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네이버의 콘텐츠 큐레이션 앱 디스코가 카피캣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디스코가 관심사 기반의 SNS 서비스인 빙글과 유사한 서비스라는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입니다. 빙글은 "세상에 유사한 서비스는 많다"면서도 "하지만 그러한 것이 많아지면 합리적 의심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빙글이 지적한 디스코의 카피 포인트는 크게 네 가지입니다. 두 서비스 모두 가입 시 입력받은 개인의 관심사를 기반으로 하고, 관심사가 유사한 사용자의 콘텐츠를 팔로우하며 뉴스피드에 관심사에 맞는 콘텐츠를 인공지능 개인화 추천 서비스로 제공하고 관심사 타깃 광고를 추후 도입할 계획이 있다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네이버가 디스코를 키우기 위해 끼워팔기에 나서고 있다는 말도 나옵니다.

카피캣 논란은 일단 제쳐두고자 합니다. 사실 소프트웨어 서비스의 카피캣 논란은 하드웨어 서비스와 비교해 불분명한 구석이 많기 때문입니다. 자동차를 예로 들어보면, 내부 시트의 디자인과 헤드라이트 형태 등 카피 여부를 판명할 수 있는 기준이 상대적으로 명확합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는 그 기준이 모호해요. “발전적인 계승이냐, 완벽한 카피냐?”를 두고 끝없는 평행선을 달리기 일쑤입니다. 심지어 카피하기도 쉽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소프트웨어 서비스의 사용자 경험이나 비즈니스 모델은 카피하는데 큰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그러니 정부에서 한때나마 공공 배달앱 서비스를 론칭하겠다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 분명히 망하겠지만, 일단 소프트웨어 사용자 경험은 쉽게 카피할 수는 있거든요. 여담이지만 네이버는 이를 두고 “디스코는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며, 빙글은 SNS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끼워팔기 이슈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 운영체제를 PC에 끼워 팔아 경쟁자를 고사시킨 전략이 네이버 디스코에서 고스란히 재연되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나옵니다. 쉽게 말하면 네이버가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디스코를 키워주며, 자기 영역을 확장시키는 방식으로 경쟁자(스타트업)를 고사시키고 있다는 지적이에요.

네이버를 취재하면서 묘한 기시감을 느꼈습니다. 네이버는 디스코 끼워팔기 이슈에 반박하며 ‘검색’과 ‘내부 카테고리’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무슨 뜻일까요? 빙글이 네이버의 디스코 끼워팔기 논란을 제기하며 ‘마이피드 설정’을 거론한 대목이 중요합니다. 빙글의 주장에 따르면 네이버는 디스코를 육성하기 위해 ‘마이피드’에서 디스코를 확인할 수 있으며, 뉴스 포털에서 공유하기를 누르면 디스코가 최상단에 추천된다고 강조했어요. 그러니까 막강한 네이버의 플랫폼 경쟁력이 고스란히 디스코 육성에 흘러가기 때문에 명백한 ‘끼워팔기’라는 입장입니다.

네이버의 답변이 재미있습니다. "당연하다"고 말합니다. 즉 네이버는 검색의 경우 플랫폼 공정성을 지키는 것이 맞지만, 네이버가 보유한 내부 카테고리는 당연히 네이버의 서비스를 보여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니까 마이피드를 통해 네이버와 디스코를 연결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사업적 선택이며, 또 플랫폼 강화 전략의 일환이라는 뜻입니다.

역으로 이렇게 네이버 메인에 빙글의 콘텐츠를 가져오면 콘텐츠 도둑질이 되지 않을까라는 문제의식도 엿보입니다. 오묘한 문제입니다. 검색이 아닌 마이피드와 같은 카테고리에 네이버 콘텐츠를 담아내는 것이 당연하며, 이 당연한 행위를 하는 것이 끼워팔기가 된다면 네이버 카테고리에 타 사의 콘텐츠를 가져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가? 오히려 콘텐츠 도둑질이라는 비판이 있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 출처=네이버

여기서 흥미로운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 때 부동산 O2O 기업인 직방이 네이버와 콘텐츠 분쟁을 벌인 적이 있습니다. 현재 네이버는 공식으로 모바일 부동산 시장에서 철수했지만, 현재 많은 파트너들과 함께 간접으로 관여하고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네이버가 최근 검색쿼리를 변경해 네이버 부동산과 협력하는 사업자의 매물을 최상단에 배치한다는 의혹이 나왔고, 이에 직방은 일단 현안을 검토하는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중요한 것은 검색쿼리의 변경 의혹이 나오는 지점과, 네이버가 직방의 콘텐츠를 정식으로 운용하겠다고 제안한 부분입니다. 물론 제안 자체에 신빙성에 대해서는 말이 많지만 만약 제안이 사실이라는 가정을 세운다면 어떤 결론이 나올 수 있을까요? 먼저 검색쿼리에 실제로 변화가 있었다면 네이버는 할 말이 없어집니다. 망 중립성 강화, 플랫폼 서비스 약화를 주장하는 네이버가 검색 플랫폼을 임의로 조작한다면, 또 알고리즘의 가면 뒤에만 숨어 있는다면 플랫폼 가치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네이버 뉴스 콘텐츠 임의 조작 사건이 확인되어 가뜩이나 네이버는 플랫폼 공공성의 가치에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이건 최악의 경우라고 봐도 되겠네요.

‘검색쿼리가 변경되어도 직방이 우려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고, 이는 직방의 착각이라면?’이라는 가설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연장선에서 네이버가 직방에 정식으로 콘텐츠 수급을 요청했다면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직방의 입장에서 자진해서 네이버의 생태계로 들어갈 가능성은 약간 낮다고 봐야 합니다.

자, 상당히 복잡한 문제입니다. 명확한 사실부터 다시 확인할까요. 네이버는 검색에서 자기들이 공공의 플랫폼 역할에 충실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마이피드와 같은 자사 특정 카테고리에는 다연히 자사의 서비스가 핵심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여기서 빙글의 사례는 설명이 됩니다. 카피 논란은 일단 차치하고 끼워팔기 이슈에만 집중했을 때, 네이버가 디스코를 자사 플랫폼으로 육성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되는 것이고, 오히려 디스코 외 콘텐츠 플랫폼 서비스를 연결하는 것이 더 큰 문제(콘텐츠 도둑질)가 됩니다.

직방의 문제는 더 복잡해요. 직방이 문제삼았던 것은 네이버의 검색 플랫폼 서비스 중립성이 훼손되었다는 점이고, 네이버는 일단 부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의미심장한 포인트는 네이버 카테고리 입점에 대한 온도차이. 직방은 네이버 생태계로 들어오기를 거절했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 왔으면, 어쩌면 이 모든 일의 핵심 키워드를 일부나마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을 순간입니다.

크게 두 개의 답이 있습니다. 먼저 ‘플랫폼의 네이버가 보여주고 있는 콘텐츠 노출의 공공성이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 스포츠 뉴스 임의 배열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네이버의 검색 플랫폼 서비스 공공성은 상당부분 훼손되고 말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검색을 기반으로 하는 모든 플랫폼 브랜드도 대중의 믿음을 상실하고 말았어요. 이러한 전제가 깔려있으니 직방과 같은 문제제기가 나오는 겁니다.

다른 하나는 ‘콘텐츠 가두리 양식장을 지향하는 네이버의 방식’입니다.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죠. 네이버는 포털이지만 무수한 정보의 바다로 사람들을 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이 정보를 정제해 사용자들을 중독시킵니다. 이러한 전략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으며, 현존하는 모든 생태계의 종착점을 네이버로 정의하려는 생활인공지능의 전략으로까지 발전했습니다. 여기서 디스코-빙글 이슈를 말하는 네이버의 입장에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검색은 공공 플랫폼의 역할을 다 하지만(일부에서 의심하지만) 카테고리는 네이버 중심으로 콘텐츠를 꾸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말.

네이버는 지금도, 이 순간에도 가두리 양식장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온 세상을 집어삼켜야 직성이 풀린다는 뜻입니다. 이러니 네이버와 기타 콘텐츠 스타트업은 평행선을 달릴 수 밖에 없습니다. 왜? 플랫폼에 접근하는 시야가 180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누가 옳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네이버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잘 알겠습니다.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플랫폼 사업의 최종목표는 독점이니까요. 그러나 묘한 여운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