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지난달 제2 본사(HQ2) 유치를 선언하자 미국과 캐나다 주요 도시가 경쟁에 나섰다. 기업을 중심으로한 생태계 구축이 경기 변화와 상권 활성화 효과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흡사 인건비와 비용 절감을 이유로 해외로 나간 자국 기업이 다시 국내로 돌아오는 리쇼어링(Reshoring) 현상의 도시 버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아마존 시애틀 본사.출처=씨엔엔테크

미국 경제매체 CNN테크는 23일(현지시간) "미국과 캐나다 등 주요 도시가 시애틀에 본사를 둔 아마존의 제2 본사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면서 "H2Q 유치를 위해 제안서를 제출한 도시는 북미 238개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 아마존 제2 본사 유치에 238개 도시가 입찰 제안서를 제출했다.출처=아마존

제프 베저스(Jeff Bezos)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HQ2를 시애틀 본사와 완전히 동등하게 만들고자 한다"면서 제2 본사 계획을 밝혔다.

아마존은 지난달 7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두 번째 본사 건설 계획을 공개했다. HQ2 제안서에 따르면 아마존은 인구 100만명 이상이 거주하는 대도시면서 안정적이고 친기업 환경과 우수한 기술 인재를 갖춘 곳을 선호한다. 또 아마존은 제2 본사가 국제공항과 45분 거리에 있어야 하고 기차나 지하철, 버스로 접근이 용이한 곳이어 한다고 밝혔다. 또 본사 유치를 위해 800만ft2(약 74만m2)의 면적과 다양한 부동산 혜택을 요구하기도 했다.

아마존은 하와이, 아칸소, 와이오밍, 몬태나 등 6개 주를 제외한 모든 주의 도시들이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아마존 본사 유치를 위해 주지사들도 적극 나섰다. 크리스 크리스티(Chris Christie) 뉴저지 주지사는 아마존에게 10년간 세금 70억달러(약 7조9000억원)를 감면해주겠다고 말했고 조지아 주 스톤크레스트시는 시 명칭을 아마존시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또 미국 애리조나 주에 있는 투손시는 아마존에 거대한 선인장을 보내고 뉴욕시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아마존의 상징 색인 오렌지 조명으로 장식하는 등 각 도시의 강점들을 내세웠다.

아마존 유치를 위해 주요 도시들이 적극 나선 이유는 아마존이 제2 본사를 위해 해당 지역에 50억달러(약 5조6000억원)을 투자하고 약 5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2010년 시애틀로 본사를 옮긴 후 37억달러(약 4조2000원)를 투자하고 약 4만명을 고용했다. 이들에게 지급한 임금만 250억달러(약 28조원)를 넘는다고 한다. 지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간 시애틀 인구는 약 11만명(15.4%)이 늘었다. 오늘날 기업을 중심으로 형성된 도시 발전이 경기침체와 급증하는 실업난 추세를 극복하고 지역경제 활성화 한 것이다.

▲ 아마존 본사 경제효과 비교.출처=이코노믹리뷰 DB
▲ 미국 시애틀 인구수 변화.출처=이코노믹리뷰 DB

아마존은 시애틀 본사 인근에서 무료로 바나나를 제공했다. 사람들은 매일 바나나를 공짜로 얻게 되자 주변 상권에는 변화가 생겼다. 식료품가게는 바나나를 취급하지 않거나 문을 닫기도 했지만 손님을 유인하기 위해 바나나와 함께 곁들일 수 있는 음료나 음식을 준비했다. 이에 근처 유제품 매장이 때 아닌 호황을 맞았다고 한다. 아마존이 무료로 제공한 바나나로 주변은 핫플레이스가 됐다. 아마존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소비한 바나나만 약 200만개에 이르렀다.

▲ 아마존이 시애틀 본사 주변에서 무료로 바나나를 나눠주고 있다.출처=아마존 영상 캡쳐

업계에서는 아마존 제2 본사 유치에 부작용도 나올 수 있다고 예상한다. 아마존 본사로 선정된 도시는 부동산 가격이 올라 임대료 상승과 거주민 강제 퇴거 압박 가능성도 있다. 아마존이 7년 전 시애틀에 본사를 자리잡은 후 주택가격은 약 83% 상승했고 주택임대료는 약 47% 상승했다.

아마존은 제2 본사 입찰과 관련해 내년 초 최종 선정하고 2019년에 공사를 시작한다며 구체적인 계획은 내놓지 않고 있다.

아마존 외에도 미국 주요 기업들에게 사옥은 건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IT기업 애플은 지난 9월 스티브 잡스 (Steve Jobs) 애플 창업주와 아이폰(iPhone) 출시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애플 파크(Apple Park)라고 불리는 신사옥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쿠퍼티노 지역에서 공개했다. 애플은 신사옥과 최신 스마트 기기를 동시에 공개해 의미를 더했다.

▲ 애플 신사옥 애플파크.출처=던컨 신필드 영상 캡쳐

IT기업 구글은 최근 캐나다 토론토시에 도시 구상 계획을 공개했다. 구글은 약 324만m2에 이르는 면적에 무선통신망을 이용해 초연결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구글의 도시개발 사업 계열사 사이드워크 랩스(Sidewalk Labs)는 건물과 주택, 거리에 센서를 설치해 각종 편의 시설을 제공하고 IT 첨단 도시 인프라를 갖춘다.

▲ 개방형 디지털 인프라를 갖춘 스마트도시 개념도.출처=사이드워크랩스.

에릭 슈미트(Eric Schmidt) 알파벳 회장은 토론토 시의 스마트 도시를 테스트베드형 도시로, 미래도시의 상징이 되기를 바란다며 기대를 드러냈다.

도시들은 기업 유치에 목메는 이유는 인프라가 개발되고 상권이 발전될 뿐 아니라 랜드마크 도시로 성장 할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