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하반기 아이폰8과 아이폰X를 동시에 출시했지만, 먼저 출시된 아이폰8이 기대이하의 성적을 거두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후문이다. 업계에서는 아이폰8 출시 전략 자체에 대한 회의감과 더불어, 애플 스마트폰의 본격적인 위기감에 집중하고 있다.

KGI 증권 애플 분석가 밍 치궈는 21일(현지시간) 자신의 최신 보고서를 통해 아이폰8의 초도물량이 300만대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했다. 아이폰X가 10주년 한정판으로 풀리는 물량이 300만대이고 아이폰6S 첫 주 판매량이 1300만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치다.

▲ 아이폰8 스웰링 현상. 출처=맥루머스

아이폰X 공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아이폰8 공급도 정상궤도로 올라올 것으로 보이지만, 아이폰X가 처한 상황도 녹록치 않다. 아이폰8에 리튬 이온 배터리가 부풀어오르는 스웰링 현상이 발견되며 제품의 질을 둘러싼 의혹이 깊어지는 가운데 아이폰X도 OLED '번인'(특정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뜰 경우 화면이 번지는 현상) 논란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밍 애널리스트는 아이폰X의 4분기 글로벌 출하량이 최대 30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최악의 상황은 아니지만 부품 수급 등의 문제로 원만한 공급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아이러니하지만 아이폰X의 공급과 동시에 아이폰8의 원초적인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도 있다. 아이폰X가 출시되면 아이폰8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기 때문이다.

애플은 기존 아이폰 문법을 계승한 아이폰8과, 아이폰 10주년을 맞이해 실험적인 기능을 탑재시킨 아이폰X를 동시에 출시했다. 기능적으로는 아이폰X가 아이폰8과 비교해 상위 라인업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애플 매니아들은 대거 아이폰X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설상가상으로 아이폰8은 아이폰7과도 경쟁할 여지가 있다. 자기시장잠식, 즉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이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애플이 아이폰8과 아이폰X를 동시에 출시한 전략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기존 아이폰의 문법을 계승하거나, 아니면 확실한 방향전환이 추진되어 명확한 제품 아이덴티티를 정의했어야 한다는 논리다. 아이폰8 출시는 스티브 잡스 시절 보지 못했던 '애플의 우왕좌왕'이라는 비판도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