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탤런트, 코미디언 등 예술인들은 전통적으로 출연계약서 없이 주로 구두 요청에 따라 방송에 출연하고 나중에 출연료를 정산하는 식으로 일한다. 계약서를 쓴다 해도 유명무실하다. 방송출연자들의 대부분은 비정규직이다. 출연료를 바로 받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행사주최자의 지불 일정에 의해서 이루어지므로 정확한 일자도 수입금도 불확실할 때가 많다. 빡빡한 일정에 몸값이 하늘 높이 오르기도 하지만 출연료를 흥정하는 경우는 드물고 보통은 주는 대로 받는다. 1920년대 미국의 재즈 공연은 주로 기량 높은 전문 연주자들을 주변에서 섭외해서 단기적으로 공연에 투입하는 식으로 팀이 꾸려지곤 했다고 한다. 이들 단기 연주자들을 긱(Gig)이라 불렀고, 무대에서 자신의 장기나 역량을 뽐낸 대가로 보수를 받는다는 의미로 단기 섭외를 통한 일자리 고용형태가 만드는 경제구조를 긱 경제(Gig Economy)라 부른다. 일정한 월급을 받는 노동자들이 형성하는 정규직 고용시장에 대비해 단기 계약 또는 프리랜서 노동으로 채워지는 비정규직 단기 노동시장을 의미한다.

 

기술발달로 정규직이 줄어든다

최근 인공지능이 발달하면서 미래의 직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일관되게 예측하는 현상은 월급쟁이가 줄어든다는 분석이다. 기술이 발달하면 할수록 기계와 소프트웨어가 감당하는 일들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정규직의 규모가 줄어들게 된다. 모든 역량을 팀 내에 두기보다는 프로젝트에 따라서 일처리에 가장 정통하고 역량이 높은 프리랜서를 발탁해서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방식이 비용도 적게 들고 일의 완성도도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이런 식의 일처리는 연예계뿐만 아니라 출판업계, 디자인업계 등 모든 서비스 비즈니스 업계에 이미 존재하고 있고 점차 그 폭이 제조업으로도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원하는 전문가가 어디에 있고 어떤 전문가가 자신의 프로젝트에 가장 적합한지 등 정보가 부족한 시절엔 고정으로 전문가를 채용하고 교육하고 사내 전문가의 역량에 프로젝트를 맡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주변에 전문가들이 풍부하고 누가 어떤 역량을 갖고 있는지 정보가 많아지면 시장에서 단기계약이나 단발성 위탁으로 외부 전문가를 활용할 수가 있다. 지금까지는 기업의 핵심역량을 제외하곤 모두 전문기업에 하청을 주고 있지만 앞으로는 핵심역량조차도 프로젝트별로 연결의 힘에 의해 전문가를 섭외해서 맡기는 식으로 일처리 방식이 바뀔 것이다.

전문가를 섭외하는 기준은 입소문이다. 전문가가 처리해 왔던 실적물들이 기준이 되기도 하지만 그 업계에서 어떤 평가를 받는가에 따라서 일감이 달라진다. 좋은 평가를 받고 잘 알려진 전문가들은 일감이 쇄도하고 몸값이 치솟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초심자나 혹평을 받는 전문가는 일감이 적어진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자신의 몸값을 올리기 위해 협회에 가입하고 일감을 주선해주는 매니지먼트 기업과 수익을 배분하기로 약속을 하고 계약하게 된다. 이런 매니지먼트 기업이 전문가들을 주선해주는 플랫폼 역할을 해왔다. 전문가들을 수배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놓고 시장의 수요에 맞춰 전문가를 연결해주는 비즈니스다.

초연결사회에선 전문가 매니지먼트를 인터넷 플랫폼기업들이 대신한다. 대표적인 기업이 온라인 프리랜서 고용 및 채용사이트인 업 워크(Upwork)다. 자신이 프리랜서라면 자신의 재능을 프로필로 작성해 공개하고 이상적인 프로젝트를 검색하고 고객의 초대에 응할 수 있다. 모든 웹, 모바일, 소프트웨어 개발업무, 전자상거래나 게임개발 등의 업무, 네트워크 및 시스템 관리 업무, 데이터 과학 및 분석업무, 모든 종류의 엔지니어링 및 건축설계 업무, 광고 디자인 및 비디오 제작 업무, 학술연구조사, 글쓰기, 편집 및 교정, 번역 등 업무, 변호 등 법률지원 업무, 인공지능 개발업무, 고객서비스 지원 업무, 영업 및 마케팅 또는 시장 조사업무, 소셜 미디어 영업 업무, 회계 및 컨설팅 업무에 이르기까지 개인 전문가가 참여할 수 있는 모든 영역이 서비스 대상이다. 서비스 고용자는 프로젝트의 내용을 설명하고 최종 목표를 설정해준 후 예산을 게시한다. 전 세계 전문가들이 게시된 프로젝트에 참여를 신청할 수 있고 상호 요구조건이 합치되면 거래가 성사된다. 즉, 개인과 팀을 대상으로 한 프로젝트 입찰시스템이다. 프리랜서들은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프로젝트에 응모해 계약이 성사되면 서비스를 제공하고 성공을 담보로 보수를 책정한다. 발주자가 작업의 성공을 인정하는 경우에만 프리랜서에게 보수를 지불하며 금전 거래는 플랫폼 사업자가 중계해준다.

 

임시직 중개 사이트가 번창한다

<포춘>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미국 인력의 35% 정도가 프리랜서라고 한다. 많은 기업은 사내에 전문 인력을 고용하는 대신 외부 전문가들을 활용해서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 이런 기업들과 프리랜서들을 연결해주는 인터넷 사이트가 프리랜서 중개 사이트이고 2017년 6월 현재 활성화된 사이트는 79개나 있다고 한다. 가장 일반적인 프리랜서 직업사이트는 업 워크(Upwork)로 거의 모든 부분을 취급하는데 서비스 수수료가 천차만별이다. 서비스 수수료에 불만인 프리랜서는 고정가격과 시간당 일자리를 중계하는 구루(Guru)를 찾는다. 피버(Fiverr)는 프로젝트당 5달러부터 시작하는 잡심부름부터 취급하고, 폴요(Folyo)는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적인 비즈니스 사이트를 연결해주는 중개 플랫폼이다. 아마존도 인력공급 시장에 진출해 있는데, 개인이 제공하는 지능업무를 중개하는 미케니칼 터크(Mechanical Turk)다. 비즈니스와 개발자를 주문형 인력으로 연결해 프로젝트를 완료시키는 플랫폼이다. 뮤즈(Muse)는 전 세계 8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검색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한다. 인력중개사이트 중에는 특정 분야에 특화된 사이트도 있는데 예를 들면 인터넷 개인교습사이트로 튜터닷컴(Tutor.com)이나 체그튜터스(Cheggtutors)는 온라인 가정교사 중개 사이트이다. 전문 작가를 소개하는 사이트도 있는데 온라인 글쓰기(Online Writing Jobs), 메디아브리스토(MediaBristo), 텍스트브로커(Textbroker) 등이 있다.

기술직이나 연구직도 예외는 아니다. 학술네트워크를 통해 박사 후 연구원 자리를 탐색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학이나 연구소들은 이들 임시직을 채용해서 프로젝트를 완성하려는 경향이 높다. 물론 기술의 시장 수요가 높은 데이터 분석기술자나 인공지능 기술자는 단발성 프로젝트보다 기업이 정규직으로 채용하려는 추세다. 스택오버플로(Stackoverflow)는 고용주가 기술프리랜서를 찾을 수 있는 인기 있는 직업게시판인데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낸 정규직 채용공고가 가득하다. 물론 프리랜서 연구자들을 단발성 또는 단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과 IT프로젝트에 참여하도록 중개해주는 사이트가 더 많다. 예를 들면 솔로긱(Sologig)은 개인 전문가를 프로젝트와 연결해주는 사이트이고 긱스터(Gigster)는 최고의 기술자들만을 엄선해서 소개하므로 고급 프로젝트를 프리랜서들만으로도 성공시킬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랩메이트(Labmate)는 생명공학 전문가들을 연결해주는 사이트로 바이오의약품회사와 투자회사에게 최상위전문연구기관에 근무하는 전문과학자들이 부업으로 개인연구를 주선하는 전문기술플랫폼이다. 많은 연구자들이 임시직으로 대학에서 박사 후 과정이나 겸직교수로 연구 활동을 하지만 원격으로 프로젝트를 맡아서 처리해주기도 한다. 국내에선 주로 연구팀으로 참여하지만 서구 사회에선 개인연구자가 프로젝트의 일부를 하청받아서 수행하는 사례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인기 있는 전문분야를 제외하고는 많은 기관들이 정규직으로 연구원들을 채용하길 꺼린다. 따라서 이 대학 저 대학의 박사 후 과정을 떠돌면서 임시직으로 세월을 보내는 박사들이 너무 많다. 제대로 직업을 찾지도 못하고 대학 근처에서 장기간 머무르다 보면 의욕도 상실하고 자신의 전문영역을 벗어난 프리랜서 업무에 매달리는 사람들도 많다. 여러 분야의 부전공을 갖지 않으면 수입이 부족해진다.

 

여러 종류의 악기를 능숙하게 다뤄야만 살아남는다

긱 경제란 전문가에게 자유로운 일자리 선택권을 준다고 해설하지만 사실은 수입이 불규칙하고 안정적 생활이 어렵게 된다. 자신이 좋아하고 갈고 닦은 재능을 살릴 수 있는 일은 줄어들고, 시장이 요구하는 허드렛일들을 처리하거나 생소한 일들을 새로 학습해서 다양한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면 일거리가 많지 않게 된다. 4대 고용보험의 울타리에서 벗어난 환경 속에 처해 있는 프리랜서들의 인권이 점차 문제가 된다. 일 때문에 다치거나 병들어도 상해보험이나 고용보험 혜택이 없다. 수입이 없는 기간이 길어지면 의료보험이나 국민연금을 내기도 힘들다.

인공지능이 발달하고 소프트웨어나 자율자동기계가 일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하면 고용직은 점차 사라지고 온라인 일자리만 남게 된다. 기업들은 프로젝트 사업 중심으로 운영되고 전문 인력을 외부에서 조달하는 비중이 높아지게 된다. 일반 행정업무 종사자는 물론이고 전문 기술업무 종사자들도 줄어든 일자리에서 밀려나와 온라인 일자리 중개 사이트에 몰려들게 된다. 인력으로 처리해야 할 프로젝트는 줄어들고 프리랜서 전문 인력 수는 늘어나게 되면 당연히 입찰가는 낮아진다. 무대에 올라선 공연 연주자가 객석을 바라보며 당황하거나 겁내서는 생존하기 힘들다. 객석의 고객이 기대하지 못했던 훌륭한 연주를 하거나 여러 종류의 악기를 연주할 줄 알아야 한다. 모든 프리랜서는 세상의 변화에 맞춰 자신의 재능을 갈고 닦아야만 생존할 수 있게 된다. 무대에 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관객으로부터 ‘좋아요’ 클릭(Click)을 받지 못하면 도태된다. 미래는 남다른 묘기를 갖추고 무대를 쥐락펴락하는 전문가들만이 생존할 수 있는 전문가 공연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