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올해 3분기 영업이익 3조7372억원, 매출 8조1001억원을 올렸다고 26일 공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각각 21%와 23%로 대폭 증가했으며 올해 누적 영업이익은 9조2555억원을 기록해 연 10조원 돌파가 확실해졌다. 일각에서 기대했던 4조원대 영업이익은 달성하지 못했으나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충분히 흡족한 성적이라는 평가다. 지난 2012년 3조3747억원에 인수한 후 2013년 3월부터 현재까지 누적 영업이익만도 약 24조9000억원이다. 투자대비 7.3배의 이익을 올렸다.

▲ 자료사진. 출처=픽사베이

슈퍼 사이클 제대로 탔다
영업이익 3조7372억원과 매출 8조1001억원은 사상 최대 실적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2분기 452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바닥을 찍었으나 이후 메모리 반도체 슈퍼 사이클(장기호황)에 힘입어 4분기 1조원 돌파, 올해 2분기 3조원 영업이익의 벽을 넘겼으며 3분기에는 3조7372억원을 기록하며 최고성적을 거뒀다.

올해 3분기 기록한 영업이익 3조7372억원은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 3조2767억원보다 높은 성적이다. 매출도 지난해 4조2436억원에 비해 무려 91%나 증가하며 신기록을 세웠다.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훨훨 날았다. D램은 모바일 제품의 계절적 수요 증가와 서버의 수요 강세가 지속되면서 출하량과 평균판매가격은 각각 전 분기 대비 17%, 6% 상승했다. 낸드플래시도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등의 영향으로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16% 증가한 반면 평균판매가격은 고용량 모바일 제품 판매 비중 증가에 따라 전 분기 대비 3% 하락했다.

시장의 분위기도 고무적이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D램 시장 규모는 지난해와 비교해 무려 5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낸드플래시 시장도 35%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중심에서 SK하이닉스는 글로벌 D램 시장 2위, 낸드플래시 시장 5위를 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 반도체 두뇌들을 모으기 위해 경기도 이천시에 짓고 있는 SK하이닉스 연구동.  이번달에 착공해 오는 2019년9월 완공한다. 출처=SK하이닉스

오는 4분기도 실적 청신호가 켜졌다. SK하이닉스는 4분기 메모리시장에 대해 D램과 낸드플래시 공히 클라우드 서비스의 지속 확산 등으로 데이터센터 향 수요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더불어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효과가 지속되며 수요 강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D램 업체들의 클린룸 공간 부족과 차세대 3D 낸드 제품들의 제한적 공급 증가 등의 이유로 4분기까지도 메모리 공급 부족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수요와 공급의 절묘한 균형이 최소한 4분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총 9조6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설비투자에 나서는 한편 대부분의 역량을 4분기에 집중, 슈퍼 사이클의 긍정적인 분위기를 타겠다는 각오다.

나아가 올해 D램 비트그로스를 20% 중반대로 올린 것에 대한 기저효과를 노리는 한편, 낸드플래시는 30% 중후반대로 예상하며 현재의 고무적인 분위기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또 청주 M14 클린룸 2층의 50% 정도가 완공됐으며, 현재 낸드플래시를 양산하고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3% 내외의 점유율만 확보하고 있는 SSD 시장 공략 계획도 일부 나왔다. SK하이닉스는 엔터프라이즈 SSD를 연내 개발하겠다고 밝히며 72단 엔터프라이즈 SSD 개발 계획에 맞춰 내년부터 샘플을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SK하이닉스가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연 10조원 클럽에 성큼 다가선 가운데, 일각에서는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와 눈길을 끈다. 메모리 반도체 슈퍼 사이클 기간에 대한 설왕설래가 심해지고 있는 현재의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은 이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1선급 메모리 반도체 플레이어들이 공격적인 시설확충에 나서면 공급 시장이 과열되어 일종의 치킨게임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아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노리는 중국 업체들이 1.5선급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해 시장 교란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통상적으로 반도체 슈퍼 사이클 주기가 3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다양한 내외부의 변수를 고려했을 때 바로 지금 현재의 활황을 넘어서는 새로운 비전을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시바 인수전 성공...최의 법칙 통하나

메모리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대한 이견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지만, SK하이닉스가 올해 3분기 기록한 영업이익 3조7372억원이라는 수치는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을 뛰어넘은 '역대급 실적'이라는 평가가 중론이다.

그 중심에는 최태원 SK 회장의 뚝심이 있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SK하이닉스의 전신은 한국전쟁 발발 직전인 1949년 세워진 국도건설(주)이다. 이후 1983년 현대그룹이 국도건설(주)을 인수하며 현대전자산업(주)을 설립해 반도체 산업에 진출한다. 당시 현대그룹이 건설회사인 국도건설(주)을 인수해 난데없는 반도체 시장에 진출한 이유가 재미있다.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수 있을 정도의 부지를 가진 곳은 국도건설(주)이 유일했기 때문이다.

현대전자산업(주)은 1985년 256Kb D램을 만들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공략을 알렸고 1999년에는 정부의 빅딜 프로젝트에 힘입어 LG반도체까지 흡수합병했다. LG그룹이 반도체 사업에서 손을 떼는 순간이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위기가 찾아왔고, 결국 2001년 3월 회사 이름을 현대전자에서 (주)하이닉스반도체로 바꿨다. 그해 8월 현대그룹은 (주)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한 경영권 포기 각서를 쓰기에 이른다.

2004년 깜짝실적을 달성하는 등 (주)하이닉스반도체는 자신의 존재이유를 보여주기도 했으나 모기업의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효성그룹과 STX가 인수를 타진하기는 했으나 모두 포기했다. 이 지점에서 SK텔레콤이 2011년 11월 채권단으로부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고 2012년 2월14일, SK가 (주)하이닉스 반도체를 손에 넣었다. 모험에 가까운 빅딜은 최태원 회장의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당시 최태원 회장은 "밤을 새워 반도체를 공부하겠다"는 열의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후 몇 차례의 변곡점이 있었으나 SK하이닉스는 무난히 시장에 안착했다. 2015년 8월 M14 준공식에서 최 회장은 반도체 투자 중장기 플랜을 발표했고, 지난해 12월22일 충청북도 청주에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룹 차원에서 반도체용 특수가스 제조업체인 SK머티리얼즈를 인수하며 반도체 소재 사업에 진출했고 반도체 칩의 핵심 기초소재인 반도체용 웨이퍼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조∙판매하는 전문기업인 LG실트론까지 품에 안았다.

도시바 인수전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에서 검찰의 불기소로 운신의 폭이 넓어지자 올해 4월24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함께 일본으로 날아가 도시바 임원들을 만나기도 했다. 도시바의 미온적인 반응과 일본 정부의 반대, 웨스턴디지털의 딴지걸기를 이겨내고 SK하이닉스가 속한 한미일 연합이 기어코 도시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에 성공한 배경에는 최 회장의 승부수도 한 몫 했다는 평가다.

최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슈퍼 사이클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운용의 묘'까지 보여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물론 최고 성적을 거뒀다고 앞으로도 꽃길만 걸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메모리 반도체 슈퍼 사이클 주기에 대한 설왕설래가 여전한데다 D램 업황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SK하이닉스가 올해 3분기 최대실적을 기록했으나 주가는 장 초반 약세를 보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진짜 승부는 내년인 만큼, SK하이닉스의 성장을 시사하는 최의 법칙이 어떤 방향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