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회생 제도 운용과 관련 '배우자의 소득까지 합산해 채무를 변제하라`했다는  <이코노믹리뷰> 보도에 대해 당사자인 부산지방법원이 사실이 아니라는 내용의 회신을 보내왔다. 하지만, 이같은 해명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법은 게다가 개인회생 제도에 대해 `채무자가 `내핍생활을 해야하는` 제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채무자들과 파산법조계가 반발했다. 

앞서 지난 10월 11일 <이코노믹 리뷰>는  "배우자 소득까지 변제금액에 포함…? 법원 개인회생 취지 훼손" 기사를 외부에 출고했는데, 이에 대해 부산지방법원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부산지법측은 "배우자의 소득까지 고려해 채무자의 변제계획안을 수립하라는 권고는 하지 않는다"며 "다만 개인회생 제도가 채무자의 '내핍생활'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채무자의 생계비를 산정하면서 배우자의 소득수준을 고려해 월 변제금을 산정하는 권고는 이뤄지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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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법의 이같은 해명은 그러나 거짓해명이라고 할 수 있다.

부산법원의 입장과는 달리 본지가 서울 서초동 한 법률사무소에서 부산지법이 발송한 `보정권고문`을 입수했다. 이에 따르면 부산지법은 '배우자의 소득까지 합산해 월 변제금을 산정할 것을 검토하라"고 채무자에게 요구한 사실이 적시되어 있다. 

▲ 부산지법이 발송한 보정권고문. 문서 아래부분에, 배우자의 소득과 채무자의 소득을 합산한 금액을 기준으로 월 변제금을 산정하는 것을 검토하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이에 대해 서울 서초동 일대 파산업무를 주로 하는 복수의 법률사무소에 따르면 부산지법은 배우자의 소득을 합산해 변제계획을 작성하라는 권고사항이 드물지 않게 내려온다는 것. 

부산지법의 이같은 제도운용은 법에 어긋난 것이다. 

한 법조인은 "현행 채무자회생법은 개인회생을 신청한 채무자의 월급에서 일정한 생활비를 빼고 나머지를 상환하도록 규정할 뿐, 배우자의 소득은 채무 상환의 대상이 되는 소득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또다른 문제는 부산지법이 개인회생제도를 바라보는 태도에 있다. <이코노믹 리뷰>에 보낸 부산지법의 회신에서 알수 있듯, 부산지법이 개인회생절차를 채무자의 내핍생활을 전제로 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회장 백주선 변호사)는 지난달 24일 "채무자의 사회경제적 회생에 역행하는 법원 실무관행을 우려한다"는 공식 논평을 통해 "내핍이란 사전적으로 물자가 없는 것을 참고 견딘다는 것인데, 이는 전쟁 시기에나 쓰일 단어"라며 "법원이 법적 근거도 없이 개인회생제도가 내핍을 전제로 한다는 것은 채무자인 국민의 헌법상 권리인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근거 없이 제한하는 것으로서 큰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는 "개인회생을 이용하는 채무자가 가난한 생활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파산법원의 인식이라면 보수적인 재판운용으로 채무자의 회생이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는 올 초 서울회생법원이 개원당시 "채무자에 대해 법원이 후견적, 치유적 역할을 다할 것"라고 공언한 것과도 크게 상반된다. 서울회생법원은 이 기조를 바탕으로 개원하자마자  '뉴스타트 상담센터'를 법원내 설치하고,  도산세미나 등에서 현실적 생계비를 공개하는 미국 파산회생제도를 소개하며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섰다.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는 "법원이 후견적, 치유적 사법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각 법원의 파산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례를 다시 한번 확인해 법원관계자(개인회생 위원, 파산관재인)이 권한을 남용하지 않도록 하고, 채무자의 실질적 재건을 돕는 것이 법원이 국민에게 신뢰받고 존경받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법제사법원위회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밝힌 통계에 의하면 2013년 이후 개인회생을 통과한 채무자 중 35%는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고 절차를 중도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나 제도개선의 필요성까지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