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통합 사물인터넷 전략에 시동을 걸었다. '삼성은 데이터 회사'라는 선언이 나온 직후 초연결 생태계를 노리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나온 셈이다. 나아가 빅스비 2.0 생태계 확충과 증강현실 인프라에 대한 의미있는 로드맵도 등장해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는 18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 2017 (Samsung Developer Conference 2017)'에서 개방과 연결성을 강조한 통합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비전을 공개했다. 각개격파 수준이 아닌 두 영역을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 전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 세계 개발자와 서비스 파트너, 디자이너 등 5000여명이 참석했다는 후문이다.

▲ 출처=삼성전자

기조연설에 나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고동진 사장은 "삼성전자는 모든 카테고리의 제품들을 서로 연결하고 소통하게 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더욱 혁신적이고 편리한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면서  "다양한 파트너, 개발자들이 보다 쉽고 빠르고 안전하게 참여해 수십억 개의 삼성 제품과 서비스들을 통해 개방적이고 혁신적인 에코시스템을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는 장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물인터넷 통합전략은 스마트싱스로 좁혀진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 아틱(ARTIK), 삼성 커넥트(Samsung Connect) 등 전사의 모든 사물인터넷 제품과 서비스들을 스마트싱스 하나로 통합시킨다. 파편화 된 초연결 전략을 하나로 모아 시너지를 일으키겠다는 뜻이다.

스마트싱스를 통해 삼성전자 사물인터넷 에코 시스템을 연결하고 이를 단말기와 서비스까지 포함시킨다는 전략이다. 첫 행보로 스마트싱스 클라우드로 삼성 커넥트 클라우드, 아틱 클라우드를 통합해 데이터 인프라를 하나로 연결한다는 설명이다. 앞으로 개발자들은 하나의 스마트싱스 클라우드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이용해 모든 스마트싱스 제품과 연결되는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다.

개발자들에게 통합된 사물인터넷 생태계를 지원해 B2B 시장까지 빠르게 장악하겠다는 의지다.

기존 아틱 0, 5, 7 시리즈에 보안 성능을 한층 강화한 새로운 사물인터넷 보안 시스템 모듈도 공개했다. 11월 말부터 파트너사를 중심으로 공급될 전망이다.

빅스비 2.0도 등장했다. 최근 삼성전자는 빅스비 개발을 총괄하던 이인종 부사장이 물러나며 인공지능 새판짜기에 돌입하는 분위기다. 냉정하게 말해 빅스비 1.0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인수한 비브랩스의 기술력으로 볼 수 없다. 인공지능 오픈 생태계를 구성하는 것이 비브랩스의 핵심이었기 때문에, 빅스비 2.0은 강력한 호환성을 바탕으로 통합 사물인터넷 전략에 힘을 더할 전망이다.

빅스비 1.0이 갤럭시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사용자 경험과 맥락을 제공하는 개념이라면, 빅스비 2.0은 삼성전자 가전 전반에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2018년 이후 출시되는 모든 삼성 스마트TV에 빅스비 2.0을 탑재할 계획이다. 2020년 이후 모든 가전제품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 출처=삼성전자

생태계 전략도 병행된다.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파트너들이 보다 쉽게 빅스비 기능이 탑재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도록 개발자 툴과 지원을 강화한다. 빅스비 2.0 소프트웨어 개발도구는 일부 개발자들에게 우선 제공하고, 향후 모든 개발자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이 접목되는 개념인 프로젝트 엠비언스 시연도 있었다. 사물이 연결되어 인공지능의 제어를 받는 개념이다. 아직 프로젝트 엠비언스는 컨셉 단계지만 향후 동글이나 칩셋 형태로 구현될 전망이다.

미래 소통의 플랫폼인 가상현실을 넘어, 증강현실에 대한 로드맵도 나왔다. 삼성전자가 증강현실에서 의미있는 인프라를 보여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글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증강현실 개발 플랫폼 AR코어(ARCore) 소프트웨어 개발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 구글과의 기본적인 협력을 유지하며 다소 조심스럽게 증강현실에 손을 대는 분위기다. 메이드 바이 구글처럼 하드웨어 수직계열화를 꿈꾸며 안드로이드 동맹 체제를 스스로 흔들고 있는 구글과 삼성전자의 전략에 시선이 집중된다.

▲ 삼성 360 라운드. 출처=삼성전자

가상현실용 고품질의 3D 컨텐츠 제작, 생중계를 지원하는 삼성 360 라운드(Samsung 360 Round)도 공개됐다. 17개의 카메라를 탑재해 업계 최고 수준의 4K급 3D 비디오와 3D 오디오 컨텐츠 제작이 가능하며, 컴팩트한 디자인과 IP65급 방수방진을 탑재해 어떤 환경에서나 사용이 가능하다. 여러 앵글로 촬영한 영상을 한번에 하나의 영상으로 합성하는 스티칭이 가능하고, 네트워크 환경에 따라 전용 PC 제어 프로그램을 통해 지연시간 없이 실시간 생중계를 지원한다.

10월 미국을 시작으로 점차 출시 국가가 확대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