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낮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가 갑자기 일어났을 때 순간적으로 어지럼증을 겪는 ‘기립성 저혈압’부터 귓속 세반고리관에 발생한 이석이 세반고리관을 떠돌다가 전정신경을 자극해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이석증’이 대표적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런데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4명 중 1명은 뇌졸중, 뇌종양, 퇴행성 뇌질환 등 뇌의 문제로 발생하는 중추성 어지럼증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추성 어지럼증’은 뇌의 구조적, 기능적 이상 등에 의해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문제는 속귀에 위치한 전정기관의 이상으로 인해 생기는 말초성 어지럼증과 증상만으로는 구분이 어렵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석증 등의 말초성 어지럼증으로 진단 받은 경우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중추성 원인을 의심해봐야 한다. 중추성 어지럼증의 주 원인이 되는 뇌질환은 진단 및 치료시기를 놓치면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생명까지 잃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 출처=이미지투데이

어지럼증 보이는 뇌졸중 환자 20%, 초기 MRI 검사에서 문제 발견 못해
중추성 어지럼증의 대표적 원인질환 중 하나는 뇌졸중이다. 실제로 뇌졸중이 발생하기 전 약 10%의 환자들은 갑자기 어지럽고 비틀거리는 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최정윤 교수는 “어지럼증을 보이는 뇌졸중 환자들은 초기 MRI 검사에서 문제를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20%에 달하며, 마비 등 눈에 보이는 증상이 나타나는 뇌졸중에 비해 오진 위험이 무려 2배나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최정윤 교수에 따르면 전정기관을 담당하는 신경에 손상을 입어 발생하는 ‘말초 전정신경염’ 또한 뇌졸중 전조 현상과 비슷한 급성 어지럼증을 유발한다. 따라서 정확한 진단을 위해 자세한 병력청취와 신체검사가 필요하며, MRI 같은 뇌영상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안전하다.

최 교수는 “어지럼증이 심한 자세불안, 발음 장애, 물체가 겹쳐 보이는 증상과 함께 나타나면 MRI 검사에서 문제가 발견되지 않더라도 뇌경색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뇌종양’, ‘퇴행성 뇌질환’ 어지럼증… 조기 치료해야 뇌 회복 가능성 ↑
뇌종양이 있는 경우에도 종양이 서서히 자라면서 어지럼증과 두통을 느끼게 된다. 주로 50대에서 60대에서 많이 발병하지만, 최근에는 젊은 층의 유병율도 높아지고 있다.

뇌졸중의 경우 고혈압이나 당뇨가 있는 사람에게서 주로 발생하는데 반해 뇌종양은 뚜렷한 원인 및 예방책이 없다. 어지럼증과 함께 종양 위치에 따라 말이 어눌해지는 등 언어장애가 나타나거나 엉뚱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최 교수는 “조기진단을 통해 질환의 진행 속도를 늦추고 생존율을 높일 수 있으므로, 증상이 나타날 시 방치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에 따르면 퇴행성 뇌질환 환자에게도 지속적인 만성 중추 어지럼증이 나타나는데, 초기에는 증상이 경미하고 영상검사도 정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조기에 치료할 기회를 놓치기 쉽다.

영상검사가 정상이더라도 눈 운동 장애가 있거나 팔과 다리를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 퇴행성 뇌질환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경미한 어지럼증일지라도 수개월간 지속된다면 자세한 진찰과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최 교수는 “어지럼증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서 있을 때 중심을 잡기 어려운 자세불안 증상 혹은 두통과 함께 어지럼증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면 뇌질환으로 인한 중추성 어지럼증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신속히 병원을 찾아 원인질환을 밝혀내고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조기진단과 치료를 통해 후유증을 최소화 할수록 뇌가 회복될 여지가 크며, 약물과 전정운동치료를 꾸준히 실시하면 호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