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효자 품목 반도체가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고있는 가운데 최근까지 이어진 반도체 시장의 낙관적 전망을 방어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삼성증권은 최근 반도체시장이 내년 가격과 공급업체 구조조정에 따른 시장환경 변화 등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또 내년 반도체 시장 가격환경에 드리우는 리스크로 업계의 공급전략 변경, 도시바 매각구조의 변경, 애플 부진 등으로 인한 부품가 인하압력 등을 꼽았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가격 하락에 대한 분석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22일 “반도체 기업들이 내년 반도체 시장 가격환경에서 예상되는 리스크들을 무시하고 있다”면서 “반도체 시장의 낙관적인 전망을 방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의견은 지난 19일 황 연구원이 발표한 '리스크에 둔감해진 반도체 시장' 보고서에도 포함돼 있다. 이 보고서는 반도체 산업의 영업이익은 공급 증가요인에 따른 것으로 분석하면서 올 4분기를 고점으로 내년부터 하락 국면에 접어둘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화성과 평택단지에서 디램과 낸드플레시 생산을 특화해 생산 효율화를 추구했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생산량 증가를 위해 기존 생산 단지화 전략에서 생산량 증가에 목표를 두고 있다. 황 연구원은 이러한 조치가 오히려 공급 과잉으로 가격에 발목을 잡힌다고 전망한 것이다.
황 연구원은 “삼성의 디램 투자가 올해 7~8조원에서 내년에는 13~14조원 수준으로 투자가 증가할 것이다”면서 “공급자의 협상능력(Bargaining Power)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지만 공급과잉이 가격 하락을 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황 연구원은 일본 반도체 업체 도시바의 매각과정에서 발생한 구조변경이 향후 반도체 가격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다수의 기업들이 도시바의 지분과 기술을 확보해 가격 하락을 유도하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반도체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황 연구원은 애플의 부진도 향후 반도체 가격 하락 원인으로 꼽았다. 최근 출시한 아이폰8의 기대가 꺾인 가운데 아이폰X의 공급 물량 등의 요인으로 애플의 스마트폰 판매부진이 예상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애플이 휴대폰 부품가격을 하락하려는 움직임 예상돼 가격인하의 방향이 메모리로 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 연구원은 “반도체 시장은 내년도 견조한 이익을 예상한다”면서 “반도체 시장은 공급증가로 내년부터 반도체 이익추정 사이클이 다운그레이드로 방향성이 바뀔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이어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9만6000원에서 9만원으로 하향조정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