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향 위치 측정 기술을 이용해 시각 장애인의 보행을 돕는 손목 밴드 '수누'          출처= 수누 밴드(Sunu Band)

조심스러운 페르난도 알베르토리오가 최근 점심 시간에 워싱턴 도심의 붐비는 거리에 나섰다. 바쁘게 걸어 다니는 보행자와 음식 트럭 주위의 붐비는 군중들을 조심스럽게 피해 다니는 것을 보면, 그가 법적으로 맹인이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다.

알베르토리오는 자신의 주변에서 복잡하게 움직이는 사람의 통행 물결과 쉽게 조화를 이룬다. 그가 앞을 거의 볼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의 비밀은, 고주파 음파를 발산시켜 자신의 전방 14 피트(4.3m) 거리 이내의 물체로부터 반사되게 해서 손목에 부드러운 맥 진동으로 알려주는 수누(Sunu)라는 손목 밴드 라고 CNN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물체가 가까워질수록 – 그것이 벽이든, 빈 깡통이든, 사람이든 – 맥 진동이 더 잦아져서 알베르토리오는 반향 위치 측정(echolocation)을 사용해 자신 주변의 세상에 대한 지도를 마음 속으로 그릴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이 장치를, 가까운 물체를 탐지해서 충돌을 피하게 해주는 차량용 음파 탐지기와 비교한다.

푸에르토리코에서 자란 알베르토리오는, 맨 손으로 ‘수누’를 창업한 멕시코 출신 기업가 팀의 한 명으로, 자신들의 발명품이 시각장애인들이 거리를 돌아 다니는 방법을 바꿔 주기를 바라고 있다.

알베르토리오는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대개 외출하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 친구는 이 기기를 '여섯 번째 감각'(sixth sense)이라고 부릅니다. 나 혼자 있을 때에는 내 개인 공간에 대한 인식을 높여주고, 내가 이웃으로 외출할 때에는 나를 안전하게 지켜 주지요."

시각 장애인을 위한 스마트폰 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앱은 시각장애인이 택시를 부르거나, 실시간 지도에 연결하거나, 가장 가까운 편의점을 찾는 것을 도와준다. 그러나 이런 앱이, 폭풍이 분 뒤 보도에 쓰러져 길을 막고 있는 나무를 피하거나, 분주한 러시 아워 때 군중 사이로 걷거나, 낮 선 건물에서 사무실을 찾거나, 이웃에 새로 생긴 식당을 찾는 일 등은 도와줄 수 없다.

시각장애인에게 일상의 날들이 물리적 위험과 아주 복잡한 것들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은 큰 문제이자 도전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알베르토리오가 수누를 개발하게 만든 동기가 되었다.

"수누는 우리 같은 시각장애인들이 밖에서 나가 매사에 분별력 있게 행독하도록 도와주는 방법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밖에 나가 활동적으로 일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공동체의 일원이 되고 싶어하니까요.”

범위와 민감도 등, 장치의 설정은 회사의 앱을 사용해 고객의 요구에 맞출 수 있다.

전미맹인연맹(National Federation of Blind)은 미국에서 시각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700만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베이비 붐 세대가 노년에 접어 들어 녹내장과 다른 안과 질환에 시달리면서 향후 수십 년 동안이 시각장애인의 수는 급격히 증가 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시각장애인은 여전히 안내견이나 흰색 지팡이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지팡이는 무릎 높이 이상의 장애물로부터 사용자를 보호하지 못한다. 수누 밴드가 반향 위치 측정의 힘을 활용한 첫 번째 기기는 아니다. 발명가들은 반향 위치 측정을 사용하는 진동 의류와, 시각장애인이 하체 위의 장애물을 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초음파를 사용하는 진동 클립을 만든 적이 있다.

그리고 "진짜 배트맨"이라고 알려진 다니엘 키시라는 사람은, 시각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혀를 입의 지붕에 클릭하게 해서 초보적인 반향 위치 측정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훈련시킨다. 이 방법은 그가 스스로 터득한 방법이다. 어린 아이 때 암으로 두 눈을 실명한 그는 이 방법을 사용해 도시 거리에서 자전거도 탈 수 있다.

알베르토리오는, 엔지니어로서의 가장 어려운 과제는, 시각 장애가 있는 사람이 의존하는 감각과 소리를 오히려 분산시키는 독창성 없는 기술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진동 지팡이는 자기 앞에 놓인 큰 장애물을 감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손가락 끝으로 땅 바닥의 미묘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섬세한 감각을 마비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시각장애인들은 다양한 종류의 탐색 난관들에 직면하기 때문에, 이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해주는 단일 해결책은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맹인학교로는 미국 최초의 퍼킨스 맹인학교(Perkins School of the Blind) 데이브 파워 교장은, 보완적인 탐색 도구 포트폴리오에 접근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한다.

"길을 걷다가 길 모퉁이를 만나는 경우에는, 당신을 잘 알고 있고 긴 여행에 도움이 되는 안내견보다 좋은 것은 없겠지요. 그러나 지갑을 바닥에 떨어뜨렸을 때에는, 지팡이보다는 수누를 사용하는 것이 더 좋을 것입니다. 작은 물건을 찾는 데에는 지팡이가 그리 효율적이지 못하니까요.”

알베르토리오는 앞으로 수누 같은 혁신 기술을 구글 지도나 페이스북에 연결해서, 시각장애인이 이 장치를 여러 방향으로 가리키게 해 상업 지역, 공원, 사무실, 환승 센터 같은 복잡한 도시 환경에 대한 최신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수누의 도움으로 시각장애인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실제로 만들어내는 것은 인간의 인식을 높이는 기술입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