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콘텐츠 시장이 불꽃튀는 경쟁을 거듭하고 있다. 초연결 사회가 도래하며 플랫폼을 넘어서는 생태계 전략이 중요해지고, 자연스럽게 매력적인 콘텐츠를 통해 단독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좁게는 음악 콘텐츠를 확보해 글로벌 전략까지 넘보려는 네이버와 엔터테인먼트 기업 YG의 협력, 넓게는 인공지능과 일반기업의 연대 모두 포함된다.

▲ 넷플릭스 이탈리아 행사. 출처=위키디피아

넷플릭스부터 애플까지
오리지널 콘텐츠를 통해 자사 플랫폼을 강화시키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은 글로벌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다. ICT 기술을 통해 콘텐츠 큐레이션 기술을 바탕으로 시청 패턴의 근본적인 변화를 노리는 한편, 자체 제작한 콘텐츠로 넷플릭스를 찾는 고객들을 유도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올해 3분기에만 전 세계에서 445만명의 신규 고객을 유치했으며 전체 가입자 숫자는 1억930만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 가입자가 8600만명에 머물렀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성장세다. 그 저변에 오리지널 콘텐츠의 저력이 있다는 것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 넷플릭스는 기묘한 이야기, 하우스 오브 카드 등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를 강화하는 한편 로컬 콘텐츠 사업자와 협력해 궁극적으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21세기폭스와 디즈니와의 콘텐츠 수급이 종료되며 전반적인 인프라는 약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단독 오리지널 콘텐츠의 강점을 보완할 수 있는 역설적인 장치로 작동할 가능성도 있다.  나아가 넷플릭스의 시청패턴 변화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전체 회원 중 840만명 이상은 콘텐츠를 정주행한 경험이 있다. 이른바 폭식시청이다.

지난 2013년과 2016년 사이에 시리즈 출시 24시간 만에 정주행을 완료한 사람의 수가 20배 이상 증가했다는 말도 나온다. 한편을 시청하고 다음 편이 나올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일반의 경우와 달리, 넷플릭스 회원들은 시리즈가 공개되자마자 바로 전 시즌을 몰아보는 몰입도 높은 시청 패턴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이에 맞서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훌루 등 비슷한 서비스 업체들도 모두 오리지널 콘텐츠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넷플릭스의 후발주자로 평가받지만 '세계의 만물상'으로 칭송받는 아마존의 거대한 인프라에 속해있기 때문에 막강한 자본력과 브랜드 가치를 가지고 있다. 여세를 몰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장 유명한 오리지널 콘텐츠는 '더 그랜드 투어'다. 영국 BBC 예능인 탑기어의 원년멤버들이 만든 프로그램이며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세계를 누비는 콘셉이다. 이 외에도 '로어'를 비롯해 '전부냐, 제로냐' 시즌도 최근 새롭게 공개되어 자체 콘텐츠 역량 강화에 힘을 더하고 있다.

▲ 더 그랜드 투어. 출처=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철저하게 VOD 중심인 넷플릭스와 달리 생방송도 제공한다. 월 200달러를 내면 100개가 넘는 라이브TV도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 HBO의 유명 드라마인 '왕좌의 게임'도 제공한다. 이들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오리지널 콘텐츠는 아니지만 아마존이라는 거목이 있기에 가능했던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위력 중 하나다.

훌루는 태생이 방송사 연합 OTT 서비스이기 때문에 미국 주요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공급받는 것으로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갈증을 해소한다. ABC와 폭스, NBC 등 주요 방송사의 방송을 바로 받아볼 수 있다. 다른 스트리밍 업체들이 넘볼 수 없는 구역이다.

구글의 유튜브TV도 있다. 다만 사업 초기라 아직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투자는 없다. 나아가 미국 통신사들이 운영하는 OTT 서비스도 조금씩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AT&T는 2016년 11월 다이렉트 TV 나우를 출시했으며 타임워너 인수를 통해 조금씩 미디어 시장으로 넘어오고 있다. 스프린트와 합병을 앞두고 있는 T모바일은 OTT가 없으나 넷플릭스와 협력하고 있고, 스프린트는 아마존과 연대한 상태다. 버라이즌은 아직 가능성 타진 중이다. 아직 이들은 자사 OTT를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까지 나아가지는 못했다.

페이스북과 애플 등 글로벌 ICT 기업들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나서는 장면도 의미심장하다. 페이스북은 이미 디스커버리 채널 등 다양한 콘텐츠 수급자와 계약을 맺는 한편 일찌감치 페이스북 라이브 등을 통한 동영상 실험에 적극적이다. 내년에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위해 약 10억달러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애플은 한 발 더 나아갔다. 할리우드 대형 제작사인 퀄버 스튜디오의 제작시설 임대를 추진하는 한편 지난 6월 소니 픽처스의 영혼이라 불리던 제이미 엘리치와 잭 밴 앰버그를 영입하기도 했다. 일단 애플뮤직을 중심으로 콘텐츠 역량을 키운 상태에서 영상 콘텐츠 전반의 인프라를 '다소 부진한 애플TV'와 연계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페이스북과 동일하게 10억달러의 투자를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 역량을 키운다는 복안이다.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와 손잡기도 했다. 영국의 일간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현지시각) 애플이 유명 영화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와 협력해 대형 TV쇼 제작에 나선다고 보도했다. 앰블린 텔레비전, NBC유니버설의 자회사인 유니버설 텔레비전과 함께 TV 시리즈인 어메이징 스토리 공동제작에 나선다는 설명이다.

▲ 자료사진. 스티븐 스필버그. 출처=픽사베이

애플의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는 올해 3분기 기준 아이폰 의존도가 다소 낮아진 상태에서 서비스 분야에서만 73억달러의 매출을 올린 대목과 관련이 깊다. 하드웨어 일변도를 탈피해 오리지널 콘텐츠에 집중, iOS 생태계를 키울 수 있는 새로운 국면을 원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유료방송 시장에서 IPTV가 케이블을 압도하기 시작하며 통신사들의 오리지널 콘텐츠 행보가 빨라지는 대목도 중요하다. KT는 올레tv 모바일을 통해 CJ 다이아TV와 협업한 오리지널 콘텐츠 웹드라마인 29그램을 최근 공개했다. 10분 분량의 짧은 웹 드라마이며 올해 연말까지 총 2편을 추가로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SK브로드밴드도 OTT 플랫폼인 옥수수를 통해 예능과 게임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8월 공개된 '애타는 로맨스'는 무려 750만뷰나 기록하며 업계에 놀라움을 안겨주기도 했다.

국내 통신사들이 외국과는 달리 1인 크리에이터, 즉 MCN 업계와 협업해 젊은층을 공략하는 행보를 보이는 대목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넷플릭스 수준의 정통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만개하는 1인 크리에이터 시장의 MCN 업계와 연대하며 판을 키우는 것은, 이종산업의 상생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물론 케이블 업계도 헬로(구 헬로비전)의 '뷰잉' 등 OTT를 기반으로 존재감을 키우는 사업자가 있으나 오리지널 콘텐츠 역량은 미비하다.

매우 드문 케이스이기는 하지만, 기업이 브랜드 저널리즘 차원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경우가 있다. 2013년부터 브랜드 홍보 웹드라마를 만드는 삼성이 단적인 사례다. 삼성은 '무한동력', '최고의 미래', '도전에 반하다', '긍정이 체질' 등 다수의 웹 드라마를 제작한 바 있다. 다만 이 영역은 단순 CF와 오리지널 콘텐츠의 영역이 흐릿한 편이다.

▲ 삼성 웹 드라마 긍정이 체질. 출처=삼성 블로그

오리지널 사랑...왜?
일차적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는 독점 콘텐츠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자연스럽게 특정 플랫폼으로 이용자들을 유입하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단순하게 플랫폼 강화로만 이해하면 곤란하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포함해 유입된 이용자 모두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일종의 생태계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모바일 이후의 초연결 생태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초연결의 기본 패러다임이 '모든 것의 끊임없는 연결'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확실한 생태계 전략은 모든 사업자에게 기본이며, 부드럽게 사업자가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를 담당하는 부사장 브라이언 라이트(Brian Wright)는 자사의 폭식시청 패턴이 높은 효과를 거두자 “콘텐츠의 마지막 혹은 클라이맥스 장면 시청 여부를 떠나, 첫 번째로 시리즈를 끝까지 시청한다는 것이 주는 특별한 만족이 있다”며“넷플릭스는 시청자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방식으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한다. 우리는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을 몰입시키고 열정을 끌어올리는 것의 가치를 높이 산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 중심에 오리지널 콘텐츠의 강점이 있고, 이는 이용자들을 포함하는 더 높은 수준의 새로운 생태계를 창출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