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신재생에너지 보조금을 줄이고, 미국 태양광 업계도 산업 위축을 우려하며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 산업이 조정 또는 보합세를 보이는 반면, 인도에서는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를 국가적인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인도의 모디 정부는 각 지역에 대규모 태양광발전단지를 조성하고, 국내 자본과 해외 자본을 유치하는 한편, 아주르 파워나 타타 파워 같이 사기업들의 시장 진출을 격려하고 있다. 2022년까지 인도의 태양광 발전 설비용량은 100GW(기가와트)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투명하지 못한 인도의 정부 관행, 전력거래 인프라 등의 여건을 고려해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인도 구자라트 주의 태양광 시설에서 패널을 청소하는 장면(출처=DW.com)

태양광, ‘모디노믹스’의 핵심 아이템

모디 현 인도 총리는 2001년부터 2013년까지 구자라트주 총리로 재직하면서 태양광 산업을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구자라트주는 인도 내에서 농업 비중이 제일 높으면서 가난한 지역이다. 화력, 원자력 등 집중형 전원이 아니라 지역마다 분산형 전원으로 직접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광 발전 방식이 적합한 지역이기도 하다. 모디 총리는 2009년 구자라트주 내에 대형 태양광 발전단지를 만들고 0.9GW의 발전용량 규모로 시설을 설치했다. 당시 인도 태양광 발전용량이 2.2GW였던 것을 고려하면 3분의 1을 넘는 수치다. 이로 인해 구자라트주는 90%가 넘는 전력공급률을 자랑하게 됐다. 아직까지 인도 전체 전력공급률은 70%에 못 미친다.

모디 총리는 2017년까지 8%대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지난해에는 이 수치가 지켜졌다. 그러나 올해 들어 500·1000루피대의 화폐 통용을 중단하고 신권으로 유통하게 하는 화폐개혁을 단행하면서 경제성장률은 7%대 초반으로 내려앉았다. 매년 늘어나는 7%대의 소비성장률이 인도 경제를 지켜주고 있지만 실질임금상승률은 2.5%대에 불과하다. 따라서 전력 분야의 성장을 통해 제조업 가동률을 늘려야만 인도 경제의 성장세를 지켜낼 수 있는 국면이다.

태양광은 인도의 부족한 전력 공급 사정에 단비를 내려 주는 통로와도 같다. 인도 내 석유 가격이 아직 정부에 의해 통제되고 있을 뿐더러 석탄·가스·전력 가격도 관(官)의 통제 하에 있어 그나마 태양광과 같은 재생에너지 산업이 운신의 폭이 넓은 편이다.

모디 총리는 2014년 취임하며 전력·석탄·신재생에너지부를 만들었다. 태양광은 고질적인 인도 에너지업계의 부패와 정체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리고 인도 정부는 농업과 비료 부문에 대해 저가 에너지 정책으로 보조해주고 있는데, 지역 분산형 전원인 태양광이 이 정책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세계 최대 태양광 발전시설인 인도 타밀 지역의 발전소(출처=Hindustimes)

2022년까지 100GW로 태양광 발전량 증가

모디 정부는 2015년 “2022년까지 100GW 규모로 태양광 발전량을 늘이겠다”고 발표했다. 이 목표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앞으로 2640억달러 규모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인도의 전통 은행들은 에너지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고 불확실성을 기피해 해외 자본 조달이 불가피하다. 한국을 비롯해 외국계 은행들이 인도 태양광 투자에 관심을 가질 만한 부분이다.

인도는 공공기관인 신재생에너지청(IREDA)을 ‘그린뱅크’(Greenbank)로 바꿔서 청정 에너지 개발을 위한 자금 조달을 하고 있다. 미국·호주·일본·영국 등에서 검증이 된 모델이다. 그린뱅크는 해외 투자자들의 대형 자본을 유치하고 사업자들에게는 장기 저리 투자 또는 대출이 가능해 공공성 보장에 유용하다. 그리고 시중 상업은행보다 공적 자금을 활용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 투자자 입장에서도 인도 태양광 사업에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그린뱅크와 같이 안정성이 보장된 기관에 간접 투자를 하는 것이 낫다.

김윤형 한국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개발도상국 투자 시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가 상환 가능성에 대한 평가인데, 공적 자금을 활용 가능한 펀드가 있다면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김 교수는 “시중 상업은행보다 자본 비용도 적고 위험도 적기 때문에 인도 태양광 투자 시 논란의 소지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타타 파워, 아주르 파워 등 태양광 강자도 나타나

인도 공기업뿐만 아니라 사기업들도 태양광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타타 파워는 모회사가 타타 그룹으로 인도에서 제일 큰 기업이다. 타타파워는 현재 1만613㎿의 전력을 인도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그중 태양광 발전량은 933㎿다. 타타그룹은 2011년부터 호주 수 에너지(Su Energy)와 협력해 수상 태양광 발전 사업을 하고 있다. 타타 파워는 인도 국내뿐만 아니라 호주 시장의 태양광 발전 사업에 직접 투자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 1989년부터 영국의 BP와 합작 투자 사업 경험을 갖고 있는 것도 타타 파워만의 강점이다.

아주르파워(Azure Power)는 한화 큐셀과 인도 국내에 합작법인을 세울 정도로 과감한 기업이다. 아주르파워는 2008년에 설립된 이후 10년 동안 인도 국내 18개 주에 1000㎿가 넘는 태양광 설비를 설치했다. 한화큐셀은 아주르파워의 성장세에 주목하고 지난 2015년 합작법인 설립과 함께 안드라프라데시주에 50㎿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짓기로 했다. 안드라프라데시주는 인도 안에서 광량(光量)이 가장 풍부한 지역으로 소프트뱅크 에너지가 이 지역에 투자하기도 했다. 모디 정권의 핵심 사업인 대형 태양광 발전 단지가 안드라프라데시의 쿠물(Kumool) 지역에 지어지고 있다. 발전 용량은 900㎿ 규모다.

인도 태양광의 가장 큰 장점은 ‘넓은 국토와 일조량’

인도 태양광 시장의 가장 큰 장점은 발전 설비를 설치하기에 풍부한 땅이 있다는 점과 일조량이 풍부하다는 점이다. 인도는 연중 300일 동안 하루 평균 일조량이 5~7Kwh/㎡(킬로와트시 퍼 제곱미터) 수준으로 전 세계에서 태양광 발전 효율이 제일 높다. 인도는 적도와 가까운 데다 열대 기후이기 때문에 1년 내내 태양광 발전소를 돌리기에 적합하다. 지역 면적의 60%인 사막지대(라자스탄주)도 있고, 남부의 타밀 지역은 648㎿ 규모의 태양광 산업단지가 지어지고 있다. 설비를 설치할 만한 땅도 넓은 셈이다.

그러나 전문가에 따르면 인도의 강점이 단점이 될 수도 있다. 강창근 이젠파트너스 팀장은 “인도는 국토가 넓어 현대적 개념의 송배전망이 마을 곳곳에 미치지 못하는 국가”라면서 “계통에 접속하기 위한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에 정부 인허가 과정의 불확실성도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강 팀장은 “국내 대기업들이 인도 정부와 접촉할 때 전력 판매 관련 현지 규제 등 의외의 진입장벽을 만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윤형 한국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인도 등 개발도상국은 전력거래 자유화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생산된 전기를 전력 당국에 판매하는 과정에서 리베이트 수수 등 각종 요구사항이 잇따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