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 사망률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간암의 80%는 B와 C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한다. B형 간염 바이러스와 C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가 간암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간염 특히 C형 간염에 대한 의료진과 대중들의 인식이 부족하고  국가 차원의 대책 방안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바이러스 간염 근절을 위해 질병관리본부 내 각 부서에 분산된 기능을 한 군데로 모아 ‘바이러스 간염 관리과’를 신설하고, 국가지정 기념일을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간 질환 예방에는 간염바이러스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기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해 세계보건회의를 통해 ‘바이러스성 간염에 대한 글로벌보건전략’을 수립하고, 2030년 ‘간염 종식’을 최종 목표로 내걸었다. WHO에 따르면 전 세계 간염 환자는 2015년 말 기준 3억 명을 넘어섰는데, 이에 WHO는 전 세계에서 바이러스 간염의 전파를 막고, 환자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제공해 2030년까지 바이러스 간염으로 인한 사망률을 65% 감소시키고, 바이러스 간염 신규발생을 90% 감소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이와 달리 국내에서는 간염 바이러스 예방 관리 기준이 미흡하는 등 허점이 한둘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 출처=이미지투데이

C형 간염 인지도↓, 항체검사 국가건강검진 도입해야

2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국민관심질병 조사 결과에 따르면,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국내 C형 간염 환자는 8% 증가했다. 2012년 4만5890명에서  4만9569명으로 근 5만명에 육박했다. 

C형 간염은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혈액, 체액 등으로 감염된다.  주로 혈액이나 주사기, 침, 면도기, 피어싱 시술 등을 통해 감염된다. 국내에서는 주사기 재사용 등 의료행위가 연이어 발생한 이래로 의료기관에서의 부실한 주사기 관리 문제가 C형 간염 바이러스 전파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C형 간염에 대한 국민들의 인지도가 낮은 점도 문제다. 대한간학회가 한국건강관리협회의 협조를 얻어 지난 4월17일~5월25일 전국 6개 도시(서울, 인천, 대전, 대구, 광주, 부산)의 20세 이상 남녀 건강검진 수검자 600명을 대상으로 대면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39%가 C형 간염 바이러스 전염경로를 ‘잘 모르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이 간암과 간경변증 주요 발생 원인으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음주(79%)였다. 다음으로 ▲흡연(48) ▲B형 간염(39%) ▲비만(35%)의 순이었다.   C형 간염을 꼽은 비율은 27%에 그쳤다.  음식이나 식기 공유를 바이러스 전파 경로로 인지하는 응답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39%는 C형 간염 바이러스 전염경로를 ‘잘 모르겠다’고 답했으며, 응답자 절반 이상은 C형 간염 예방접종이 없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또 C형 간염은 치료를 받으면 완치가 되는 질환임에도 응답자 44%만이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응답자 약 80%는 C형 간염 항체검사가 국가 건강검진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몰랐다. 응답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준 후 ‘C형 간염 항체검사의 국가건강검진 도입이 필요한가’에 대해 질문했을 때는 응답자 82%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C형 간염이 지정감염병으로 돼 있어 표본감시기관에서 환자 발생시 보건기관에 신고를 해야하지만, 이 또한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최문석 교수는 “표본감시의 경우 1차 또는 2차 기관에서 집단 감염 발생시 해당 환자가 다른 의료기관을 통해 신고된 경우에만 감염자 발생을 인식하게 되기 때문에 집단감염을 의심하기 어렵다”면서 또 “치과의원, 한의원, 침술원, 문신원 등 일부 기관에서는 감염관리에 대한 인식도가 전반적으로 낮고 보고에 대한 의무도 없다”고 지적했다.

▲ C형간염 관리대책 요약 출처=삼성서울병원 최문석 교수 제공

최문석 교수는 “C형 간염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에 C형 간염 검사가 포함시켜야 하고, 일선 의료기관에 대한 전염질환 관리감독이 강화돼야 한다”면서 “제도권을 벗어난 침술원, 문신 시술소 등의 관리도 강화돼야 하며, 의료기관 내 감염을 막기 위해 소독과 관련된 소모품에 대한 의료 수가가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일반인과 1, 2차 의료기관 의료인에 대한 C형 간염 홍보 및 교육도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저소득층에 대한 C형간염 진료비 지원도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대한간학회 변관수 이사장

출처=대한간학회 제공

대한간학회 변관수 이사장은 “간암과 간경변증의 주요 원인인 B형과 C형간염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는 아직 낮은 수준”이라면서  “C형간염의 진단 및 치료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C형간염 항체검사의 국가 건강검진 도입이 필요하며, 많은 간질환 전문 의료인들이 이 점에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美, 만성B형간염자 신고 의무화...국내선 국가 관리 기준 없어

B형 간염의 경우 백신 예방접종률이 95% 이상으로 높지만, 고위험군에 대한 국가 대책과 관리 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다. 미국에서는 만성 B형 간염자는 모두 신고대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따로 국가에서 감시나 변화를 추적하고 있지 않다.

수평적 감염 경로에 대한 유병률에 대한 자료 또한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이에 대한 대책이나 국민 인식도 없다.  최 교수는 “국가적 예방 접종 이후에도 10세 미만 소아의 B형 간염 표면항체(HBsAb) 양성율에 대한 정확한 평가 시행이 필요하다”면서 “표면 항체 음성인 환자들이 추후 성관계 등을 통해 수평적 감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과 예방 조치 실패자에 대한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 교수는 “국내의 경우, 이주 외국인에서 높은 B형 간염 유병률이 나타난다. 이들에 의한 B형 간염 유행 가능성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며, 적절한 의료 제공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고바이러스혈증 B형 간염 산모에서 주산기감염의 추가 차단을 위해 항바이러스제 사용을 급여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일본 후생노동성은 간염 예방과 치료 증진을 위해 산모의 기본검사로 B형 간염 항원 검사를 표준 검사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든 HBeAg 양성 산모에서 태어난 신생아에 대해서는 0, 2개월에 예방 접종(HBIG)을 통해 수직감염을 방지한다. HBeAg 음성 산모의 경우에도 출생한 신생아에게 HBIG와 백신을 함께 접종한다.

대만의 경우 모든 신생아와 의료종사자에게 B형 간염 예방 접종을 하고 있다. 신생아 예방접종 시기를 놓친 학동기 어린이들에는 면역형성을 가속화하기 위한 백신 접종인 ‘따라잡기 접종(catch-up vaccination)’을 하고 있다.

▲ 출처=이미지투데이

최 교수는 “수평 신규 감염 차단을 위해 따라잡기 예방접종의 필요성이 검토돼야 한다”면서 “청소년기나 탈북자 등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하는 따라잡기 예방접종 도입도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이러스 간염 근절 위한 TFT 마련 필요

학계에서는 바이러스 간염 근절을 위해 질병관리본부 내 각 부서에 분산된 기능을 한 군데로 모아 ‘바이러스 간염 관리과’를 신설하고, 국가지정 기념일을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 교수는 “2030년까지 WHO에서 목표로 하는 간염 바이러스 퇴치율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한시적 또는 상시의 국가조직을 갖추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바이러스 간염만을 전문으로 관리하고 예방, 홍보하는 전담부서가 만들어져야 한다. 통합 부서 신설이 당장 현실적으로 어려울 경우, ‘바이러스간염 근절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또 “성공적인 간염 관리 사업을 위해 WHO는 매년 간염의 날을 지정해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병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대한간학회에서 매년 간의 날 행사를 개최하고 있지만, 국가지정 기념일 지정을 통해 국가적인 홍보활동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