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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섭의 특허로 읽는 손자병법 이야기] 제11편 구지(九地)
김수섭 상승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7.11.09  21:33:35
   
 

기업이 보유한 핵심기술이 유출되면 해당 기업의 경쟁력에 치명적일 수 있다. 특허청의 영업비밀 보호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중소·벤처 기업의 영업비밀 관리 역량과 수준이 매우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출되는 영업비밀 대부분이 기업의 핵심기술에 해당되고 유출자의 81.4%가 내부 직원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문제는 피해 기업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업비밀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해 보호되지만 피해 기업들은 영업비밀의 입증과 침해 증거 제시 등이 어려운 점을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만약 해당 기술이 영업비밀이 아닌 특허권 등으로 보호되고 있다면 침해사실 입증이 훨씬 수월하고 침해금지청구권 행사 등을 통한 민첩한 대응도 가능하다.

특허권으로 보호되는 기술은 등록공보 등을 통해 공개되기 때문에 내부 직원이 기술을 유출할 수도 없다. 따라서 기업의 핵심기술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가능한 특허권 등 산업재산권으로 보호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다.

아울러 핵심기술을 특허권 등으로 보호하되 이들이 핵심자산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유용한 특허권이 많이 나와야 한다. 유용한 특허권이 많이 나오려면 기술개발자들의 개발 의욕을 고취할 필요가 있다. 전쟁에서 병사들의 높은 사기는 승리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이다. 이와 유사하게 종업원들의 의욕이 넘치는 기업은 기업 간의 경쟁에서 승리할 확률이 높을 것이다.

<손자병법>의 제11편 구지편(九地篇)은 아홉 가지 지형에서 장수가 취해야 할 행동요령을 담고 있는데 핵심 내용 중 하나가 병력 운용의 중요성이다.

손자는 군사를 잘 다루는 자를 솔연(率然)에 비유했다. 솔연이란 상산에 사는 뱀(常山之蛇)으로 매우 빠르고 난폭하다. 솔연의 머리를 공격하면 꼬리가 달려들고 꼬리를 공격하면 머리가 달려들며 가운데를 공격하면 머리와 꼬리가 한꺼번에 달려들어 당해낼 재간이 없다. 손자는 병사들의 집합체인 군대를 한 몸체의 솔연처럼 움직이도록 할 수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병사들이 단결해 임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전쟁터에서 죽음도 불사할 수밖에 없는 부득이(不得已)한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오월동주(吳越同舟)처럼 서로 원수지간인 오나라와 월나라 사람이 한 배를 타고 있는 경우라도 갑자기 큰 폭풍을 만나는 부득이(不得已)한 상황에 처하면 서로 단결할 수밖에 없다.

또한 삼군의 무리를 한 사람 다루듯 하기 위해서는 보통의 예상을 뛰어넘는 포상을 내걸어야 한다(施無法之賞 懸無政之令 犯三軍之衆 若使一人). 이를 보면 승리의 요소로 조직의 단결 외에 병사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파격적인 포상도 중요한 요소임을 알 수 있다.

자유시장 경제에서 기업의 경쟁 상황은 생사를 넘나드는 과거의 전쟁 상황과 많이 다르다. 하지만 현대의 기업들도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개발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개발기술이 기업의 수익 증대에 기여할 경우 최소한의 보상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개발자들에 대한 보상방안으로 발명진흥법에는 직무발명 보상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직무발명이란 종업원 등이 그 직무에 관해 발명한 것이 성질상 사용자 등의 업무범위에 속하고 그 발명을 하게 된 행위가 종업원 등의 현재 또는 과거의 직무에 속하는 발명을 말한다. 직무발명 보상제도는 종업원의 직무발명에 대한 권리를 기업이 승계하는 대신 발명자인 종업원에게는 정당한 보상을 하는 제도이다. 종업원들의 직무발명은 경쟁력 있는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주된 원천이 되는데 직무발명 보상제도는 여기에 핵심적인 혁신 인센티브로 기능한다.

반대로 직무발명 보상제도가 없는 경우 종업원인 개발자들의 개발 의욕은 어떻게 될지 자명하다. 필자가 실제 경험했던 직무발명 보상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어느 공기업 연구소의 사례를 들어본다. 특허청에서는 발명을 장려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들을 시행한다. 몇 년 전에 필자가 담당하던 지원사업의 홍보를 위해 모 공기업의 기술연구소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지원사업의 내용은 기업이 보유한 특허 중에서 표준특허를 찾아내고 이를 통해 로열티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어느 정도 해당 발명자의 협력이 필요하다. 당시에는 신청 기업이 많지 않아 신청만 하면 지원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몇 번의 접촉 끝에 담당자로부터 연구원들이 지원이 필요 없다고 한다는 응답을 들었다. 처음에는 그런 응답이 황당했다. 회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사업을 기업의 비용부담 없이 지원해 주겠다는데 이를 거부하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참 뒤에야 필자는 그러한 응답의 원인이 직무발명 보상규정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당시 연구원들은 자신들이 개발한 특허권으로부터 회사가 수익을 얻어도 연구원들이 보상받을 수 있는 규정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따라서 지원사업을 신청해 자신들이 개발한 특허권으로부터 수익이 발생하더라도 연구원이 보상받을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한 데다가, 고유 업무 외에도 부가 업무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지원을 거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한편 그 공기업은 연구소에 대해 수익을 내는 연구를 못한다는 탓을 하고 있었는데 필자가 보기에 이는 연구원 탓이 아니다. 하루빨리 직무발명 보상규정을 도입해 연구원들이 자발적으로 수익을 내기 위한 연구를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기술 유출에 대비하려면 기업의 핵심기술은 영업비밀로 유지하기보다는 가능하면 특허권 등으로 보호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다. 아울러 좋은 기술로 유용한 특허권이 많이 나오려면 우리 회사 직원들이 좋은 기술을 개발하지 못한다고 탓하기 전에 정당한 직무발명 보상규정이 마련되었는지부터 먼저 살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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