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CJ CUP에서 우승한 저스틴 토머스 선수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CJ 이재현 회장. 출처= CJ그룹

CJ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간 지난 정권의 비리와 연루된 오너리스크, 이재현 회장의 경영 공백으로 한동안 분위기가 침체됐던 CJ는 지난 5월 이 회장의 복귀 후 주요 계열사들의 사업 확장을 진행하며 모든 계열사가 활기찬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이 회장도 예전처럼 공식 행사에 자주 모습을 보이면서 회사의 경영을 다시 이끌고 있다. 특히, 식품-물류-콘텐츠 등 미래 산업과 관련된 계열사들의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면서 2020년, 매출 100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는 비전인 ‘그레이트 CJ’에 한 걸음씩 다가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내 최초 PGA투어 전 세계에 CJ알렸다. 

CJ가 19일부터 나흘 동안 제주도에서 개최한 PGA(미국프로골프협회)투어 정규대회 ‘THE CJ CUP @ NINE BRIDGES(이하 THE CJ CUP)’는 CJ브랜드를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성공했다.

이번 대회는 전 세계 227개국 10억 가구에 방송되면서 CJ는  그룹의 여러  브랜드와 콘텐츠들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대회 중 이재현 회장은 중계방송에 깜짝 등장해 그룹의 비전과 CSV(공유가치경영) 활동을 소개해 시청자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각인시켰다.   

THE CJ CUP은 평일 일정임에도 일평균 5000~6000명의 관객이 몰리리는 등 대회기간 동안 총 3만5000여명(주최측 집계)이 운집했을 만큼 성황을 이뤘다.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관람객이었다.  

이재현 회장은 “이번 대회는 CJ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준비해 온 많은 것들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면서 “식품·생명공학·물류·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사업 확장을 통해 전 세계인의 라이프스타일 이끄는 기업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3가지 전략 키워드. 식품-물류-엔터테인먼트

이 회장 복귀 이후 CJ는 확실하게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계열사들이 각자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공통점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식품 부문 계열사 CJ제일제당은  글로벌 식품시장의 변화 트렌드인 HMR(가정간편식)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햇반, 비비고, 고메 등 즉석 가정간편식 브랜드를 앞세워 지난해 HMR 부문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약 40% 성장한 1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일련의 성과를 토대로 CJ제일제당은 HMR 사업을 지속 확대해 2020년에는 국내외 매출 3조6000억원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CJ제일제당은 식품 R&D, 제조역량 강화를 위한 냉동/상온 HMR 제품 개발에 2020년까지 총 200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 

▲ 출처=CJ 대한통운

CJ의 물류 계열사인 CJ대한통운은 중국, 인도, 중동 등에 이어 베트남 종합물류기업의 물류-해운 부문 인수로 자체 경쟁력의 칼을 갈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지난 10일 베트남 1위 종합물류기업인 제마뎁(GEMADEPT)의 물류 사업, 해운 사업 부문 인수를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1990년 설립된 국영기업 제마뎁은 베트남 최대 민간 종합물류기업이다. 

CJ대한통운은 제마뎁이 보유한 베트남의 물류 네트워크와 인프라, 시장 인지도를 활용해 현지 물류 사업을 확대한다. 이는 ‘2020년 글로벌 TOP 5 물류기업’ 도약을 목표로한 전략의 하나다. 이에 따라 CJ대한통운은 국내 물류기업 중 유일하게 전 세계의 경쟁력 있는 물류기업을 대상으로 인수합병(M&A), 조인트 벤쳐(JV)설립 등 다각도 성장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CJ의 엔터테인먼트 사업 계열사 CJ CGV와 CJ E&M도 여러 가지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멀티플렉스 기업 CJ CGV는 중국, 미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얀마, 터키에 이어 러시아 극장 시장에 진출하며 해외 7개 국가에 CGV의 깃발을 꽂았다. 특히 이번 러시아 시장 진출은 해외 극장 사업자로는 ‘세계 최초’의 진출이다. 

▲ CGV-ADG, JV 계약 체결식, CJ CGV 서정 대표이사(왼쪽), ADG 그룹 그리고리 페체르스키(Grigoriy Pecherskiy) 대표이사(오른쪽). 출처=CJ CGV

이는 콘텐츠 분야 중 가장 강력한 경제 파급 효과를 자랑하는 영화 산업의 확장을 통해 CJ의 브랜드와 우리나라의 문화 콘텐츠들을 알리려는 전략적 행보로 평가된다. 

CJ CGV 서정 대표이사는 “이번 러시아 진출은 CGV의 글로벌 영토 확장에 있어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시도”라면서 “지난 20여년 동안 멀티플렉스를 운영해 온 노하우를 러시아 극장 시장에 전파함과 더불어 우리 영화, 그리고 우리 문화의 우수성도 알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CJ의 콘텐츠 기업 CJ E&M은 자회사인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 드래곤’의 증시 상장을 앞두고 있다   CJ E&M은 18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다음 달 시장의 수요 예측을 거친 후 11월15일 공모가를 확정할 예정이어서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스튜디오 드래곤은 지난해 5월 CJ E&M의 드라마사업본부가 물적분할 되면서 설립된 회사로 <도깨비>, <미생>, <시그널> 등 인기 TV 드라마 작품을 만든 제작사다. 공중파가 아닌 케이블 채널의 드라마에 주력했는데도 국내 드라마시장 점유율 2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많은 성과를 냈다.  

증권가에서는 스튜디오 드래곤의 연간 실적을 매출액 2502억원, 영업이익 338억원정도로 분석하고 있다. 증시 상장 기대감으로 CJ E&M 주식의 가치도 다시 평가받고 있다. 지난 20일 미래에셋대우는 CJ E&M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의 상장을 앞두고 몰리고 있는 투자자들의 기대 심리를 반영해 목표주가를 기존 9만7000원에서 10만2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처럼 CJ는 이재현 회장의 경영 복귀 후 잠시 정체됐던 글로벌 전략에 다시 박차를 가하고 있다. CJ관계자는 “경영진이 지속 제시하는 글로벌 경영 비전에 따라 그룹이 글로벌 생활문화기업으로 우뚝 서는데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너리스크 극복, 경영 윤리 회복이 숙제 

회장 복구 후 분위기 국면 전환을 꾀하고 있지만 CJ가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남아 있다. 경영진들과 관련된 비리 의혹이 그 중 하나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손경식 회장의 친인척이 운영하고 있는 보험대리점에 그룹이 수천억 원대 일감을 몰아준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CJ가 박근혜 정권의 ‘희생양’이라는 일종의 동정론이 확산된 탄핵 직후와 현재의 사회 분위기와 정치권 기류는 완전히 다르다. 특히 지난 정권과 연관된 적페(積弊) 청산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문재인 정부와 국회의 국정감사의 기조를 고려할 때 적절한 대응이 시급하다.  

이에 대해 CJ측은 굳게 입을 닫고 있을 뿐이다. 경영진들이 연관된 비리인 ‘오너리스크’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젊은 세대들에게 쌓은 긍정의  기업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케이프 투자증권 김태현 연구원은 "현재 CJ가 보여주고 있는 그룹의 적극 행보는 전략기획 부서에서 지난 6~7년 동안 준비해 온 것들을 약 3년 전부터 하나씩 구체화 시키고 있는 과정"이라면서 "이재현 회장의 복귀 시점에 맞춘 대외 홍보 전략으로 그간의 오너리스크를 가리려는 의도가 없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현재의 글로벌 확장 정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롯데가 지주사 전환으로 도모하고 있는 그룹 이미지 개선과 같은 조직 개혁과 같은 정도의 ‘투명 경영’에 대한 의지가 담긴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