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태양광 시장은 계속된 성장세가 조금씩 조정되고 있는 분위기다. 올해 상반기 태양광 설치량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고, 연말까지는 소폭 성장하는 데에서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원인은 전 세계 태양광 수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과 미국 시장의 정체 때문이다. 두 지역의 태양광 산업이 숨고르기를 하는 사이에 동남아, 중남미 등 개발도상국 시장에서 태양광 수요가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 미국 태양광 시장 현황과 전망(출처=블룸버그)

미국, 주택용 태양광 시장 과포화됐으나 산업용 설비 수요로 유지

미국에서는 지난 1분기 기준으로 태양광 패널 설치량이 전년 대비 2% 줄어들었다. 가장 큰 원인은 주택용 태양광 때문이다. 2017년 1분기 기준으로 주택용 태양광 설치량은 563㎿(메가와트)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나 줄었다. 태양광 업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뉴멕시코 등의 경우 가정용 태양광 설비가 보편화되면서 ‘더 개척할 구역이 없는 시장’이 되고 있다.

가정용 태양광 시장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미국 에너지업계는 치열한 환경이 됐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최근 발표된) 태양광 설비 세이프가드는 미국 주택 태양광 시장이 과포화되면서 현지 업체들의 우려가 깊어지자 정부 차원에서 발동한 고육지책”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관계자는 “만약 미국 주택 태양광 시장이 계속 활성화되는 중이었다면 절대로 외국 상품을 막을 리 없다”고 주장했다.

태양광 전문가인 강창근 이젠파트너스 팀장도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강 팀장은 “미국 정부도 에너지 수출입 관련해서 정책을 내놓기에는 부담이 크다”며 “자국 업체들이 설 자리를 잃어버리고 있고 보조금의 기여 비중도 줄어들고 있어서 미 통상당국이 나설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산업용 태양광 수요는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22년까지 태양광 설비에 대한 투자세액공제가 계속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또 재생에너지 의무공급제도를 뜻하는 RPS 지원도 산업용 태양광 수요의 원인이다. 또 미국에서는 주 정부와 기업, 개인이 태양광 패널에 대해 전력구매계약을 체결하면 20년 동안 전기 요금을 고정 가격으로 지불할 수 있다.

중국, 보조금 편익 줄어들어

중국 시장은 국가 주도로 태양광 설치를 지원하다가 2017년 발전차액지원금이 삭감되면서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발전차액지원금은 국가가 고정 가격을 정해놓고 시장 가격이 고정가를 하회할 경우 차액을 보조금으로 지급하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에는 중국 시장 내 태양광 설비가 34GW(기가와트) 설치됐지만 올해에는 30GW 수준에 그치고 있다. 2010년 이후 처음으로 태양광 설치량이 줄어들었다. 전 세계 태양광 공급의 8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서 태양광 설치량이 감소했다는 것은 이외 시장에도 큰 지각변동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강 팀장은 “중국의 징코 솔라(Ginko Solar)가 한국의 신성솔라 부품을 장착해 미국 시장에 수출하려다 제지당한 사건이 있었다”며 “자국 시장 안에서 태양광 설비 초과 공급 현상이 생겨나면서 잔여 물량을 해외로 털어내려다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뛰어 넘는 인도산 태양광 모듈 업체도 나온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한때는 태양광 부품을 가장 쉽게 조달할 수 있는 시장이 중국이었지만, 이제는 그 중심이 또 다른 개발도상국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 세계 신재생에너지 시장 현황과 전망(출처=New Energy Finance)

한화큐셀, 개발도상국 대형 태양광 프로젝트 잇따라 수주

지난해 하반기 이후 태양광 제품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관련 기업 실적은 악화되고 있었다. 퍼스트 솔라, 캐네디언 솔라와 같은 글로벌 부품업체들은 매출이 20% 가까이 줄었다. 반면에 징코 솔라와 한화큐셀은 가격 경쟁력 때문에 매출이 오름세를 보였다. 전체적으로 선진국 태양광 산업에 불확실성이 생기면서 기업들은 신흥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 태양광 업체 중 대표기업인 한화큐셀은 터키 태양광 사업을 시작하면서 개발도상국 대형 태양광 사업을 적극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큐셀은 지난 3월 터키 중부 내륙지역인 코니아주에 들어서는 태양광발전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 발전소는 1GW 규모로 투자금액이 1조5000억원 규모다. 초대형 급 태양광 발전소로 터키 발전사인 칼리온에너지 컨소시엄과 한화큐셀이 50%씩 지분을 나눠 갖는 프로젝트다.

한화는 앞으로 1년 내에 연간 500㎿ 급 생산설비를 구축해 발전소에 들어갈 모듈을 제작하고 30년간 발전소를 운영하며 매출을 발생시킬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미국 정부의 태양광 세이프가드 조치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개도국 사업 수주로 조금씩 성장세를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터키 이외에는 인도가 가장 유망한 태양광 시장이다. 인도는 올해 태양광 시장 규모가 9GW를 넘어설 것으로 보이며, 모디 정부의 전력 산업 성장 정책 덕분에 태양광 비중이 점점 강화될 전망이다.

▲ 터키의 초대형 태양광 발전소(출처=Phoenix Solar)

앞으로 글로벌 태양광 시장은

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태양광 설치량은 지난해와 비슷한 45GW(45개 원자력발전소 전력생산량) 수준으로 예상된다. 태양광 발전단가 하락으로 선진국 시장에서는 다소 매력이 감소하고 있고, 인도나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에서는 태양광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개도국들은 화력이나 원자력 등 전통 에너지 인프라를 건설하기에 여력이 없고 송배전망을 건설하기도 어려워 태양광과 같은 분산형 전원이 유리하다.

태양광 업계는 2019년까지 전 세계 태양광 시장이 조정세를 거친 뒤 2020년부터는 성장해 2023년 전후로 연간 100GW를 넘는 시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불완전한 에너지 공급에도 불구하고 가장 깨끗한 에너지원이라는 점이 태양광 발전의 강점이다. 또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이슈 때문에 석탄화력발전이 비판받고 있는 점도 태양광 발전의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