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바이두, 네이버 등 미국과 중국은 물론 한국의 검색 엔진은 ICT 기술의 발전을 견인하는 한편 모바일 시대를 넘어 초연결 시대의 주역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이들이 다른 ICT 업체와 다른 점은 서비스 플랫폼의 강점을 태생부터 확보하고 있다는 점과 그 과정에서 대중에 익숙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한편, 이를 통한 빅데이터 확보에 수월하다는 점이다.

현재 검색엔진들은 소프트웨어를 넘어 하드웨어 수직계열화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전략적 유연함까지 보여주고 있다. 이는 도래할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시대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다.

▲ 바이두 아폴로 프로젝트. 출처=미래에셋대우

검색엔진과 자율주행?

최근 중국 1위 검색 엔진 바이두는 중국 BAIC(베이징 자동차) 그룹과 함께 2019년 레벨3, 2021년 레벨4 자율주행차를 양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존재감에 가려져 확실한 한 방으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바이두는 상당히 오랫동안 자율주행차와 인공지능에 투자를 아끼지 않은 곳이다.

네이버도 자율주행에 대한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네이버 지도에서 확장된 네이버 내비게이션을 공개하며 소프트웨어 사용자 경험을 확보한 상태에서 자율주행기술을 빠르게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생활환경지능의 개념이 있다.

네이버 개발자 회의 데뷰에서 송창현 CTO는 "네이버는 사용자를 둘러싼 환경을 깊이 이해하고, 기술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수많은 가능성에 주목하며 삶의 가치를 높이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며 "인공지능 기반 기술을 강화하기 위해 국내외 기업과 협업과 연구소 및 대학교와 산학 연계를 통한 공동 연구로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기술 혁신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 송창현 네이버 CTO. 출처=네이버

네이버는 데뷰를 통해 실내 자율주행 서비스 로봇 어라운드(AROUND), 전동카트인 에어카트(AIRCART), 세계 최초 4륜 밸런싱 전동 스케이트보드 퍼스널 라스트마일 모빌리티(Personal last-mile mobility)를 비롯해 코리아텍과의 산학협력으로 개발한 로봇팔 앰비덱스(AMBIDEX)를 공개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지난해 발표한 자율주행 실내지도 제작 로봇 MI의 업그레이드다. 3D 맵핑 스타트업 에피폴라 인수와 더불어 공간을 지배하려는 네이버의 야심을 잘 설명한다는 평가다.

구글은 ICT 기업 중 가장 오랫동안 자율주행차 기술에 공을 들인 곳이다. 이미 자율주행과 관련해 상당한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말이 나온다.

이들 검색엔진들은 기존 PC, 모바일에 국한된 하드웨어 반경을 넘어서 음성인식 인공지능 스피커, 자율주행차, 로봇 등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확대시키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검색의 진화- 하드웨어 경쟁령 강화 지속' 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영역 확대는 사용자와의 접점을 확대시켜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고 의존도를 심화시킬 수 있으며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시장의 온라인화 확대와 동시에 신규 시장 개척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하드웨어 기반의 검색 엔진의 사업 확대 전략은 사용자의 검색 엔진에 대한 의존도를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과는 달리 하드웨어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기기에 침투가 가능하며 친숙한 사용자 경험의 적용으로 의존도를 심화시켜 광고 및 상품 판매 노출량을 극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PC에서 모바일로 하드웨어 플랫폼이 전환될 때 사용시간 증가와 함께 사용빈도가 증가하며 검색 쿼리 양이 폭증했던 시기와 유사하다.

이러한 전략은 온라인 광고의 전자상거래 시장의 오프라인 시장 침투를 확대시킴과 동시에 신규 시장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대우 정용제 연구원은 "사용자의 의존도 확대에 따라 온라인 광고 및 전자상거래 시장의 온라인 잠식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다양한 기기에서의 사용성이 증가함에 따라 사용 빈도가 확대될 전망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나아가 "클라우드 등 을 통해 SaaS (Software as a Service) 사업으로서 확장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신규 시장 개척에 긍정적이다"고 평가했다.

자연스럽게 검색엔진 기업의 성장성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 연구원은 쇼핑을 통한 검색 광고의 안정적인 성장과 하드웨어 경쟁력 강화를 통한 신규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검색엔진의 강세는 여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향후 인터넷 산업의 흐름이 AI를 통한 사용성 및 광고 효율 개선과 모바일 기기에서 다양한 기기로 하드웨어 중심축이 변화된다면, 방대한 데이터와 분석 툴, 그리고 하드웨어 사업까지 겸비한 검색 엔진들의 장기 성장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픽셀2. 출처=구글

수직계열화까지 더해진다면?

구글은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미디어 행사를 열어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발표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픽셀2와 픽셀2 XL. 픽셀 2는 HTC가 생산하고, 픽셀 2 XL은 LG전자가 제작을 맡았으며 디스플레이 크기는 각각 5인치 FHD 스크린, 6인치 QHD pOLED 스크린이다.

구글 어시스턴트가 탑재된 구글홈의 파생 라인업도 나왔다.

구글홈 미니는 무게가 0.38g에 불과한 작은 인공지능 단말기며 색상은 3가지, 가격은 49달러다. 구글홈 맥스는 4.5인치 듀얼 우퍼, 0.7인치 트위터 등이 탑재된 인공지능 스피커며 스마트 사운드 등 정교한 기능을 제공하는 단말기다. 가격은 399달러다.

픽셀버드로 불리는 블루투스 헤드셋도 공개됐다. 3가지 색상으로 출시되며 구글 어시스턴트를 호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픽셀과 연동해 실시간 통역이 가능하다. 한국어도 지원하며 가격은 159달러다.

최근 구글이 HTC 스마트폰 사업부 일부를 인수하는 한편 모바일 칩 설계에도 뛰어들며 메이드 바이 구글 전략을 확대시키는 지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검색엔진이 가진 하드웨어 시장 진입이 단순한 장악이 아닌, 생태계 완비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검색과 데이터, 편리하고 대중적인 사용자 경험이 하드웨어 수직계열화와 이어지면서 인공지능 플랫폼의 유력한 핵심 후보군인 자율주행차 경쟁이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 하드웨어 중심 ICT 기업과 완성차 업체, 온디맨드 플랫폼 사업자와 인텔과 엔비디아와 같은 새로운 플레이어의 등장과 더불어 추후 시장의 향배를 가를 중요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