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대한민국 청와대 페이스북

문재인 정부 집권 후 첫 국정감사가 12일 시작되면서 지난 정권의 권력형 비리, 정부 수뇌부와 대기업 간 유착 문제가 연일 지적되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 박근혜정부 집권 시기 정부 비판적 의견을 지닌 문화계 인사들을 감찰한 문건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공개되면서 영화·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적폐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해 “부산영화제와 더불어 많은 영화계 인사들이 정부 비판적인 성향이라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라 말 못할 고통을 받았다고 전해 들었다”면서 “앞으로는 정부 권력의 영화계 간섭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업계를 최대한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겠다”고 말한 만큼 이번 정권의 업계 적폐 청산에 대한 의지는 확고하다.

그렇다면 올해 국정감사를 통해 반드시 검토하고 개선돼야 할 영화계의 대표적인 적폐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영화업계·배우에 대한 정치권의 압력  

지난 9월달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의 ‘좌파 연예인 대응 태스크포스(TF)’가 작성한 총 82명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명단을 공개했다. 명단에는 정부 비판적인 정치 소신 발언에 적극적이었던 김규리(김민선), 권해효, 문소리, 이준기, 유준상, 김가연 등 영화배우들과 더불어 이창동, 봉준호, 박찬욱, 장준환 등 영화감독들의 이름이 포함돼 있었다.

당시 국정원은 명단에 있는 감독들의 작품 제작을 막도록 투자사에 압력을 가해 직접적인 불이익을 줬고, 배우들의 캐스팅을 의도적으로 막아 일거리를 차단하거나 악성 댓글을 양산하는 등 압박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정권의 영화계 개입은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까지 그대로 이어져 명단에 포함된 감독과 배우들은 약 10년 동안 수많은 불이익을 당했다.

박근혜정부는 지난 정권보다 더 노골적인 방법으로 영화계에 간섭했다. 무능한 권력을 비판하는 성격의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고(故)노무현 대통령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변호인>(2013)의 해외상영을 금지하는가 하면 세월호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 벨>(2014)를 상영했다는 이유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좌파영화제’로 낙인찍고 부산시를 통해 지급되는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영화계 관계자는 “정부에 대한 비판적 해석을 막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아울러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영화인들의 안정적인 삶을 방해하는 일에 정부가 앞장섰다는 것은 소위 ‘문화 강국’을 지향한다는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다고 믿기 어려운 일”이라면서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국정감사를 통해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련된 이들을 처벌하고 업계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크린 독과점 문제  

특정 제작사가 만든 영화나 소수의 영화가 전체에서 과반수를 넘어서는 비중의 스크린(영화관)에서 상영되는 것의 의미하는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1990년‘대 말 멀티플렉스가 국내에 처음 도입된 이후부터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논쟁거리다. 주로 CJ, 롯데 등 대형 영화 제작사 작품,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등 소수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예산이 적거나 규모가 작은 영화들은 극장에서 소외되고 관람객의 선택권이 제한되는 피해들이 발생했다.

▲ 스크린 독과점 문제로 뭇매를 맞은 영화 <군합도> 출처= 네이버 영화

이에, 여론은 문제에 대한 책임을 영화 제작사나 감독 혹은 그와 연결된 멀티플렉스로 돌려 콘텐츠 기업들의 ‘수직계열화(기업이 생산하는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 판매 과정의 공정을 관련된 기업들의 계열사를 두는 것)’를 문제로 삼았다. 그러나 수직계열화와 스크린 독과점과의 상관관계를 증명하는 주장의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 대부분의 멀티플렉스들은 영화 상영 비중의 결정권을 각 극장 경영진에게 넘기기 때문에 특정 영화에 대한 상영 스크린 수는 멀티플렉스의 운영 방침과 관계가 크지 않다. 따라서 작품 상영의 비중은 각 극장 점주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된다. 문제가 되는 것은 각 극장 경영진의 입장에서 돈이 될 만한 작품에 상영관을 몰아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정윤철 영화감독은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극장 사업자들에 대한 비판을 멀티플렉스에만 돌릴 이유는 없다”면서 “적은 상영관 수로도 흥행 실적과 수익을 올렸던 사례는 많이 있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스크린 독과점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진위-영화업계 대화 창구 정리 문제 

탄핵 이후 대응 방안에 대해 영화인들과 영화단체들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업계가 정교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영화 산업계에 대한 지난 정권의 감시를 방조한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운영진의 책임을 묻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영화업계에서는 김세훈 영진위원장의 사퇴와 임기 만료된 후임 영진위원 인선, 구체적 사업계획 확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영화계가 비중을 두고 있는 개혁 현안들의 방향성과 실행 방안을폭넓게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에서 근거한 것이다.

영화업계 관계자는 “상식적인 수준에서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영화와 관련해 어느 한 쪽이 피해보는 것이 아닌 문화 산업의 전방에 있는 영화 산업의 공정성, 시장 가능성을 고려한 개선 방안들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