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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시험, 윤리와 통계학의 교차점] 임상시험 윤리 경찰관
이영작 (주)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서비스 대표  |  jacklee@lskglobal.com  |  승인 2017.11.14  07:20:37
   

임상시험은 윤리와 통계학의 교차점이라고 하지만 실은 윤리가 우선한다. 그 이유는 역설적으로 과거 임상연구 또는 의학 연구라는 미명 아래 인권과 윤리가 자주 유린된 것에 있다. 한 예가 악명 높은 일제(日帝) 731부대의 인체실험이다. 다시는 임상연구가 죄 없는 희생자(Innocent Victims)를 만들어내면 안 된다는 동기에서 미국 ‘의학과 행동 연구 참여자 보호를 위한 국가 위원회’는 1978년 벨몬트(Belmont) 보고서를 발행하고 임상시험 윤리강령의 세 가지 핵심 원칙을 발표했다.

첫째, 사람에 대한 존중이다. 임상시험 참여를 강요할 수 없고 자발적 참여 동의가 전제되며 연구자는 정직하고 속임수를 쓰면 안 된다는 원칙이다.

둘째, 참여자를 해로움에서 보호해야 한다는(Beneficence) 즉, ‘해를 끼치지 않는다(Do no harm)’는 원칙으로, 혜택은 최대화하고 위험요소는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셋째, 정의(正義)다. 임상시험 참여자에 대해 혜택과 위험요소를 고려해 공정하게 선택한다는 원칙이다.

벨몬트 3원칙 윤리강령 준수를 위해 첫째, 독립적 윤리 위원회(IEC)·의학연구심의위원회(IRB)가 도입되어 모든 임상연구는 반드시 IEC·IRB 승인을 사전에 받는다. 둘째, 임상시험 참여자 동의제도(Informed Consent)가 도입되어 임상시험 참여자는 참여 결정 전에 설명과 설명서를 통해 해당 임상시험에 관련된 정보를 제공받고, 서명과 서명 날짜가 포함된 문서에 본인이 자발적으로 참여함을 확인하는 절차를 밟는다. 어떤 강요도 있어서는 안 되고 참여를 거부했다 해도 어떤 불이익도 있어서는 안 된다.

참여자 동의 절차를 거쳤다고 해서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전에 검사와 진단과정을 거쳐서 자격 여부를 결정한다. 참여자의 개인정보(Privacy)가 보호돼야 하며 임상시험 약물이나 절차(Procedure) 때문에 신체적 또는 건강에 해를 당하면 제약사(Sponsor)가 치료책임을 진다. 암 등 치명적 질환이라 할지라도 참여자는 임상시험에서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임상시험 윤리는 임상시험 참여자뿐만 아니라 의약품에 노출될 미래 환자들의 안전과 복지도 책임진다. 임상시험은 법과 규정과 임상시험관리기준(GCP, Good Clinical Practice)을 반드시 준수하고 IEC·IRB에서 승인받은 대로 진행해야 하며, 계획 변경이 있을 때는 반드시 재승인을 받아야 한다. 데이터와 보고서를 IEC·IRB에 제출한다. 벨몬트 윤리강령과 GCP를 따르지 않는 경우 임상시험 참여자와 미래 환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엄한 처벌을 내린다.

2007년 4월 19일자 세계 최고 권위의 의학연구학술지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2003년 항생제 Ketek 임상시험에서 일어난 조작 사기 사건이 상세하게 소개됐다. 조작의 주인공 Maria Anne Kirkman Campbell 박사는 2004년 3월 24일 57개월 징역, 55만7251달러 벌금, 제약사인 Aventis에 92만5774달러를 배상하라는 형을 받았다.

Campbell 박사는 벨몬트 윤리강령을 위반했다. 참가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환자를 등록했고, 환자를 조작해 등록했다. 임상시험 참여자 동의과정도 없이 환자를 등록했고, 임상시험 전에 받아야 하는 검사와 진단과정도 없이 임상시험에 해당하는 질환이 있다고 환자에게 통보하고 등록했다. 혈액 샘플도 위조하고 환자의 재방문, 임상시험 완료 여부도 조작했다.

Ketek 임상시험에 2만4000명의 환자가 참여했고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10여명 내외의 환자를 등록했지만 Campbell 박사는 400여명의 환자를 등록했다. 환자 1인당 400달러를 받았으며 등록된 환자 모두 임상시험을 마친 것으로 위조했다. 이런 위조·조작 행각이 드러나면서 21개의 범죄행위로 기소되었고 유죄판결을 받았다. Campbell 박사는 눈 앞의 작은 이익 때문에 자신의 환자를 위험에 빠뜨리는 배임을 했을 뿐 아니라 미래 환자들의 안위도 위협하는 범죄 행위에 대해 정부가 엄벌에 처한 것이다.

임상시험 선진국 미국에서 이런 일이 최근에 발생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지만 환자의 조작과 데이터의 위조가 가져오는 그 충격은 대단하다. 국내에서는 Campbell 박사가 저지른 것과 같은 범죄행위가 아직 보고된 바는 없지만 데이터의 조작과 위조 가능성은 상존한다.

국내 제약업계는 해외 임상시험 용역을 대부분 명성이 높은 대형 다국적 CRO에 주는 경향이 있는데, 세계적인 명성이 임상시험 윤리를 반드시 보호하지는 않는다. 세계 굴지의 CRO가 말썽이 된 Ketek 임상시험을 담당했다. 최근 제약회사들은 국내 임상시험에서 담당 CRO와 별도로 임상시험을 점검(QA)한다. 국내 제약사의 해외 임상시험에도 별도의 품질관리와 QA를 하도록 하는 예방조치가 요구된다.

데이터 위조와 환자관련 조작 행위 방지를 위해, 미국 정부는 1980년대 CRA(임상시험 모니터요원)가 임상시험을 모니터링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조작 위조 비리의 위험과 유혹으로부터 임상시험을 보호하기 위해 CRA와 점검담당자(QA Auditor)가 임상시험 윤리경찰관 역할을 하면서 임상시험 윤리를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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