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안 친해요?” 지금 생각해보니 질문이 좀 이상하긴 했다. 꼭 친할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주류 업계 관계자들은 대부분 “그러게 말입니다”라고 답하며, 은연중에 인정 아닌 인정을 했다.

최근 디아지오와 골든블루의 신경전이 꽤 주목을 받았다. 골든블루는 언론 보도자료를 통해 ‘사피루스’가 출시 5년 만에 국내 위스키 시장 판매량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골든블루 자료에 따르면 ‘사피루스’는 올해 9월 말 기준 17만6584상자(1상자=9L)가 팔려 위스키 시장에서 약 15.2%의 시장 점유율을 얻었다. 디아지오 ‘윈저12’는 13만6640박스로 시장 점유율 11.78%를 기록하면서 뒤로 밀렸다.

이에 디아지오 측은 “‘윈저 12’는 연산 위스키, ‘사피루스’는 무연산”이라며 “연산 위스키와 무연산 위스키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했다. 조길수 디아지오코리아 대표도 나서 “저도주는 단순히 도수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고유의 가치가 있다”라고 차별성을 강조했다. 그는 “특정 회사를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지만, 사실상 골든블루를 지칭한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한 발언이었다.

위스키산업 침체기에서 그나마 잘되는 저도주 시장을 두고 두 업체의 신경전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1위 제품이 시장을 주도하는 주류업계 특성상 날카로운 견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서로를 깍아내리는 진흙탕 싸움에 엮이기 싫어 대응하지 않는다”라며 “부정적인 이슈의 자료를 배포하는 등 몇십 년 전 구닥다리 방식을 아직도 고수한다”고 한숨을 쉬기도 했다.

지난 여름에는 약 두 달 간격으로 비슷한 시기에 맥주 신제품을 내놓은 업계가 있었다. 두 제품을 비교해 보려고 취재를 하니 회사 측이 난색을 표했다. 맥주와 발포주는 비교의 대상이 안된다는 게 관계자의 대답이었다. 이어 윗선에서 아주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덧붙였다.

국산 맥주 매출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에서 제품에 소비자들의 호응이 있었던 시기였는데, 단지 두 회사 제품이 엮이는 거 자체를 싫어하는 눈치였다.

우리나라 특유의 문화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하나 있다. 낮에는 서로 으르렁 거리다가도 저녁에 술 한 잔 서로 따라주고 입에 털어 넣으면, 집에 갈 때는 어깨동무를 하게 되는 그런 문화 말이다. 아쉽게도, 정작 술을 파는 주류업계는 이런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다.

‘혼자 잘 먹고 잘 살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진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와 관련해서는 서로 합심해 같이 산업을 일궈나가는 ‘구닥다리 방식’이 여전히 통한다고 믿는다.

위스키 산업이 9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4캔에 1만원’이라는 강력한 타이틀로 수입 맥주가 인기를 끌면서, 국산 맥주는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주류업계는 경쟁사의 단점을 파악할 시간에, 같이 클 수 있는 장점을 발굴하는 게 더 고무적이지 않나. 그렇게 하다보면 다시 매출 상승 곡선을 타며 다 같이 어깨동무하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