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직장인이자 사회인이다. 의무는 아니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먹고 살기 위해 ‘돈이 최고’라는 가치를 돌잡이 하던 갓난아기 시절부터 학습했다. 그리고 세 살 버릇 여든 간다고 죽고 나서도 버리지 못하고 무덤까지 가져가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된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적 배경을 꼽고 싶다. 전쟁 직후 먹고 사는 문제가 국가적 과제로 여겨져 무조건적인 양적 성장이 최우선이 되었다. 전쟁 후 상황에 대해 빠른 회복이 필요하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한 성장이 뒤따르게 되었다.

어쩌면 무리를 했는지 모른다. 우리가 낼 수 있는 혹은 앞으로 얻어낼 수 있는 에너지를 모두 끌어다 썼는지 모른다. 지금의 저성장은 마치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것처럼 우리들 스스로가 ‘양적 성장’에 치중한 나머지 초래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실제로 우리는 몇 해 전 아프리카를 덮친 메뚜기 떼처럼 돈이 되는 것이라고는 모조리 쓸어 담기 시작했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리고 저성장이 된 지금 더 이상 그러한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기술적으로는 많은 부분에서 성장했다. 증기 기관의 발달을 통한 2차 산업혁명은 정보의 생성과 유지보수를 위한 네트워크 기술을 만나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을 빠르게 변화시켜나갔다. 스마트폰을 포함한 과거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여러 기기들이 지속적인 혁신을 거듭하면서 우리가 사는 세상에 빠르게 침투했고 우리의 삶을 바꾸어 놨다. 그로 인해 편리해지기도 했고, 반면에 학습해야 할 지식도 늘어났다.

분명 우리의 일상은 보다 편해졌다. 하지만 이를 만들어 나가는 일터 속 우리 직장인들은 어려워졌다. 과거의 기술과 지식은 이제 시한부를 맞이했고 조만간 로봇이 우리의 기능적 노동의 전체 또는 일부를 대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이에 연결된 비즈니스의 수명도 마찬가지다. 동일한 시장 속 경쟁제만 견제하면 충분한 승산이 있던 과거와는 달리 보다 넓어진 소비자의 취사선택으로 대체제까지도 함께 우리 비즈니스의 고려 대상으로 삼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하나다. 비즈니스에 대한 깊이 있는 철학이 필요하다.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대표가 아닌 직장인이라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돈 버는 수단’ 정도로 생각하는 이에게 절대 중요하고 어려운 일을 맡기지 않는다. 사람은 그러하다. 자신이 가진 철학적 깊이를 비즈니스 또는 자신의 직무에 녹여야 한다. 말 그대로 과거 장인들처럼 ‘혼’을 실어야 한다. 그래야만 고객이 이를 알아보고, 우리를 잊지 않고 선택해준다.

따라서 비즈니스 또는 조직이 가지고 있는 본질(Identity) 그리고 철학(Philosophy)에 집중해야 한다. 그게 고객과 동료를 설득 또는 선택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 요인이 되어야 한다. 아무리 기술적으로 뛰어난다고 해도, 철학적 기반이 없이는 지속적으로 생존하는 것은 어렵다. 마치 잡스를 잃어버린 애플이 ‘혼을 잃었다’고 비판 같지 않은 비판을 받는 것, 그리고 제품과 서비스에서 달라진 모습을 비추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비즈니스가 가진 오리지널리티를 충분히 계승하고, 고객에게 온전하게 제품과 서비스가 투영된 비즈니스로서 전달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고객이 바라는 기대수준이 충족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비즈니스라면 고객도 이제 충분히 알아보는 눈이 생겼다. 그들의 눈을 일시적으로 멀게 해서 선택하게 할 수는 있지만,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얼마나 갈지는 알 수가 없다.

본래 비즈니스 또는 조직은 인간의 욕망에 의해 인간 수명 이상으로 존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과거 우리는 조직의 (양적) ‘성장’만이 생존으로 연결된다고 믿고 살아왔다. 이제는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을 꿈꿔야 하는 시기가 왔다. 성장에 지속성을 더하고, 남보다 빠르게 보다는 다르게(Different)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래서 비즈니스에 철학적 깊이를 더하고, 이를 통해 고객의 선택을 받도록 해야 한다. 그게 진짜 비즈니스이자 코틀러가 이야기하는 마케팅의 본질이다. 우리 평범한 직장인들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논리를 자신의 직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철학이 없는 껍데기 같은 직장생활에서 벗어나, 비록 남의 일이지만 자기 일처럼 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다. 비즈니스도 자기가 하는 직무도 ‘철학’ 없이는 오래 하기 어렵다. 오래 하기 위한 명분을 우리 내면에서 찾아야 한다. 그래야 생존할 수 있다. 그것이 생존으로 가는 첫 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