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대책이 부채 증가율을 낮추는데만 초점 맞췄을 뿐,  채무자에 대한 현실적 구제방안은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가 24일 가계부채 종합 대책을 내놓았다. 문재인 정권초부터 준비했고, 두차례이상 발표를 늦춰가면서 뜸을 들인 것치고는 부족감이 크게 느껴진다는 평가다.

큰 틀에서 한계차주를 구분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가계부채의 향후 방향성을 가늠했을 때 우려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

가계부채의 문제는 가계 소득이 채무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점과 현재 진행형의 채무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라는 점에 있다. 이미 발생한 채무 앞에서 정부 대책이 뚜렷하지 못하다는 평가다.

관련 시민단체와 파산법조계는 일관되게 제기했던 질문들이 있다.  이들은 ▲정부는 신용회복위원회의 상환기간을 8년에서 5년으로 단축할 수 있는가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에 앞서 연체기간 동안 압류를 막을 수 있는가 ▲정부는 개인회생과 신용회복위원회의 생계비 책정에 있어서 생활이 가능한 생계비를 보장할 수 있는가▲채무자가 최소한의 자산을 보유할 수 있는 상태에서 채무조정이 가능한가 ▲연체 전 채무조정에 있어서 대폭적인 채무 탕감이 이뤄질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이에 대해 이번 정부의 정책은 질문의 핵심을 일제히 비껴갔다는 주장이다.

채무상담과 재무 설계 상담을 하는 사회적 공헌기업 '희망을 만드는 사람들' 서경준 부장은 "이번 대책은 정부가 채권자 중심의 사고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 본부장은 가계부채 대책이 가계부채의 총량과 부실채권을 회계상으로 정리하는데에 집중한 나머지, 채무자의 현실적 문제를 도외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계 채무자의 본질적인 문제는 삶의 질을 후퇴시키지 않으며 어떻게 채무조정을 할 것인가에 있다"면서 그 점에서 정책적인 고려가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정부 대책안에 의하면 상환능력이 양호한 B그룹은 전체 가계부채 차주중 313만 가구(29%), 부채총액은 525조 원(39%)에 해당한다. 이들의 한계 상황이 현실화할 경우 국민 경제가 휘청거릴 수 있다고 우려되는 계층이다.

정부는 이 그룹에 대해 중금리의 대출을 확대하는 한편, 연체 발생 전이라도 채무조정이 가능하도록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들에 대해서도 대폭적인 채무 경감과 안정된 생활 유지를 제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B그룹에 대해서 채무 탕감과 감면이 선제적으로 이뤄지고 자산과 가처분 소득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줘야한다는  것.

이 같은 문제는 파산과 회생 절차에 관한 정책에서도 마찬가지다. 개인회생은 최저생계비만을 가지고 생활하도록 하는 채무조정 제도다. 개인파산은 약 3000만 원의 전세보증금만을 재산으로 보유할 수 있다. 개인회생을 거쳐간 채무자의 3분의 1이 중도에 회생을 포기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통계다.

법적 채무 조정 과정에서 채무자가 한계 상황에 직면하는 것을 방지해야 하는 정책과 입법이 필요하다.

한국 파산회생 변호사회 김준하 사무처장은 "현실성 없는 최저생계비와 파산절차에서 보유할 수 있는 면제 재산 범위를 현실화해야 한다"라며 "정부 법안으로 국회에 발의하는 대안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