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산업이 확대되면서 기존 전기차 생산 업체와 배터리 업체간 합종연횡과 글로벌 생산기지 확충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포문을 연 것은 글로벌 업계 1위 일본의 파나소닉이다. 파나소닉은 26일 중국 다롄에 제2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세계 1위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 테슬라가 공장건설을 선언한 직후 파나소닉의 공장 증설 발표가 나 온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파나소닉이 신설될 테슬라 중국 상하이 공장에 배터리 납품은 물론 세계 제1의 전기차 생산기지인 중국시장에 배터리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테슬라가 LG화학, 삼성SDI와 배터리 공급 관련 접촉을 시도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각 업체들은 이에 대해 부인하고 나섰으나 가능성이 희박한 것만은 아니다. 이미 LG화학은 테슬라에 교체용 전기차배터리를 납품하고 있으며 삼성SDI도 독일 BMW에 배터리를 납품하며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업체들의 생산라인 확대 경쟁이 예상되는 가운데, 니켈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은 이미 고공 상승 중이다. 완성차 업계는 물론 배터리 업계까지 너도나도 참전중인 ‘배터리 전쟁’이 전세계를 무대로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어서다. 

파나소닉, 미·중∙일 배터리공장 증설로 ‘1위자리 굳히기’

전기차배터리업계 1위 기업인 파나소닉은 최근 미국, 중국, 일본에 전기차 리튬이온 배터리 공장을 추가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투자금액은 총 1000억엔(약 1조원) 규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6일(현지시간) “파나소닉이 내년 3월말 가동을 시작할 중국 다롄 공장에 제2공장을 추가 증설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 승용 전기차배터리업계 1위 기업인 파나소닉이 최근 공장 증설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출처=위키미디어

기존 일본 효고현 히메지 시에 있는 파나소닉의 액정패널공장에서도 2019년부터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시작한다. 파나소닉은 중국 공장 증설로 전기차 배터리 생산 규모를 두 배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과 일본 공장에 각각 수백억엔 규모의 투자금액이 투입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나머지 투자금은 미국으로 흐를 것으로 보인다. 파나소닉은 현재 테슬라와 공동으로 미국 네바다주에 대규모 배터리공장인 기가팩토리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생산량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테슬라는 공장 증설을 두고 파나소닉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추가 증설이 마무리되면 생산량 규모는 1.5배로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파나소닉, 중국업체 견제 포석

파나소닉의 공격적인 확장 정책은 중국 경쟁 업체들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이전에 일본과 한국이 우위를 점했던 전기차 배터리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중국 정부는 환경오염 방지 등을 위해 전기차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2019년부터 중국 내 모든 완성차 업체에 전기차 생산 준비를 마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또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은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대신 자국 기업과 파트너 체결을 의무로 하도록 해 전기차산업 육성에도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전기차 생산 1위 테슬라, ‘기가팩토리' 만으론 부족

파나소닉의 공장 증설은 또다른 업계 1위 기업에게도 청신호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1위 기업인 테슬라 이야기다. 테슬라와 파나소닉은 지난 2008년 테슬라의 첫 양산차 로드스터에 파나소닉 배터리가 탑재되면서 인연을 맺었다.

이후 2014년 테슬라의 모델S∙모델X에 탑재할 배터리를 파나소닉이 독점 계약했고, 미국 네바다 주에 배터리 생산 공장인 기가팩토리를 합작으로 건설하며 관계를 공고히 했다. 기가팩토리 1은 지난 1월 배터리 생산을 시작해 내년부터 연간 전기차 50만대 이상의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가동에 들어갔다.

▲ 미국 네바다 주에 있는 테슬라와 파나소닉의 합작 배터리 공장 기가팩토리 전경. 출처=테슬라 홈페이지

그러나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 기가팩토리 1의 공정률은 지난 1월 기준 30%에 불과하다. 내년부터 100% 가동에 들어가 연간 50만대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한다고 해도 배터리 수급은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테슬라는 2020년까지 연간 100만대의 전기차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어, 배터리 생산량이 전기차 생산량의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김범준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테슬라는 기가팩토리에서 배터리를 자체 수급하고 있지만 수급이 좀 타이트한 상황”이라면서 “테슬라가 배터리 공급처를 확대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베일에 쌓인 테슬라 생산차질...韓 배터리업체와 접촉설도

우연의 일치일까. 테슬라는 최근 중저가 전기차 모델인 ‘모델3’ 생산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3분기 목표 생산량은 1500대였지만 고작 260대를 생산하는 데 그치며 생산 위기설을 현실로 만들었다.  게다가 기가팩토리가 가동된 후 산술적으로 배터리 생산량은 현재 연간 15만대(월 1만2500대분)에 달해 분기 생산량이 이에 못미치는 것은 배터리 수급이외 다른 문제가 발생했을 수 있다는 의심도 낳고 있다.  

테슬라는 미국 현지언론 등을 통해 "일시적인 병목 현상"이라고 설명했지만 금융투자업계의 분위기는 냉담하다. 미국 JP모건은 지난 20일 테슬라의 목표 주가를 하향변경하고 4분기 모델3 생산 예측량을 3만대에서 1만5000대로 낮춘 바 있다. 여기에 내년과 2019년 실적 전망도 하향조정해 2020년까지는 테슬라가 추가 이익을 창출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테슬라는 설립이후 아직까지 전기차 판매를 통한 영업이익보다 금융시장에서 자금 조달 비중이 높아 이 같은 금융투자업계의 차가운 반응은 결코 반가운 소식만은 아니다.   

생산차질이 드러난 테슬라의 현재 내부상황이 베일에 쌓여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테슬라가 한국 배터리 업체와 접촉을 했다는 설이 퍼지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업계 2위 기업인 LG화학과 5위 삼성SDI가 그 주인공이다.

국내 한 매체는 26일 “테슬라 본사 관계자가 삼성SDI∙LG화학 임원과 만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지난 8월에도 이 같은 소문이 있었지만 테슬라와 접촉을 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배터리 원재료 니켈코발트 수급 부족…”2019년엔 배터리 수요 못 채운다”

전기차 배터리 전쟁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앞다퉈 전기차 생산량을 늘리며 배터리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톱10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판매량은 2020년 390만대, 2025년에는 1200만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SNE리서치는 “2019년부터는 자동차용 배터리의 공급부족 현상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배터리 원재료인 니켈∙코발트 수급 전망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시장 확대에 따라 수요가 늘고 있지만 원재료는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런던금속거래소(LME) 현물가 기준 코발트 가격은 이번달 톤당 6만달러를 넘어섰다. 연초 3만달러 대의 두 배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 2017년 코발트가격추이. 출처=런던금속거래소(LME)
▲ 2017년 니켈가격추이. 출처=런던금속거래소(LME)

코발트 가격 상승으로 배터리업계에서는 코발트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니켈의 비중을 높여 원가 부담을 낮추려 했지만 니켈 가격마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니켈 가격은 25일 LME 3개월 선물 가격 기준 톤당 1만 1840달러로 지난 6월 톤당 8000달러대에서 4개월만에 50% 가까이 뛰었다. 코발트에 비하면 여전히 6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지만 가격 상승세를 고려할 때 배터리업계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