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농산물 시장이 1조 6000억 대로 성장하고 있다. 친환경 농산물은 무농약(유기농) 재배를 하고 정부로부터 친환경 인증을 받은 작물을 뜻한다. 전세계적으로 친환경 농산물·유기농 음료시장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2008년 이후 부실인증 사례가 나오면서 연도별 인증횟수가 줄어들고 있다.

친환경 농가들의 영세한 규모와 불확실성도 시장 확대의 걸림돌이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인증체계 정비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을 이용해 친환경 농산물 생산시설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친환경 농산물 유형별 인증실적 증가율(출처=농촌경제연구원)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친환경 농산물 시장 규모(2016년 말 기준)는 출하량과 가격 상승으로 전년보다 30.1% 증가한 1조 6546억 원이다. 이 시장은 앞으로 연평균 5.3%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2025년까지는 2조 6286억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 유기농 식품 시장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올해 기준으로 816억 달러 규모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15년간 세계 유기농 식품 시장이 356% 성장했다”고 설명하고 “수요는 많지만 유기농 경지 면적이 240% 증가해 공급이 수요에 못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친환경 농산물 시장의 발전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인증 실적이다. 농식품로부터 무농약·유기농·유기가공식품 등의 인증을 받아야만 상품을 유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2년 이후 국내 친환경 농산물 인증 실적은 계속 줄었다. 인증실적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14%씩 줄었고, 무농약(유기농) 출하량도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18.8%씩 감소했다.

가장 큰 원인은 2008년 이후부터 부실인증 사태가 나면서 농가들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민간 기관의 역량 부족, 인증취소 농가의 증가 등으로 소비자들은 ‘친환경 인증’을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조금씩 내놓고 있다. 얼마 전 살충제 계란 사태 때도 퇴직 공무원들이 친환경 인증 업체에 재취직하는 상황이 파악돼 물의를 빚기도 했다.

▲ 품목별 친환경농산물 생산예측(출처=농촌경제연구원)

경남 고성에서 유기농 토마토 농사를 짓고 있는 장 모씨는 “친환경 인증을 만만하게 보는 일부 농민들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 씨는 “예를 들어 인증을 받기 위해 3000평을 대상으로 평가를 받을 경우 1500평은 친환경 재배를 하고, 나머지 1500평은 비료나 농약을 써서 편법 인증을 받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친환경 인증 업체들이 일일이 농작물의 실태를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부 샘플만 추출해 살펴본 후 인증서를 발급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친환경 농가들이 관행 농업(농약이나 비료를 쓰는 일반 농업) 농가보다 규모가 작다는 점도 큰 어려움이다. 이인규 NIR 그룹 상무는 “친환경 농사는 많은 도전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가장 기본적인 작황과 농법뿐만 아니라 시장 반응,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민감도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 상무는 “친환경 방식으로 크게 농사를 지었다 망하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농민들이 규모화에 도전하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많은 언론과 학계가 지적한 ‘인증체계 선진화’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친환경 농산물의 안정적인 규모화를 위한 지원프로그램이다. 지난해부터 김창길 농촌경제연구원장은 “농업환경시스템 정비, 적정 시비 제도 구축, 농업환경보전 시범사업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해 왔다. 김 원장은 농촌경제연구원 보고서를 통해 “화학비료와 농약을 덜 쓰기 위한 농업 환경 자원관리도 의미가 있지만 토지 관리, 작물 생산 방법, 농법 개발 등을 시범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테스트베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친환경 농업 참여를 늘리기 위해서는 사업화 성공사례를 국가 차원에서 보여주면서 분위기를 선도해야 하고, 농가별로 상세한 지원체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