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에 35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의 누적 투자금액은 총 1463억원으로 늘었습니다.

이에 대한 의미와 분석은 많이 나왔으니, 이번에는 손을 맞잡은 두 회사의 최근 행보에서 읽어낸 의미심장 포인트를 짚어보겠습니다. 소소한 포인트니까 마음 편하게 즐겨주세요. 일종의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라 보시면 됩니다.

 

1. 데이터 확보...카카오 견제?

임지훈 카카오 대표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자사를 온디맨드 기업이 아닌, 플랫폼 기업이라고 말했습니다.

일종의 범위를 넓힌 개념입니다. 온디맨드와 인공지능 등 다양한 ICT 방법론은 모두 수단일 뿐 진짜 핵심은 플랫폼 사업자라는 뜻이에요.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소비자와 구매자를 연결하겠다는 꿈. 일단 수수료 이상의 비즈니스 모델은 아직 만들어내지 못했지만 생태계부터 키우자는 복안으로 보입니다.

이런 관점으로 네이버를 보겠습니다. 네이버는 공간에 대한 욕심이 아주 많아요. O2O 시장에서 특별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지만(거의 말아먹었던 수준) 일단 공간을 확보해 데이터를 얻어 이를 플랫폼 사업에 활용해 생태계를 키우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3D 맵핑 스타트업인 에피폴라를 인수하고, 네이버랩스가 올해 데뷰 행사를 통해 실내지도 로봇 M1 업데이트에 나선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로봇회사로 위장해 일상생활의 데이터를 확보하겠다는 점도 밝혔습니다. 송창현 CTO는 이를 두고 생활환경지능이라고 부르더군요.

간단히 말하면 네이버는 공간에 대한 관심이 많고, 데이터를 원한다는 겁니다. 여기서 배달의민족은 훌륭한 카드입니다. 왜? 배달의민족은 배달앱이니까요. 고객의 위치와 식당의 위치를 연동해 시시각각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네이버는 배달의민족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적극 활용할 수 있어요. 지난 7월 네이버가 물류 스타트업인 메쉬코리아에 240억원을 투자한 것도 동일한 의지로 보입니다.

▲ 출처=메쉬코리아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최근 중국 O2O 시장을 보면, 특히 배달앱 시장을 보면 투자와 합병으로 몸을 불린 플레이어들이 사업 과정에서 확보된 데이터를 새로운 서비스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숨기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알리바바가 최대주주인 어러머가 바이두 와이마이를 인수하자 텐센트는 메이퇀에 거금을 투입했죠. 이들은 그 과정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생활밀착형 플랫폼 전략에 사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행보는 카카오가 지향하는 데이터 확보전에서도 상당한 우위를 보여줄 것으로 보입니다. 카카오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온디맨드 사업, 나아가 데이터 확보에 대응할 수 있는 매우 훌륭한 무기가 됩니다. 참고로 배달의민족은 배민라이더스라는 자체 배달 조직도 가지고 있습니다. 요기요가 푸드플라이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동일한 플랫폼을 품어냈다면, 배달의민족은 아예 수직계열화로 굳혀버렸다는 뜻입니다. 아직 커버리지가 넓지는 않지만, 펄떡이는 데이터의 보고입니다.

그렇다면 배달의민족은 무엇을 얻느냐? 당연히 자금이죠. 이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서 점유율을 올리면 수익이 올라가고, 배달앱을 설치하는 고객들이 많아지면 데이터도 많아져 네이버도 빙그레 웃을 수 있습니다. 나아가 3강 체제의 시장 구도의 균열을 노릴 수 있습니다.

카카오 견제도 도움이 됩니다. 카카오는 온디맨드가 아닌 플랫폼 사업자라는, 그것도 생활밀착형 플랫폼 사업자의 자리를 원하고 있습니다. 카카오톡이 있으니까요. 이를 바탕으로 최근 이마트와 협력해 배송 서비스도 하고 방향성은 살짝 다르지만 배달 서비스도 하고 있지요. 배달의민족은 대외적으로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지만 카카오의 이런 행보는 당연히 위협입니다. 여기서 네이버와 협력하면 나름의 카카오 대비 카드가 더 늘어나는 셈입니다. 순수하게 데이터 확보 측면으로만 보면, 이번 네이버의 투자는 대 카카오 전선의 재편으로 볼 수 있겠네요.

▲ 배민라이더스. 출처=배달의민족

2. 미래비전

배달의민족은 당연한 말이지만, 배달앱에만 머물지 않죠. 푸드테크로 명명된 미래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에도 관심이 많다고 합니다. 그런데 솔직히 진짜 관심이 많은지는 모르겠습니다. 투자소식은 있었지만 뭘 했다는 말이 없어서.

각설하고, 이번 투자를 바탕으로 배달의민족은 푸드테크 인프라를 더욱 늘릴 수 있습니다. 음성인식 비서 기능과 같은 인공지능 기술과 자율주행 로봇 기술 등 미래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강화하는데 집중적으로 뛰어들 수 있어요. 왜? 일차로 350억원이 생겼고, 이차로 네이버가 관심이 많은 대목이기 때문입니다.

네이버는 클로바를 중심에 두고 인공지능 스피커 웨이브까지 출시했습니다. 또 세계적인 AI 연구소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현, 네이버랩스 유럽)을 인수하고 프랑스 하이엔드 음향기술 기업 ‘드비알레’에 투자하는 등 국내외 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를 이어오며 인공지능, 머신러닝, 컴퓨터 비전, 자연어 처리와 같은 미래 기술에 대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죠. 여기에 배달의민족이 적절하게 녹아들 수 있습니다. 이미 배달의민족은 지난해부터 네이버의 ‘아미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네이버도 다양한 발전의 여지가 있지만, 일단 생태계 확대를 위한 데이터 확보에 더 큰 관심이 많아 보입니다.

흑역사이기도 하지만, 네이버와 배달의민족은 한때 일본에서 공동으로 O2O 시장 타진에 나섰다가 실패한 경험도 공유하고 있습니다.

▲ 출처=네이버

3. 상생의 의지

제일 의미심장하게 본 대목입니다.

배달의민족은 네이버 투자를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푸드테크 비전과 더불어 상생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피력했어요. 보기에 따라 매우 노골적으로.

일반적으로 기업과 기업의 투자에는 대부분 비전이 키워드입니다. 그런데 투자를 매개로 상생의 틀을 더욱 공고히하겠다는 말은 거의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이들은 냉정한 비즈니스의 연장선인 투자를 왜 상생의 키워드로도 이해시키려 할까요? 두 회사의 최근 상황을 보면 어렴풋이 힌트가 나옵니다.

최근 네이버의 가장 큰 이슈는 무엇일까요. 당연히 기술 비전입니다만, 약간 정치의 관점에서 해석하자면 공공성이 아닐까 합니다. 이해진 창업주의 총수 지정과 네이버의 준대기업집단 선정, 그 과정에서 불거진 네이버의 조직체계를 둘러싼 이슈가 의미심장합니다. 여기서 진일보 한 담론이 바로 골목상권 분쟁이에요.

네이버페이 불공정행위가 핵심입니다.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네이버는 네이버페이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불공정행위를 시도한 혐의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꽃 등을 통해 상생의 키워드를 강조하고 있으나 다른 곳에서는 엄연히 대기업의 횡포가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에요.

사실이라면 네이버가 이해진 창업주의 총수 지정에 반대하며 "네이버는 흔한 국내 오너 대기업과 다르다"고 주장한 것이 머쓱해지는 순간입니다. 네, 맞습니다. 네이버는 이 부분에 대한 이미지 세탁을 할 필요도 있어요. 배달의민족과 의기투합하며 상생의 키워드를 내세운 이유 중 하나로 여겨집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뉴스 임의 배치라는 최악의 사태도 벌어졌죠. 이건 실시간 검색어 추적 플랫폼까지 마련하며 야심차게 플랫폼 공공성을 자신하던 네이버에게 통렬한 일격을 안겼습니다. 네이버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합니다.

최근 김봉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사재 100억원을 털어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한편, 금액 일부를 상생을 위한 일에 쓰겠다고 말했습니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강력한 '때가 쏙 비트'입니다.

여기서 배달의민족이 처한 상황이 흥미롭습니다. 수수료 0% 선언과 더불어 최근의 기부 이슈까지, 상생이라는 키워드에 가장 어울리는 기업이지만 네이버와 묘한 공통점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공격당하고 있다'에요.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청문회 당시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배달의민족을 포함한 배달앱 업계의 갑질을 지적했습니다. 소상공인들이 배달앱의 횡포에 시달리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여기서 그 유명한 '국가가 배달앱을 만들어야 한다'는 멘트가 나오기도 했지요. 조금만 생각하면 말도 되지않는 일이지만 이런 분위기는 당연히 배달의민족에 대한 공격의지입니다. 지난해 중기중앙회의 소상공인 관련 설문조사, 최근 모 언론사의 배달앱 광고비 이슈 등도 같은 연장선입니다.

결론적으로 네이버는 공공성, 그리고 골목상권 이슈에 깊숙히 관련되었습니다. 배달의민족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충분한 불안요소를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네이버는 250억원을 배달의민족에 투자하며 두 회사가 앞으로 보여줄 상생의 청사진을 보여줬습니다. 지극히 정치적인 시각이지만, 이번 투자의 결정적인 배경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 코리아 스타트업 포럼 출범.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4. 김상헌이라는 연결고리

영화 남한산성의 척화파 김상헌 대감이 아닙니다. 네이버의 대표였던  김상헌 고문의 존재도 의미심장해요. 이번 투자에서 나름의 교두보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상헌 네이버 고문은 네이버 대표 재직 시절 인터넷기업협회 회장으로 재직하며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 출범을 도왔습니다. 그리고 김봉진 대표는 포럼의 대표에요.

사실 이 대목은 매우 미묘합니다. 인터넷기업협회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결성한 일종의 인터넷 대기업 협회이며, 포럼에 참여한 스타트업들은 어쩌면 이들의 경쟁자이거나, '을(乙)'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자본이나 기타 조직 구성의 차원에서 현실적인 문제가 있기에 포럼이 인터넷기업협회의 도움을 받았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포럼 사무처 조직도 인터넷기업협회가 구성을 주도한 점은 아무리 봐도 어색하죠.

당시 김봉진 대표에게 "이상하지 않나요?"라고 묻자 김봉진 대표는 "무간도에 들어가는 겁니다"라고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영화 무간도는 속고 속이며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는 형사와 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죠.

각설하고 서로 미묘한 관계, 즉 김상헌 고문과 김봉진 대표의 인연은 묘한 인연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김상헌 고문은 네이버 대표에서 물러난 후 지난 4월 우아한형제들의 사외이사로 부임했습니다. 앞으로 네이버의 스타트업 전략, 나아가 배달의민족의 행보에도 일정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에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 출처=네이버

5. 가장 핫한 기업들의 만남

4개까지 쓰니 할말이 없네요. 그러나 왠지 4개는 애매해서 억지로 5개 채워보겠습니다.

네이버와 배달의민족 만남은 최근 가장 핫한 기업들의 만남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네이버는 말이 필요없는 국내 ICT 업계의 맏형이죠. 배달의민족은 스타트업의 대표격입니다. 이들의 화합은 다른 기업들의 만남과 비교해 더욱 강력한 파급력을 가집니다.

▲ 김봉진 배달의민족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 출처=배달의민족

재미있는 것은 조직의 수장이 180도 성향이 다르다는 점. 이해진 창업주는 소위 은둔의 기업가로 불릴 정도로 조용합니다. 최근 외부행사에 많이 나서고 있지만 아직은 은둔의 느낌이 강해요. 다만 김봉진 대표는 화려합니다. 디자이너 특유의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지요. 전혀 다른 두 조직의 수장의 만남도 재미있게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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