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궐련형 전자담배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왼쪽)와 BAT의 ‘글로’.

최근 몇 년 사이 담배업계가 이렇게 주목을 받았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요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지난 6월 필립모리스가  첫 선을 보인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에 이어, 약 두 달 간격으로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 코리아가 내놓은 ‘글로’까지 합세하면서 업계가 후끈 달아올랐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예상하지 못한 궐련형 전자담배의 시장 장악력에 업계 모두가 주목했으며, 소비자 호응도 좋아 ‘담배업계의 아이폰’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그러나 일반 담배와 비교한 유해성 논란에 대해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고, 결정적으로 담뱃세 인상에 따른 추가 가격 인상 여지로 소비자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커지면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난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일반 담배의 90% 수준으로 올리는 개별소비세 개정안을 상정 처리했다. 해당 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내달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12월부터 본격 적용된다.

일반 담배의 50% 수준인 궐련형 전자담배 개별소비세가 90% 수준까지 높아지면 업계는 가격 “인상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지만, 사실 쉽지 않은 결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계속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하지만, 실제로 궐련형 전자담배 개별소비세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에도 가격 인상을 단행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면서 “업계 1위인 KT&G가 얼마에 ‘릴’을 내놓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인데다, 갑당 가격이 일반 담배(4500원)보다 싼 4300원이라는 강점을 벗고 가격을 올리면 점유율 하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안정적인 시장 안착이 기존 일반 담배보다 유해성이 덜하다는 광고 덕분 아니라 가격적인 경쟁력도 포함됐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만약 가격을 올린다면 이후에도 수요가 지금처럼 상승 곡선을 탈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필립모리스 측은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정부의 결론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23일부터 기존 GS25에서 CU와 세븐일레븐으로 판매처를 확대한 BAT코리아의 고민도 크다. 더 공격적인 판매처 확장에 나섰지만 가격 문제로 중장기 계획이 모두 어그러졌다는 게 이들의 하소연이다.

주목되는 점은 필립모리스와 BAT코리아 입장에서 ‘복병’으로 볼 수 있는 KT&G의 가격 전략에 따라 시장 상황 판도가 바뀔 수도 있다. 현재 상황에서는 KT&G가 꽤 강력한 칼자루를 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후발주자로 시장에 뛰어드는 만큼 이에 대응할만 한 무기는 제품과 가격 경쟁력인데, 기존 경쟁사와 비교해 낮거나 최소한 비슷한 가격에 내놓을 가능성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KT&G 관계자는 “11월 내에 출시가 확정됐지만, 가격이나 세부적인 면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제품에서도 소비자가 만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궐련형 전자담배 세금 인상에 따른 아이코스 가격 인상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눈에 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아이코스 가격은 일반담배 대비 0~-10% 가격대를 유지했고 일반담배 대비 가격이 높았던 나라는 없었다”면서 “아이코스의 세금은 절반인데, 왜 일반담배와 비슷한 가격에 팔았는지 생각해보면, 결국 필립모리스가 그만큼 이익을 많이 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