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업자 정 모씨가 보유하고 있는 약속어음 등의 채권 추심을 위임받은 추심회사로부터 추심 통보를 받은 피해자들이 정씨와 추심회사를 상대로 집단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앞서 사채업자 정 씨는 수년 전에 급전을 빌린 채무자들에게 받아 두었던 공정증서 채권 수십건을 채권추심회사에 추심 위임해 피해자들의 집단적인 반발을 샀다. 이들 피해자들은 대부분 돈을 빌렸을 무렵 이미 채무를 모두 상환했음에도, 정 씨가 공정증서를 무기로  추심회사에 추심하도록 위임했었다.

이들 피해자들중에는 10년이 지난 금전거래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는 피해자도 있었다.

정 씨로부터 추심을 받았다는 제보가 잇따르면서, 온라인 모임방을 만들어 피해자들이 정보를 공유하며 공동 대응을 모색했다.

피해자 중 일부는 이미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정 씨를 사기와 공정증서부실기재죄 등으로 형사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고소 과정에 대한 내용과 정보를 다른 피해자들과 공유, 정 씨에 대한 추가 고소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를 경찰에 고소한 피해자  정 모씨(사채업자와 같은 성을 갖고 있음)는 "경찰이 이 사건을 입건, 정식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전했다.

반면 사채업자 정 씨는 고소한 피해자들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정 씨는 "고소 절차를 밟는 동안, 정씨가 변호사와 함께 경찰서 밖에서 합의를 제안해 왔으나 더는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없기를 바라고  정씨가 엄벌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합의 제의에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부 피해자는 사채 업자 정 씨와 합의하고 공정증서를 무효처리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사기죄나 공정증서부실기재죄의 수사는 친고죄가 아니라서 합의와 무관하게 수사를 진행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또 다른 피해자중에는 사채업자 정 씨가 실제로 받은 금액보다 수십 배 달하는 공정증서를 작성하고  강제집행에 나서 부당이득을 취한 점을 들어 국세청에 고발하겠다는 움직임도 있다.

경찰이 사채업자 정 씨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가면 구체적인 피해자들과 피해 금액, 범행 수법이 드러날 전망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사채업자 정 씨는 이미 피해자들로부터 약 17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해 서울남부지방법원으로부터 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 중에 있다.

현행 공정증서 제도는 불법 사채업자가 급전이 필요한 채무자를 상대로 우월적 지위에서 불공정하게 작성해 강제집행을 하더라도 사전에 막을 방법이 없어 제도개선이 시급하다.

앞으로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대부업체가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옥죌 수 있어 사채시장이 활성화될 여지가 있는데, 공정증서를 악용한 범죄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