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고령화에다 독신가구가 증가하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국내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해 반려동물을 의미하는 ‘펫(pet)’과 가족을 뜻하는 ‘패밀리(family)’가 합쳐진 ‘펫팸족’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사랑하는 가족 구성원의 일부분일지라도 면역력이 약한 어린 아이나 환자, 노인이 있는 가정이라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반려 동물을 통해 질병이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광견병
사람에게 가장 친숙한 반려동물은 ‘반려견(犬)’이다. 반려견의 질병 중 사람에게 가장 큰 해를 입히는 질병은 광견병이다. 애완견의 경우 예방접종을 많이 하기 때문에 광견병의 위험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들개나 밖에서 키우는 실외견(室外犬)뿐만 아니라 집에서 키우는 개도 체내에 광견병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대개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야생동물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되는데, 전 세계에서 광견병을 전파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되는 동물은 집에서 기르는 애완견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의 침 속에 광견병 바이러스가 있으며, 광견병에 걸린 동물이 사람이나 다른 동물을 물었을 때 감염 동물의 침 속에 있던 바이러스가 전파된다.

광견병 바이러스에 노출된 후 증상이 나타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적으로 바이러스에 노출된 후 1~2개월 뒤이다. 초기에는 발열, 두통, 무기력, 식욕 저하, 구역, 구토, 마른 기침 등이 1~4일 동안 나타나며, 이 시기에 물린 부위에 저린 느낌이 들거나 저절로 씰룩거리는 증상이 나타나면 광견병을 의심할 수 있다.

▲ 최근 서울 유명 한식당 한일관 대표 김 모씨(여·53)가 가수 슈퍼주니어 멤버 최시원이 기르는 프렌치불독 '벅시'에게 물린 후 엿새만에 패혈증으로 숨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를 비롯한 동물의 침 속에는 농도 짙은 세균이 포함돼 있어 물려 상처가 나면 균에 오염되고 드물게는 전신적인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사진 출처= 최시원 SNS

이 시기가 지나면 흥분, 불안이나 우울 증상이 나타나고, 음식이나 물을 보기만 해도 근육, 특히 목 근육에 경련이 일어난다. 의료계에 따르면 환자의 80%는 물을 두려워하거나 안절부절못하는 등의 증상을 나타낸다. 병이 진행되면서 경련, 마비, 혼수상태에 이르게 되고 호흡근마비로 사망한다.

박테리아
반려견에 있는 박테리아가 인간에게 감염되면 급성 장염, 식중독, 심각하면 패혈증을 유발할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최소 39명의 사람이 애완동물 가게에서 구입한 강아지로부터 박테리아에 감염됐다고 지난 9월 발표했다. CDC에 따르면 미국 7개주에 거주하고 있는 39명이 장염과 식중독을 일으키는 캄필로박터(Campylobacter) 균에 감염돼 설사, 복통, 발열을 일으킨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오하이오주에 있는 애완동물 가게 체인인 펫랜드(Petland)에서 판매한 강아지와 접촉한 사람들이 집중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펜실베니아대 미생물학과 쉘리 랜킨(Shelley Rankin) 교수는 “강아지는 어린아이처럼 강한 면역체계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쉽게 병이 걸릴 수 있고, 이것이 사람들에게 전염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캄필로박터 균은 생닭과 생고기, 육류에 발생하는 세균으로 동물, 사람의 생식기, 장관 등에서 발견된다. 사람에게 급성 장염, 식중독, 드물게는 수막염, 균형증을 일으키며, 오염된 육류 섭취가 주된 원인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황윤정 교수는 “개를 비롯한 동물의 침 속에는 농도 짙은 세균이 포함돼 있어, 모든 교상(咬傷.물린상처)은 균에 오염 되어있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면서 “동물에 의한 상처는 조직 깊숙이 동물의 이빨이 들어가면서 생기며, 겉으로 보이는 상처의 크기는 작으나 깊이가 깊은 상처가 생긴다. 개 또는 고양이에게 물려 상처가 발생한 경우, 가장 먼저 흐르는 물에 상처를 깨끗이 씻고 가까운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주의를 요했다.

황윤정 교수는 “드물게는 전신적인 합병증이 수일 후 발생할 수 있다”면서 항상 국소 감염과 동반되지는 않으나 평소 면역력이 약하거나 당뇨, 간경변 등의 질환이 있는 경우, 비장 절제술,  인공심장판막 이식술을 받은 경우, 면역억제제 복용자 및 항암 치료 중인 환자 등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동물에 물린 사고는 820건으로, 개에 물린 사건이 723건(88%)으로 가장 많았다.

진드기

개의 몸에 붙어있는 진드기는 로키산열(Rocky Mountain spotted fever)이라는  급성발진성 전염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2∼10일 간의 잠복기를 거친 후 오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후 고열이 나고, 3∼5일 후에는 점 모양의 발진이 나타나며, 6∼10일이 되면 출혈성이 된다. 황달·점막출혈을 일으키고, 구토를 수반하는 경우가 있다. 사망률은 20% 이상이다.

▲ 출처=이미지투데이

고양이

묘조병
고양이는 침으로 얼굴과 온 몸을 닦는 행동인 ‘그루밍(grooming)’을 하는 청결한 동물이다. 그러나 고양이를 통해서도 사람이 감염될 수 있는 질병들이 있다. 반려견뿐만 아니라 고양이를 통해서도 광견병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

또 고양이 입 안에는 많은 세균이 살고 있는데, 고양이에게 물리거나 할큄을 당하면 고양이 침에 섞여 있는 세균이 사람 몸에 들어가 ‘묘조병’에 걸릴 수 있다. 고양이의 털을 쓰다듬은 손으로 눈을 비벼도 눈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

증상으로는 오랜 통증, 눈 충혈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보통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나 환자에게 문제가 될 수 있다.

톡소플라즈마

톡소플라즈마는 고양이 배설물을 통해 옮겨질 수 있는 기생충 감염이다. 톡소플라즈마는 주로 익히지 않은 고기를 섭취했을 때 감염되기 때문에 사료를 먹는 애완묘가 톡소포자충 감염의 원인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임신부가 감염되면 유산되거나 기형아를 낳을 수 있다는 연구가 보고되고 있기 때문에 학계에서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길고양이나 날고기를 많이 먹인 고양이라면 만지는 것을 자제하고, 비닐 장갑이나 분변을 치우는 삽을 이용해 배설물을 치운 후 손을 깨끗이 씻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 출처=이미지투데이

파충류
살모넬라균

최근에는 거북이, 도마뱀, 뱀 등 파충류를 애완동물로 키우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파충류 피부에는 살모넬라균이 살고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살모넬라균은 파충류나 양서류의 몸 안에 있으며 대변으로 배출되는데, 거북이의 85%, 도마뱀의 77%, 뱀의 92%가 살모넬라균을 보유하고 있다. 파충류의 배설물과 직접 접촉하면 박테리아가 옮을 수 있으며, 파충류의 몸을 직접 만지거나 파충류가 앉은 자리 등을 만진 후 손을 씻지 않고 입에 손을 대도 박테리아에 감염될 수 있다.

살모넬라증의 일반 증상으로는 설사, 두통, 발열, 탈수 및 위경련 등이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패혈증 또는 혈액중독을 일으킨다.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의 경우, 드물게는 혈류를 통해 내장기관에 확산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따라서 애완용 파충류를 만지거나 배설물, 허물 등에 접촉한 후에는 반드시 비누로 손을 깨끗이 씻는 것이 좋으며, 주방 싱크대에서 파충류를 목욕시키거나 사육장이나 어항을 청소하는 것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