따라서 3D안경을 쓰고 직접 체험해본 뒤 3D 입체감은 좋은지, 3D 안경이 편한지, 화질이 좋은지, 시청 각도에 방해를 받지 않는지 등을 평가하고 구입을 결정하는 편이다.

삼성 LED TV UN46D6350은 46인치 스마트 3D TV로 가격은 150만원대 후반에서 200만원 초반까지. 화질이 좋고 소셜 앱 기능이나, 실시간 웹브라우저 검색, 실시간 검색과 소셜 미디어 동시연동 가능 및 다양한 기능이 있어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다.

양문형 냉장고-디자인, 용량, 편리성 중시
혼수 냉장고는 보통 700~750리터 내외의 인테리어 양문형 냉장고가 일반적이다. 가격은 보통120~160만원대. 야채나 육류를 신선한 상태로 오래 보관해주는 기능도 선호한다. 850리터급의 200만원이 넘는 고가제품도 혼수가전으로 인기가 높은데 한 번 사면 10년간 사용할 제품이기 때문에 가장 좋은 제품을 구입한다는 소비자들도 많다.

850리터 대용량에 소비전력은 최저인 LG전자의 디오스 양문형 냉장고는 기존 홈바의 3배 가까운 용량인 ‘매직 스페이스’를 적용한 제품으로 월간 소비전력을 리터당 0.037kWh로 낮춘 신제품이다. 이 제품은 최저 소비전력 기록을 갱신해 월간 전기료가 약 5천원에 불과하다. 가격은 300만원대.

세탁기-드럼·통돌이 모두 선호, 이례적 현상
세탁기는 일반 통돌이형 스타일과 드럼세탁기를 선호하는 기준이 뚜렷하다. 예비부부들이 중요시하는 것은 용량과 기능이다. 일반 통돌이형은 혼수제품으로는 13~15kg가 인기다. 최근에는 드럼세탁기의 장점들이 일반 세탁기에도 적용되고 있다.

세탁통에 바람을 끌어들여 탈수시키는 기능이 대표적이다. 기능제품들은 13~16kg 제품이 50~80만원인데 일반세탁기로는 비교적 고가지만 인기가 높다. 기존 일반제품은 이보다 저렴한 30만원대부터 있다.

삼성전자 ‘워블 전자동 세탁기’는 좌우로만 뱅뱅 돌아 수류가 좌우로만 생기는 기존 전자동 세탁기와 달리, 독자적으로 개발해 특허를 받은 워블 세탁판과 옷감 엉킴을 방지하는 워블러를 적용, 물살을 상하좌우로 만들어 3D 입체세탁을 구현해 인기가 높다.

가격은 80만원대. 건조기능을 중시하는 구매자들에겐 드럼이 단연 인기다. 드럼세탁기는 알레르기 방지 기능이 있는 제품이 선호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2시간 정도 소요되는 세탁 시간을 20분 내외로 줄인 기능을 채용한 제품들이 고가임에도 인기를 얻고 있다. 15~16kg 대용량 제품이 인기가 높고 가격은 제품에 따라 110~150만원대다.

김치냉장고와 스타일러도 인기 아이템
그 밖에 김치냉장고와 복합 전기오븐, 의류관리기 트롬 스타일러 등이 인기가 높다. 김치냉장고는 봄보다는 가을 혼수 때 판매율이 높으며 스탠드형이 대세다.

놓아두는 공간을 적게 차지하는 것이 장점이다. 신혼살림에 용량 큰 김치냉장고는 부담스러워 뚜껑식으로 180~200리터 제품을 구매하기도 하는데 최근에는 이보다 더 적은 용량인 120리터 제품을 구입하기도 한다.

200리터형 삼성전자 지펠 아삭 김치냉장고 뚜껑형은 도어에 스테인레스 쿨링커버를 적용해 문을 열었다 닫는 순간 위에서부터 아래로 냉기를 차갑게 쏘아줘서 김치통을 시원하게 감싸준다.

전자레인지와 그릴 기능이 합쳐진 복합오븐 역시 인기. 전자레인지의 모든 기능에 생선, 육류, 찜 등을 간편하게 해결한다. LG DIOS 광파오븐은 제과·제빵, 냉동간식, 특선구이 등 음식 종류에 따라 자동으로 화력이 조절되는 ‘6모드 쿠킹 기능’을 갖춰 최적의 맛을 낼 수 있다. 가격은 79만원대.

최근 장동건, 고소영 부부가 광고모델로 나와 주목을 받고 있는 의류관리기 '트롬 스타일러' 역시 기존 접하지 못한 새로운 기능으로 예비부부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LG전자 ‘트롬 스타일러’는 양복, 니트 등 한번 입고 세탁하기에는 애매한 의류를 스팀과 무빙행어를 이용해 옷의 구김과 냄새 제거, 살균, 건조, 내부탈취에 향기까지 추가해줘 항상 새 옷처럼 입을 수 있도록 했다. 가격은 190만원~200만원대.

최원영 기자 uni3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