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의 자세를 가르치는 멘토들이나 서점가의 책들은 전부 부정보다는 긍정을 설파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더 건강해지고, 행복해지며,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긍정성에 대한 강조가 지나쳐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사고와 태도는 무조건 나쁜 것으로 치부되는 느낌까지 받는다.

하지만 균형감을 잃은 긍정성은 삶을 왜곡한다. 긍정의 힘만 믿으면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만 보면서 문제의 본질을 무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을 폴리아나 현상(Pollyanna Hypothesis)이라고 부른다. 폴리아나는 미국의 엘리노 포터가 1913년에 발표한 동화에 등장하는 여주인공의 이름으로 지나치게 낙천적인 사람을 일컫는다. 동화 속의 폴리아나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것뿐만 아니라, 실제로 긍정적인 행동을 전파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준다. 하지만 심리학적 측면에서 폴리아나는 주변 사람과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캐릭터로 규정되고 있다. 지나친 긍정이 가져오는 일종의 부작용이다.

그 예가 영국 런던의 밀레니엄 돔(Millennium Dome) 프로젝트 실패다. 런던은 세계 곳곳의 관광객들이 모이는 관광도시다. 영국 정부는 이런 관광산업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21세기를 맞아 런던만의 새로운 랜드마크를 만들자는 논의를 한다. 프랑스 파리 하면 에펠탑이 떠오르는 것처럼 런던을 상징하는 건물을 짓자는 것이 그 요지였다. 밀레니엄 돔은 100m 높이의 12개 타워(12달을 상징)로 지지되고 그 직격이 365m(365일을 상징)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로, 전시와 공연을 위한 공간으로 계획되었다.

당시 영국 정부는 장밋빛 전망만 믿고 다른 위험요인들을 간과했다. 연간 최대 1200만명의 방문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만 선별해 유리하게 해석한 것이다. 그러나 이 예상은 흥미 있는 콘텐츠, 합당한 입장료 등 다른 주요 요건들이 모두 충족될 때만 가능한 최대 수치였다. 결과는 참담했다. 관람객 유치에 실패하고 경영난 속에 개관 1년 만에 불명예스런 폐관을 맞았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긍정이란 말의 본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긍정의 사전적 의미는 ‘그러하다고 생각하여 옳다고 인정함’이다. 긍정이란 모든 것을 마냥 좋게 보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진정한 긍정은 진실되게 바라보는 것을 말하며 모든 경험에 허용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낙관성이라기보다는 수용성에 가깝다. 그러므로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모두 통합해서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긍정이라 할 수 있다.

‘괜찮아 다 잘될 거야’라는 말이 늘 정답은 아니다. 우리는 모든 게 알아서 잘 풀릴 것이라고 믿는 대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불안이 엄습해올 때 그것을 단순히 무시해버리는 낙관주의의 관점을 취하면 역효과가 생길 수도 있다. 현명한 삶을 위해서는 때론 부정적 사고의 힘도 필요하다.

누구나 한 번쯤 싸우거나 갈등을 겪음으로써 상대를 깊이 이해하고 사이가 더 좋아진 기억, 실연을 당했거나 소중한 사람을 잃었을 때 주저앉아 실컷 우는 것이 도움이 되었던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부정은 꼭 질시하고 타파해야 할 것이 아닌, 긍정과의 균형을 통해 보다 풍요로운 삶을 이룰 수 있는 발판이 된다.

픽사와 월트디즈니는 의도적으로 구성원들의 부정적 사고를 독려하는 기업이다. 영화 제작자나 감독들은 언제든지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끼면 여덟 명의 감독으로 이뤄진 ‘브레인 트러스트(Brain Trust)’라는 조직을 찾는다. 그러고는 이제까지 작업한 버전을 공유하며 생생한 토론을 벌인다. 여기서는 아무도 공손해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부정적이고 모욕적일 수도 있는 신랄한 피드백도 거리낌 없이 주고받는다. 서로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는 믿음이 공유되기에 가능한 일이다. 에드 캣멀 회장 스스로도 브레인 트러스트는 눈치 보지 않는 피드백, 불편함과 서투름을 의도적으로 선택하게 만드는 환경이라고 말한다.

부정적 사고나 감정을 제대로 관리해서 조직 구성원을 전략적으로 이끈 국내 사례도 있다. 반도체, 휴대폰 등 IT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리며 세계 일류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는 2016년 갤럭시 노트7의 단종 결정으로 품질 1등의 기업 이미지에 큰 상처를 입었다. 오랜 기간 동안 땀 흘려 구축한 품질과 신뢰의 삼성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예전보다 더 많은 긍정적인 소식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함으로써 부정적인 이미지를 뒤엎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러한 상황에 불거진 부정적 감정과 비난은 오히려 현재의 위기상황을 재도약의 계기로 삼게 되었고, 품질향상과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되찾기 위한 원동력이 되었다. 결국 부정성과 비난이 조직을 잘 관리하도록 만든 자산이 된 셈이다.

심리학에 ‘나쁜 것은 좋은 것보다 강하다(Bad is stronger than good)’는 말이 있다. 사람들은 좋았던 일과 기분 나빴던 일을 1대 4의 비율로 기억한다. 부정적인 사건이 긍정적인 사건보다 기억 속에 더 선명하게 남는다는 것이다. 조직 생활에서 상사에게서 들은 비수 같은 말 한마디가 다른 지인의 열 마디 칭찬보다 더 뚜렷하게 뇌리에 남지 않았던가?

매년 세계 각국에서 55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한 여자를 만나기 위해 프랑스 파리에 찾아간다. 그녀는 신비한 미소를 짓고 있는 모나리자다. 모나리자는 과연 어떤 이유로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일까?

현대의 과학자들이 그녀의 얼굴에 표현된 감정을 컴퓨터로 분석한 결과 그녀의 표정에 83% 정도의 행복함과 17% 정도의 두려움과 분노가 혼합된 감정이 섞여 있다고 밝혔다. 모나리자의 미소가 변함없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까닭은 행복한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이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예술이나 기업에서도 중요한 것은 긍정과 부정의 균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