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콘돔 불모지다. 나름 성교육 좀 받았다는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다르지 않다. 노콘노섹(콘돔이 없으면 섹스를 하지 않겠다)이라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신조어가 무색하게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 청년층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 출처=이미지투데이

그들이 콘돔을 쓰지 않는 이유 ‘가지각색’

시험 삼아 여성 지인 10명에게 물어봤다. “콘돔 얼마나 자주 쓰세요?” 10명이라는, 너무나도 적은 표본이었지만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계속해서 콘돔을 쓴다는 사람은 단 2명. 나머지 8명은 거의 쓰지 않거나 아예 쓰지 않는다고 했다. 피임약이나 먹으면 다행이었다. 약하게는 여드름 폭발, 심하게는 생리불순까지 불러오는 경구피임약이지만, 콘돔을 제외하고는 일반인이 접할 수 있는 가장 편하고 안전한 피임법이기 때문이었다.

왜 콘돔을 쓰지 않느냐고 물었다. “남자친구가 안 느껴진다고 싫대.” 애인에 대한 사랑이 ‘아낌없이 주는 나무’ 수준이다. “껴서 아프대.” 그럼 큰 걸 끼면 된다. “자꾸 빠진대.” 마찬가지로 작은 걸 착용하면 될 일이다.

콘돔을 쓰는 사람, 쓰지 않는 사람이 있지만 공통적인 건 대체로 콘돔을 ‘피임 도구’로만 인식한다는 데 있었다. 그러다보니 콘돔이 싫은 사람은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콘돔을 사용하지 않은 성관계는 무서운 결과를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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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사태, 콘돔에 대한 재평가 불러…'피임' 넘어 '성병 예방'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IDS) 사태로 인해 최근 온 국민이 충격에 빠졌다. 만 14세의 어린 여자 중학생이 성매매 이후 에이즈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인 HIV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데 이어 부산에서는 에이즈에 걸린 사실을 숨긴 채 20여 명의 남성과 성매매를 한 여성 A(26)씨가 경찰에 구속됐다. A씨의 성매매를 알선한 사람은 그녀의 남자친구. 그는 A씨가 에이즈 환자라는 것을 알고서도 그녀를 말리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매해 발생하는 HIV바이러스 감염자는 몇 년째 꾸준히 1000명을 넘기고 있다. 발생 원인은 99% 이상이 성 접촉 때문이었다. 신규감염자의 90% 이상은 남성이었고 대부분 20~30대 젊은 층이었다. 때문에 에이즈는 남성 동성애자 사이에서만 유행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서울시 소재 종합병원에서는 최근 중년 여성의 감염 사례로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즈 사태로 콘돔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에이즈에 걸릴 만큼 HIV바이러스를 충분하게 갖고 있는 것은 타액, 질 분비액, 정액이다. 타액은 상처를 통해 들어가지 않으면 HIV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이 희박하다. 남은 것은 질 분비액과 정액. 성 관계 시 이들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콘돔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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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외국계 회사,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콘돔 출시한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에이즈 사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시기, 한 회사가 한국 콘돔 시장에 야심차게 출사표를 던졌다. 독일계 스킨케어 회사인 바이어스도르프(beiersdorf)는 여중생 에이즈 감염 사태 직후인 지난 16일 ‘DUO(듀오)’라는 이름의 콘돔브랜드를 한국에 론칭했다. 아시아 국가로는 최초로 한국을 택했다. 콘돔 불모지로 유명한 한국에 콘돔 출시라니. 회사 직원이 아닌데도 시장성이 있을지 걱정부터 됐다. 바이어스도르프가 아시아 국가 최초로 한국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22일 이코노믹리뷰는 콘돔 브랜드 DUO의 프로덕트 매니저(Product Manager)를 인터뷰했다. 아래는 오세이 프로덕트 매니저와의 일문일답이다.

<한국바이어스도르프와의 일문일답>

Q. 바이어스도르프가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한국에 론칭한 이유는?

A. 한국은 OECD 국가 중 낙태율은 최상위 그룹에 속하고, 사전피임율은 최하위 그룹에 해당한다. 선진국 수준의 GDP를 보유할 만큼 큰 발전을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국민들의 성에 대한 인식과 교육 수준은 제자리걸음이다. 그러나 최근 대한민국의 젊은 세대가 TV나 온라인 매체 등 미디어를 통해 소비하고 있는 콘텐츠를 보면 성에 대한 인식과 태도가 보다 더 긍정적이고 솔직한 방향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마치 ‘기적’처럼 급속도로 이루어진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처럼, 성에 대한 인식과 태도도 보다 더 빠르게 변화할 것으로 봤다.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우리나라 콘돔 시장의 가능성을 발견해 아시아 최초 론칭을 결정하게 됐다.

Q. 한국인은 전 연령대에서 콘돔을 잘 쓰지 않는데 한국에서 콘돔이 시장성이 있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또 시장규모는 어느 정도로 추정하는가.

A. 아직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의 콘돔을 사용하는 비중은 높지 않은 편이다. 우리는 한국 콘돔 시장을 약 4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실 이는 그리 크지 않은 규모다. 그러나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콘돔은 사전피임을 하는 사람 중 80% 이상이 사용하는 피임법으로 가장 널리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피임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이 이뤄지고 인식이 개선되면 발전 가능성이 많은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Q. 세계 콘돔 시장에서 바이어스도르프가 차지하는 비율은?

A. DUO는 한국을 포함해 8개 국가에서 론칭했다. 아직까지 전 국가에서 판매되고 있지는 않지만 순차적으로 많은 국가에서 출시할 것이다. 판매 국가의 콘돔 시장에서 DUO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높은 편이다. 대표적으로 그리스 콘돔 시장의 점유율은 26.8%고 에콰도르 콘돔 시장의 점유율은 39%로 까다로운 유럽과 남미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Q. 한국인들은 콘돔을 주로 피임 도구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은?

A. 전 세계적인 추세는 에이즈 신규 감염인이 줄고 있으나 한국에서만 2010년부터 2016까지 43%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결혼연령이 높아지거나 결혼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발생해 사람들 사이의 성접촉이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더 이상 성병 안전지대라고 볼 수 없다. 콘돔을 사용하면 에이즈뿐 아니라 난임의 원인이 되는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인유두종바이러스 감염도 일부 예방할 수 있다.

▲ 콘돔 DUO 6종.출처=한국바이어스도르프

남성 고민 해결하는 DUO 대표 프리미엄 제품 2가지

남성 성감 올리면서 탄성 강한 ‘스킨 투 스킨’

남성들이 콘돔을 사용하기 싫어하는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는 성감(性感)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여러 초박형 콘돔들이 출시돼 있다. 그러나 초박형 콘돔이 지나치게 얇게 제작되면 찢어지기 쉬운 것이 문제다. 이에 듀오는 남성의 성감을 유지하면서도 콘돔이 찢어지지 않도록 특별하게 고안한 프리미엄 라인 제품 ‘스킨 투 스킨(Skin to Skin, 3pcs 6000원)’을 내놨다.

한국바이어스도르프 관계자는 “스킨 투 스킨은 세계적으로 높은 품질을 자랑하는 말레이시아의 고무나무에서 추출한 천연 고무를 72시간 내에 가공해 얇은 두께에도 높은 강도와 탄성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DUO의 전 제품은 제품에 결함과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기 테스트와 강도 테스트를 수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취제 없이 ‘조루’ 걱정 끝 ‘리타딩’

너무 민감한 나머지 사정을 빨리해버리는 조루는 많은 남성들의 고민이다. 시중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마취제를 바른 사정 지연 콘돔이 많이 나와있지만 마취제를 민감한 그곳에 바른다는 것이 여간 찝찝한 것이 아니다. DUO는 마취제를 바르지 않고도 남성 사정을 지연시키는 ‘리타딩(Retarding)'을 출시했다.

리타딩이 마취제 없이도 남성 사정을 지연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한국바이어스도르프 관계자는 “다른 콘돔 제품의 경우 ‘벤조카인’ 등 마취제 성분으로 피부를 얼얼하게 하고 단기적으로 촉감을 둔하게 해 사정을 지연시키지만 DUO의 ‘리타딩(Retarding)’은 일반적인 콘돔에 들어가는 화학물질을 최소화 해 신경이 예민해지는 것을 막고 대신 라텍스의 두께를 조정해 기본형보다 높은 탄성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실제로 한국바이어스도르프가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리타딩을 테스트한 결과 68%가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한국바이어스도르프는 프리미엄 제품 지플레저(돌출형, 3pcs 6000원)와 베이직 라인 3종인 내츄럴(일반형, 3pcs 4000원), 타이터핏(Tighter Fit, 10pcs 9000원), 엑스라지핏(XL Fit, 10pcs 9000원) 등 총 6종을 판매한다. 모든 제품은 오는 23일 온라인 채널을 시작으로 론칭된다. 이어 11월부터는 대형 할인마트, 드럭스토어, 편의점과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