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정부가 ‘청정 에너지 목표’(Clean Energy Target) 정책 포기를 선언하면서 호주 에너지 산업의 변화 방향이 주목되고 있다.

호주는 풍력, 조력, 태양광 등 자연 에너지가 풍부한 국가로 알려져 왔으나 최근 에너지난을 겪으며 돌파구 마련이 절실해졌다. 호주 정부는 액화천연가스 수출을 제한하고 국내 공급량을 늘려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전력산업 전문가들은 호주 사례를 분석하며 ‘재생에너지도 전통 에너지 못지 않게 기술적 전문성이 중요한 분야”라면서 “급격하게 발전량을 늘리는 것보다 데이터 확보와 관리체계의 강화가 더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주의 태양광 발전소(출처=Sun of Solar)

맬컴 턴불 호주 총리는 지난 17일 ‘청정 에너지 목표’(이하 CET) 를 더 이상 이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CET는 호주 내 지역들이 의무적으로 적정 비율 이상의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전력을 공급하도록 하는 정책이다. 이 정책에 따르면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이 금지돼 있고,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짓더라도 숲 벌채 등 환경 파괴적인 개발을 하면 안 된다.

CET는 그 동안 호주 경제계에서 전기값 상승의 주범처럼 비판받았다. 지난 10년 간 호주 국민들이 지불하는 전력 가격은 63%가 올랐다. 이로 인해 산업 전반의 최종재 가격이 상승했다는 게 호주 여당과 경제계 측 인사들의 의견이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에는 태풍과 자연재해가 겹쳐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지역에 ‘순환 정전’이 발생하면서 재생에너지의 공급 안정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호주가 에너지난을 겪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액화천연가스 수출 1위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공급량이 적어서다. CET 정책을 실시하며 일시적으로 에너지 포트폴리오의 폭이 줄어들면서 액화천연가스 등 기존 부존 자원을 적극적으로 확보해야 했지만, ‘수출 우선 정책’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30년까지 호주 액화천연가스 생산은 연평균 4.8%씩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989년 이전까지 호주는 LNG 생산량의 대부분을 국내에서 소비했지만 90년대 이후부터 한국, 일본, 유럽 등 해외에 적극 팔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5200만 톤까지 수출했다. 호주 에너지시장위원회는 “호주 국내 LNG 생산량이 대부분 해외 수출량으로 소비돼 국내 전력 시장을 안정시키기 어렵다”며 강력한 수출 제재를 건의했다. 결국 턴불 총리는 지난 4월부터 “국내 가스 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규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태양광 전문가이자 삼성물산, 대림산업 등에서 에너지 분야 경험에 종사했던 강창근 씨는 “호주 재생에너지 산업의 공급 안정성 문제는 결국 데이터 확보와 예측 역량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 씨는 “재생에너지 부문 전문가들과 정부 당국이 전체적인 전력 시장 수요를 실시간 데이터로 파악했어야 했다”며 “태양광, 풍력 등의 에너지원들을 효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었더라면 재생에너지 불신이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강 씨는 “재생에너지 산업은 전통 에너지 산업 못지 않게 역량 구축과 발휘에 시간이 걸리는 ‘느린 산업’이기에 전문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동력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국장과 가스공사 감사를 역임한 김윤형 한국외대 상경대학 명예교수는 “재생에너지가 ‘꿈의 에너지’라고 호평받을 수록 체계적인 관리와 수요계획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명예교수는 “호주 사례는 재생에너지를 도입해서 운영할 때 다른 에너지원의 흐름이 어떤지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