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19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세이프가드 공청회를 연 가운데 청원자인 월풀의 공세에 맞서 한국 정부와 삼성전자, LG전자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월풀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에 세이프가드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한편, 수입되는 부품에도 50%의 관세를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반면 한국 정부와 가전업계는 세이프가드가 미국 시장의 혁신을 가로막고 궁극적으로 현지 일자리 창출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맞섰다.

ITC는 지난 5일 월풀이 제기한 세이프가드 청원에 대해 '한국 세탁기로 미국 산업이 피해를 받고 있다'는 판정을 내렸다.  공청회에서는 기세가 오른 월풀이 한국 정부와 가전업계를 강하게 압박하는 장면이 여럿 연출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국가에 부과되는 반덤핑 제재를 피해 나라를 옮겨다니며 공장을 지어 미국에 세탁기를 수출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의 통상법에 배치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에 50% 관세를 부과하는 한편, 심지어 세탁기 부품에도 관세를 매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외에서 부품을 조달해 미국에서 세탁기를 조립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취지다. 원산지 규정을 회파하자는 것을 막자는 뜻이지만, 사실상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미국 현지거점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맞서는 한국 정부와 가전업계는 50%의 관세 부과는 WTO 세이프가드 협정에 위반된다고 강조하는 한편, 부품에도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미국 현지거점의 정상적인 운영을 어렵게 만든다는 논리를 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금까지 우리 세탁기가 미국에서 성장해온 것은 미국의 유통과 소비자들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세탁기를 선택해왔기 때문"이라면서 "세이프가드가 실제 발효돼 세탁기 수입을 막게 된다면 최종적인 피해는 미국 유통과 소비자가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나아가 세이프가드로 인해 한국기업의 미국 내 기반이 약해진다면 결과적으로 건설 중인 현지 공장의 정상적 가동이 지연될 수 있고, 이로 인해 미국 내 일자리 창출 등 현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말했다. 사우스캐롤라이주의 헨리 맥마스터 주지사, 랄프 노만 연방 하원의원을 비롯해 테네시주의 밥 롤프 상공부장관 등도 공청회에 참석해 한국 정부와 가전업계의 주장에 힘을 더하기도 했다. 이들은 삼성전자와 LG전자 공장이 들어서는 지역을 지역구로 가진 정치인들이다.

한편 한국을 비롯해 베트남, 대만, 인도네시아의 정부 관계자도 이번 공청회에서 세이프가드 조치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 정부는 23일 스위스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세이프가드 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더욱 공론화시킨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