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신상품을 출시할 때 가격 결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은 정교한 알고리즘에 의해 결정하지만 중소기업이나 창업기업들은 경험이 없어서 어떤 기준으로 정해야 할지 난감해 한다.

가격은 시장 유형에 따라 여러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학교는 등록금, 건물은 임대료, 기차는 요금, 근로자의 일한 대가는 임금 등으로 불리지만 통칭해 ‘가격’이라고 한다.

경제에서는 가격을 ‘상품의 교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 것’을 말하는데, 결론적으로 정의하면 가격이란 고객의 ‘지불의사(Willingness to Pay)’에 따라 결정된다. 그래서 기업의 가격정책은 고객의 지불의사에 기업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고객이 너무 비싸서 안 사겠다고 하면 가격은 떨어지는 것이고, 값이 얼마든 사는 사람이 많으면 가격은 올라가는 것이다.

가격은 크게 3가지 시장가격, 독점가격, 통제가격으로 구분한다. 시장가격은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이며 시장변동에 의해 상하로 움직이는 가격체계를 말하고, 독점가격은 한 종류의 제품을 한 업체가 독점하거나 시장지배력을 가진 소수의 기업이 담합해서 나타나는 가격을 말한다. 그리고 통제가격은 정책상 필요에 의해서 국가에 의해 통제되는 가격인데 예컨대 공공요금과 대중교통 요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일반 기업이 필요로 하는 ‘시장가격’에 대해서 조금 더 깊게 접근해 보자. 기본적으로 상품가격을 설정하는 방법은 3가지다. 첫째, 제품의 제조, 판매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원가)의 합계에 일정한 마진을 추가하는 이른바 ‘원가 기반 마진 플러스법’인데, 여기서 원가란 재료비·노무비·경비 등 3가지 항목을 합한 금액을 말한다.

이 기법은 수요예측을 정확하게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채용할 수 있다. 하지만 경쟁사와 고객의 욕구를 통제하고 오직 기업 내부의 요인만을 고려한 가격정책이어서, 시장이 받아들이느냐는 별개의 문제라는 단점이 있다.

둘째, 고객의 욕구나 가치, 즉 고객관계에서 결정하는 ‘고객관계 기반 가격결정법’이다. 대상 제품에 대해 고객이 어느 정도 가격이라면 살 수 있는지 수요의 상태를 먼저 알아보는 것이다. 그런 다음 가격을 결정하고 비용을 거기에 맞춰 배분하는 방식이다. 고객의 경제성과 구매 습관에 근거한 가격설정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방법을 쓰려면 소비자의 구매 특성과 가치를 기준으로 삼아야 하기 때문에 시장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세 번째는 경쟁업체의 가격동향에 근거해서 설정하는 이른바 ‘경쟁제품 기반 가격결정법’이다. 출시하려는 제품이 경쟁제품에 비해 특별한 차별화가 없다면 이 방법이 비교적 안전하다.

다만 상대 기업이 또 다른 정책을 펼치면 같이 따라가야 하는 문제가 있을 수는 있다. 이마트나 쿠팡처럼 유통업체가 업계 최저가를 표방하고 매일같이 상대 기업을 조사해서 그보다 낮게 판매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면 가격을 따라 내려야 하는 악순환에 말려들 수 있다.

최근 치킨업계에서 벌어진 한 브랜드가 단가를 내리자 다른 가맹본사들도 덩달아 내린 경우도 여기에 해당하는데, 경쟁상태에 따라 탄력적으로 가격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이 약점이다. 따라서 이 방법은 고객의 구매가치를 수용하기보다 경쟁사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다.

최근 글로벌 경쟁이 심해지고, 품질이 상향평준화되면서 오직 저가정책으로만 경쟁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런 출혈경쟁을 극복하려면 제품의 차별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삼겹살 돼지는 200일 키워서 100㎏이 되면 30만원을 받지만, 무균돼지는 같은 기간 키워서 수 억원을 받는다. 이것이 차별화다.

차별화를 위해서는 융·복합이 전제조건인데, 만일 가수 원더걸스가 가만히 서서 ‘노바디’를 불렀다면 아마 빛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춤은 물론이고 의상과 헤어스타일에다 중간 중간 영어까지 섞어서, 듣고 보고 느끼고 나누는 것까지 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융복합이다.

이렇듯 제품 혁신은 대단히 중요하다. 다시 말하면 기존의 상품 카테고리 리스트 중에서 자사 제품을 선택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사 제품이 견인하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시장과 경쟁해서 이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딱 두 가지로, ‘최고’가 되든지 ‘최초’가 되는 것이다. 최초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 혁신이다. 마치 누군가 새로운 직업을 만들었다면 그 사람이 그 직업의 중심에 서게 되기 때문에 경쟁을 하지 않아도 이길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단 차별화를 통해 제품을 출시한 후 그 전략이 계속 유지될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다. 그래서 기업이 항상 고민하는 게 바로 지속 가능성인데, 처음부터 가격을 제대로 정해야 소비자의 저항에 부딪히지 않고 그 흐름이 그대로 이어질 수 있다.

제품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3가지 가치를 담아내야 한다. 첫째 조건은 ‘탐색가치’인데 사람들이 만져보거나 눈으로 보면 확인될 수 있는 품질의 가치가 있어야 하고, 둘째로는 ‘경험가치’인데, 구입 후에 실제 써보니 기대 이상의 효과가 있다고 수긍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은 ‘신용가치’로 경험 없이 구매하는 경우다. 이때는 기업의 평판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스마트폰의 사전예약이나 세정제의 리필제품 구매 등이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이처럼 상품의 가격이 매겨지는 과정이나 지속되는 방법은 다양하고 어렵다.

그런데 일반 상품에 비해 명품은 대체로 비싸게 책정되는데 그 배경은 무엇일까? 이른바 럭셔리 비즈니스에서는 앞서 기술한 가격설정 방법 3가지를 모두 수용한 정책을 펴고 있는데 그 가운데 특히 ‘원가 기반 마진플러스법’ 비중이 더 크다. 경험에 의해 시장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제품을 만드는 데 300만원이 들었고 여기에 마진 100만원을 더 붙이겠다”고 해도 소비자들은 이러한 기업의 노력, 즉 장인정신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게 바로 브랜드 파워다.

브랜드는 세계관이나 소재의 품질, 희소가치, 장인의 솜씨와 디자인, 수집 가치 등에 의해 단단해지는데, 일단 브랜드파워가 생기면 기업은 매년 컬렉션에 출품된 옷 자체가 아니라 그 시즌의 브랜드 테마와 콘셉트를 팔게 된다. 소비자는 브랜드 제품은 품질이 좋아서 비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처럼 가격은 품질의 신호로 작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고객의 마음 속에 브랜드를 집어넣을 수 있다면 이는 대체 불가능한 결과를 가져오고 기업이 원하는 프리미엄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 전략론에서 말하는 차별화 전략의 산출물이 바로 브랜드 파워다.

요즘 통신업계나 일부 프랜차이즈업체에 원가를 공개하라는 정부의 압력이 있다. 그런데 담합이 확인되지 않았다면 이처럼 가격결정 요인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독점이나 통제 대상 가격이 아닌 한 ‘시장가격’을 통제하는 것은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 가격은 결국 소비자의 ‘지불 의사’에 따라 선택되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