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마존이 역직구 사업, 글로벌셀링을 강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9월28일 신디 타이 아마존 아태지역 부사장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러한 방침을 명확하게 밝혔습니다.

 

FBA(Fulfillment by Amazon)에 대해 설명하며 국내 업체들의 역직구 플랫폼 강화를 거듭 강조했다는 후문입니다.

쉽게 말해 한국의 매력적인 콘텐츠(상품)를 해외시장에 팔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것. 국내 오픈마켓 진출은 어렵겠지만, 역직구 플랫폼을 강화해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의 친구가 되겠다는 말입니다.

현재 아마존의 상황을 보고 넘어가겠습니다. 이들이 전자상거래 한국 진출을 할까요? '유로피안 풀필먼트 네트워크(European Fulfillment Network)'을 한국에서 재연할 가능성이 높지만, 직접적인 오픈마켓 진출은 없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왜? 일단 국내시장만 보면 답이 나옵니다. 아마존이 탐을 내기에는 작잖아요.

그러나 K팝 이야기까지는 하지 않겠습니다. 매력적인 콘텐츠를 가진 한국 콘텐츠 사업자에게 해외로 향하는 길을 마련하겠다고 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범아시아 크로스보더 거점을 만들겠다는 거죠. 그 과정에서 국내 PG사와 협력을 타진하는 것은 FBA 플랫폼의 매력을 키우려는 포석인 것으로 보입니다. 왜? 대금결제를 빠르게 하겠다는 뜻이니까요.

결론적으로 아마존은 한국 콘텐츠 사업자들에게 해외로 향하는 길을 내어주고, PG사와 협력해 대금결제 당겨주고 혜택을 줍니다. 그러면서 (인천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군요) 한국을 일종의 물류거점으로 만들 생각 정도를 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 신디 타이 아마존 아태지역 부사장. 출처=아마존

여기서 핵심은 국내 콘텐츠를 해외에 뿌려주겠다는 것. 많은 이들이 환호할 만한 일이죠. "와! 우리의 콘텐츠가 아마존의 간택을 받아 세상에 나간다고 하네! 신난다!" 그러나 이건 좀 위험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미래사업의 주도권은 플랫폼 사업자가 가져가는데, 이건 아마존의 생태계와 플랫폼에서 벌어지잖아요? 아마존은 한국을 포함해 많은 콘텐츠 사업자들의 이동, 즉 물류를 파악해 방대한 빅데이터를 확보하고 궁극적으로 숨통을 쥡니다. 온디맨드 사업을 한다고 상상하면 더 끔찍해요. 하청업자의 비애죠.

넷플릭스 상황도 재미있어요. 나르코스는 남미, 옥자는 한국 콘텐츠라고 부를 정도로 철저한 현지화 정책을 폅니다. 이들은 말해요. "콜롬비아 마약상 유명하고 매력적인 콘텐츠야, 봉준호 감독 칸이 주목한다며? 우리가 지원할테니 멋지게 만들어 봐. 영화상영공식을 깨고 넷플릭스가 유일무이한 플랫폼으로 작동할테니. 우리는 글로벌 전략 강화하고, 앞으로 키는 우리가 잡을 생각이야"

그러고보니 구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타트업 캠프 만들었어. 한국 스타트업 잘 하더라. 세계로 나가봐. 우리가 키워줄게. 좋지? 대신 너희들은 안드로이드 동맹군이야!"

▲ 넷플릭스 드라마 나르코스 한장면. 출처=넷플릭스

맞습니다. 이제 콘텐츠가 왕이라고 합니다. 콘텐츠가 플랫폼의 질을 정하니까요. 그러나 세상은 플랫폼의 시대로 갑니다. 왜? 콘텐츠는 태생부터 지엽성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플랫폼은 태생부터 다양한 지역의 정체성을 포함하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입니다. 데이터가 모이고, 공급과 수급을 조절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립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요즘 수직계열화에도 눈독을 들인다는 점. 구글과 애플을 보세요. 메이드 바이 구글, HTC 일부 인수, 애플의 그래픽 야욕. 플랫폼하던 기업들이 모두 콘텐츠까지 만든다고 나오고 있어요. 큰 그림을 그리겠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주도권을 가지겠다는 겁니다.

카카오가 그러더군요. 카카오는 O2O 기업이 아니라, 카카오톡 기업이라고. 그러니까 플랫폼 사업자라는 뜻입니다. 인공지능마저도 양념일 뿐입니다. 저는 이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무조건, 어떻게 남들이 생각하든 무조건 플랫폼 해야합니다. 글로벌 진출 어려워도, 수수료 이상의 수익이 없어도 무조건 플랫폼 해야해요.

이런 상상을 합니다.

아마존이 방대한 플랫폼 저력으로 각지에 물류거점 만들어 글로벌 콘텐츠를 조율하기 시작한다면? 온디맨드까지 나간다면? 넷플릭스가 유일무이한 영화 플랫폼이 되어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미디어 환경을 좌우한다면? 매력적인 스타트업이 죄다 안드로이드에서 초연결로 넘어가는 연료로 소모된다면? 메이드 바이 코리아 내세운 페이스북이 국내 중소기업들을 모두 품는다면? 중소기업 모바일 광고를 모두 페이스북에서만 하게 한다면?

이들은 플랫폼이 되어 콘텐츠 사업자에게 마약을 파는겁니다. 자신들에게 속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매력적인 마약.

지나친 의심이고 비약이지만,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이제 세상은 플랫폼을 중심으로 콘텐츠의 경쟁력과 연결되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생태계 전략의 유인효과를 봐도 너무 확실한 사안이에요. 제국주의시절 영국의 아편에 중독되어 기꺼이 멸망의 길로 나아갔던 청나라의 뒤를 따르느냐, 틈새시장을 발굴하거나 나름의 생활밀착형 플랫폼을 만들어 대항하고, 확장하거나. 우리는 지금 매우 중요한 시기에 와 있습니다.

[IT여담은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소소한 현실, 그리고 생각을 모으고 정리하는 자유로운 코너입니다. 기사로 쓰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 번은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를 편안하게 풀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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