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벤치마크 원유가격이 23일(현지시각)이라크와 쿠르드 자치정부간 갈등에 따른 공급 차질에 강보합으로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과열됐다며 조만간 조정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날 선물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2월 인도분은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20일에 비해 0.12%(6센트) 상승한 배럴당 51.90달러에 장을 마쳤다.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글로벌 기준유인 북해산브렌트유 12월 인도분은 0.7%(38센트) 내린 57.37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유가는 산유국 카르텔인 석유수출국기구(OPEC)이 주도하는 하루 180만배럴의 감산합의 이행률이 높은 데다 OPEC 2위 회원국인 이라크 공급 차질 탓에 강보합으로 마감했다.

감산합의에 참여하는 OPEC과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의 감산합의 이행률은 지난달 120%로 추정됐다. 여기에 OPEC이 21일 “원유시장 재균형을 위한 모든 옵션이 남아 있다”며 내년 3월 말로 종료될 예정인 감산합의를 내년 말로 재연장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를 높여 유가를 배럴당 50달러대에 안착시켰다.

이라크 북부 유전지대에서 이라크정부와 쿠르드자치정부간 충돌로 공급 차질이 빚어진 것도 유가를 떠받쳤다. 쿠르다산 원유는 평소 하루 60만배럴이 수출됐지만, 최근에는 하루 25만5000배럴 정도로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금융시장 전문 매체인 마켓워치는 미국의 채굴활동 둔화도 유가를 지지하는 요소로 꼽았다. 유전정보 서비스 업체인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지난 20일까지 한 주간 미국에서 가동 중인 원유채굴장비의 전주에 비해 7개 준 736개로 집계됐다. 이로써 가동 중인 원유채굴기 숫자는 3주 연속 줄면서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원유채굴장비 가동 숫자가 준 것은 생산이 줄고 공급이 줄 것임을 예고한다.

독일 투자은행 코메르츠방크의 분석가들은 이날 마켓워치에 “미국의 원유생산이 최근 유가를 제한해왔다”면서 “앞으로 몇 달동안 채굴활동이 상당히 증가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술 분석가들은 배럴당 54달러가 완고한 저항력을 보여 WTI는 박스권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진단한다.

코메르츠방크 분석가들은 “미국 원유생산의 경우 내년 상반기에 사상 최고치인 하루 1000만배럴에 이를 수 있다”면서 “두 유종 가격, 특히 브렌트유는 과열돼 있어 조만간 조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