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장군의 손에 들렸던 깃발이 부산을 가리킬 때에 좌부장 녹도만호 정운과 귀선돌격장 이언량과 전부장 방답첨사 이순신과 중위장 순천부사 권준과 좌부장 낙안군수 신호 등은 장령이 한번 떨어지자마자 병선을 몰아 풍우같이 달려들어 적의 선봉인 대선 4척을 순식간에 때려 부수고 불화살로 불사르니 연기와 불길이 하늘로 솟아오르고 대완구(大碗口=조선시대에 화기의 일종인 대형의 화포, 직경 30cm되는 쇠나 돌로 만든 둥근 탄알을 씀)의 소리는 산과 바다를 뒤집어 살아남은 적병들의 통곡하는 소리가 진동하고 물에 뛰어드는 적군은 갈가마귀 떼들이 헤엄을 치듯이 육지로 도주하였습니다.”

“음! 적군을 수없이 깨뜨리는 것을 본 장군의 전 함대 160여 척은 의기충천하여 북을 울리고 깃발을 휘두르며 장사진을 지어 죽음을 무릅쓰며 부산을 향하여 다투어 노를 저어 나가는 아군의 한편에서 원균은 따라오는 듯 슬그머니 뒤에 떨어져 싸움이 이길듯하면 참전하고 질듯하면 먼저 빠져 달아날 방략을 하며, 적병의 시체가 떠오면 목을 잘라 조정에 공을 보고 하고 그 당파되는 대신들로 하여금 성상에게 공을 요구할 것으로 보였으니 당시에 과거사 정리하듯 장군이 참수해야 했었다.”

“네, 맞습니다. 그런 전란 속에 뒤로 쳐지고 비겁하게 전장을 보이지 않게 이탈한 죄가 매우 큽니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들이 벌어졌고, 그와 유사한 일들이 현재와 미래에도 벌어질 것을 염려하는 바이다.”

“네, 함대가 부산 포구에 들어서니 부산진성의 동쪽 5리쯤 되는 해안가에 세 곳으로 나누어 연이어 진을 치고 정박한 적선이 470여 척이 되지만 아군의 함대의 군사적 위세에 눌려서 감히 마주 나와 대항하지 못하였습니다. 장군은 군사들에게 명하여 바로 적선을 당파하라고 엄명하니, 좌부장 정운이 칼를 높이 들고 노를 재촉하여 선봉이 되어 적선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달려 들어갔습니다.”

“음! 적은 해전으로 이기지 못할 줄 알고 많은 배를 버리고 성 안으로, 산으로 기어올라 총과 화살을 쏘았고, 적병은 모두 산에서 여섯 군데나 모여서 땅을 파고 물을 숨겨서 싸우고 큰 배에서는 몸을 보호하는 방패 속에 숨어서 창과 화살을 빗발같이 아군을 향해 퍼부었다.”

“네, 적은 총과 화살을 쏠 뿐 아니라 혹은 나무열매 덩어리와 같은 큰 철환을 대포로 쏘고 혹은 조총을 쏘고, 큰 돌덩어리를 던졌으나 거북선이 선두에서 전후좌우로 움직이고, 장수들의 배가 죽음을 무릅쓰고 맹렬히 나아가 각종 포환, 장편전, 유엽전, 천, 지, 현, 대장군전과 불화살, 쇠뇌로 격투를 벌여 늘어섰던 적선들은 여기 저기 불이 일기 시작하여 순식간에 100여 개의 불기둥과 연기의 무지개가 하늘로 솟아오르고 물과 함께 엉기어 어떤 곳은 지척을 분간할 수가 없고, 바닷물도 끓어오르는 듯하여 열기가 여름날 같이 심해졌습니다.”

“음! 일단 적을 섬멸하는 장면은 시원해서 좋다. 아군들도 적의 탄환과 화살에 맞아 피를 뿜고 죽는 자, 넘어지는 자가 수없이 속출하였고, 장군은 화살과 돌팔매를 무릅쓰고 손수 북을 울리고 깃발을 휘둘러 싸움을 재촉 하였으며, 장군이 탄 배에도 무수히 날아왔으나 장군은 그것을 모르는 체 전투지휘에 여념이 없었다.”

“네, 장군이 치는 북소리는 특히 소리가 컸고, 북소리가 들릴 때마다 연기와 불빛 속으로 장군의 손에 들린 손깃발이 장렬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는 군사들과 장수들은 죽기를 무릅쓰고 배를 저어 적진을 충돌하였으며, 천, 지, 현, 자의 각종 대포와 대장군전, 피령전, 장편전, 소총탄환 등을 빗발처럼 적진에 쏘아댔습니다.”

“그렇게 해야 전투를 승리하는 것이다. 목숨을 걸고 장군이 앞장서면 나머지 군사와 장수들이 스스로 따르게 하는 행동이 전투의 기본이고, 지휘관의 자질이다. 원균이 뒤에서 지휘를 하는 것은 장수로서 자질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