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청와대 브리핑에서 “한중 양국은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베트남 다낭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미뤄진 두 나라 정상이 제대로 만나는 자리로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냉각된 관계 개선을 논의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에 여러 모로 의미가 있다. 이야기가 잘 풀린다면 산업 전반에서 중국의 거대한 수요를 무시할 수 없는 우리나라에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에서 지난해부터 양국 관계 냉각으로 우리 업체들이 피해를 본 여러 가지들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우선 중국 정부가 나서 일반 여행객들의 한국 관광을 막았다. 국가 권력이 자국 방송·언론에 압력을 넣어 우리나라 연예인이 출연한 방송의 송출을 막았다. 이전까지 없었던 보복성 수출 물품 규제로 우리 상품들을 쓰레기통으로 보냈다. 거기에 특정 롯데 마트에 인력을 투입해 소방 점검을 하고 소방법 위반이라는 명목으로 80여개 매장의 문을 강제로 닫고 1년 가까운 기간 동안 영업을 막았다. 심지어 중국 내부 규정상 소방법 위반에 따른 업소 영업제한 기간은 3개월이며 그 기간이 지나면 관련 기관은 반드시 다시 시찰을 나와 영업을 재개시켜야 하는 의무가 있음에도. 아무리 외교가 ‘중하다’고 하나 한 나라가 기업들을 상대로 한 이 같은 행동은 ‘치졸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지금은 중국과 화해의 국면이니 그 분위기를 애써 해치지 않는다고 치자. 냉정하게 보면 양 국의 긴장 상태에서 손해가 큰 쪽은 우리나라였다. 그러나 중국은 언제고 다시 자기들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하다고 생각되는 사안이 생기면 기업을 압박하는 방법을 또 쓸 수도 있다는 염려를 지울 수 없다. 아니, 또 쓸 것이라고 확신한다. ‘대국(大國)’을 표방하는 나라 수준이 어찌 이런지 궁금하다.

‘포스트(Post) 차이나’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닐 것이다. 중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시장의 대안을 찾겠다는 글로벌 기업들의 목표 설정이다. 동시에 국가가 나서 자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을 ‘겁박하는’ 중국에 질려버린 국가와 기업들이 찾아낸 돌파구이리라.

지금껏 겪은 피해들을 절대 잊지 말고, 중국 의존도가 큰 수요를 다른 나라로 분산하는 리스크 관리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중국을 대체할 기회의 땅은 있다. 12억 인구의 인도, 국민 평균연령 30대의 잠재 수요가 큰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우리가 중국 진출에 들인 공의 반의 반 정도만 쏟고 시장을 연구한다면 이 나라에서 거둘 경제 이익은 무시하지 못할 수준에 이를 것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대국의 등쌀에 시달리는 게 ‘반도국의 숙명’이라는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우리가 받은 피해를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이전까지 그랬다면 앞으로는 바꾸어야 한다. 그것이 중국과 새롭게 관계를 정립하는 일에서나 우리나라, 우리 기업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