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락을 팔아라> 정지원·유지은·원충열 지음, 미래의창 펴냄

기업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능력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책은 아마 한둘이 아닐 것이다.   어떤 책은 상품을 잘 포장할 것을 권하고 어떤 책은  소통능력을 키우라는 등의 조언을 한다. 그런데 상품이 넘쳐나는 시대, 흥미를 잃은 소비자들을 그런 말로 설득할 수 있을까? 답은 아니다에 가깝다.  <맥락을 팔아라>는 이처럼 아무도 사려 들지 않는 시대에 마케팅 담당자들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이 책의 공동 저자들은 마케팅을 담당하는 사람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상품을 잘 포장해서 파는 방법이 아니라  숨겨진 소비의 맥락을 읽어내는 능력이라고 단언한다.  소비자는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는다고 이들은 아프게 지적한다. 책이 많은 서점, 맛 좋은 음식, 잘 터지는 휴대전화를 강점으로 내세우는 것은 의미 없는 마케팅이라는 것이다. 이런 류의 마케팅에 식상한 소비자들은 냉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쉽게 짐작이 간다.

멋진 이름을 만들고, 콘셉트를 한 줄의 문장으로 정의하고, 근사한 디자인을 선보여도 소비자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런 냉담함을 깨뜨리고 그들에게 구매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저자들은 "이제는 각 요소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 즉 맥락을 엮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로 답을 대신한다.

맥락은 그럴듯한 관념에 그치지 않고 실제 사업을 전개하는 기본 플랫폼이 되며, 커뮤니케이션과 소비를 통해 고객 경험으로 완성된다고 이들은 강조한다. 이렇게 해서 구축된 맥락은 브랜드가 쉽게 무너지지 않게 하며, 차별화하기 어려운 세상 속에서 고유의 존재감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마케터와 기획자들은 Z세대와 액티브 시니어, 혼자를 뛰어넘어 ‘혼자들’이 된 1인 고객 등 그 형태가 변한 소비자들의 니즈에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맥락을 찾아낼 수 있는가. 저자들은 브랜드의 오리진에 맥락의 단서가 있다고 말한다. 소비자가 신발을 한 켤레 구입하면 제3세계 어린이에게 신발을 한 켤레 기부한다는 원칙으로 유명한 브랜드 '탐스'는 최근 신발 외에도 커피, 아이웨어, 가방으로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다. 탐스커피(Toms Coffee)는 원두 한 팩이 소비될 때마다 물 부족을 겪는 빈민층에게 140ℓ의 물을 전달한다. 어떤 제품군에든 '하나를 위한 하나(One for One)’이라는 맥락을 고수하는 탐스는 사업의 영역이 확장돼도 브랜드의 본질이 오히려 더욱 또렷해지는 사례가 된다. 

아무리 좋은 브랜드라고 해도 소비자가 경험을 통해 받아들이고 실제 삶으로 받아들어야 생존할 수 있다. 고객은 브랜드를 둘러싼 공간의 영향을 받는데, 온라인의 방대한 제품과 저렴한 가격, 편리성에 대항할 수 있는 무기인 경험은 차별화에 있다.

일본 다이칸야마의 츠타야서점을 보자. 이 서점은 가치 제안이라는 차별화를 꾀했다. 책을 통해 라이프스타일을 발견할 수 있도록 책을 선별한 뒤 새로운 방식으로 진열했다. 책 외에도 관련된 제품들이 함께 진열되도록 한 것이다. 요리책 옆에는 요리 재료와 도구가 있고 여행서 옆에는 여행사가 있는 식이다. 온라인 유통에서는 구현할 수 없는 오프라인에서만의 경험을 하게 해준 것이다.

<맥락을 팔아라>는 현재 소비의 맥락을 짚어주는 36개의 핵심 키워드를 설명한다. 1분 홈쇼핑·72초 드라마·LT조사이·구글 두들·넷플릭스 메이크잇·누디진·대림미술관·드루·라이프페인트·락코프스·레드불레틴·마리몬더·몰스킨 카페·무인양품 헛 프로젝트·미드웨스트 항공·미디어 오디언스·배짱이·사라힐 메이크업·삼거리포차·생일문고·세리프TV·스티치픽스·슬립 노 모어·아마존고·에버레인·와비파커·웨그먼스·제로 클릭·초코파이 에코백·캐스퍼·퀸마마마켓·트레바리·틱테일·팬톤 카페·페이스북 뉴스룸·혼자들 등이다. 부제는 ‘아무 것도 필요하지 않은 시대의 마케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