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로봇사랑이 화제입니다. 천하의 구글도 로봇사업이 힘들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뱉어내고 있는데 네이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끊임없이 로봇사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로봇산업이 사양산업은 아닙니다. 오히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더욱 각광받는 추세지만, 그래도 아직은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최근 국내에 상륙한 로봇 페퍼를 보면서 느꼈지만, 서비스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이고 산업용 로봇은 더욱 고도화돼야 한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상황이 약간 복잡함에도 네이버는 올해 데뷔(DEVIEW) 2017에서 다수의 로봇을 공개했습니다. 기술기반 플랫폼 기업을 표방하고 있으니 다양한 ICT 플랫폼 전략도 나왔지만, 역시 주목받는 것은 로봇이에요.

올해 데뷰에서 네이버는 총 9개의 로보틱스 성과를 공개했습니다. M1의 업그레이드는 물론 실내 자율주행 서비스 로봇 어라운드(AROUND), 전동카트인 에어카트(AIRCART), 세계 최초 4륜 밸런싱 전동 스케이트보드 퍼스널 라스트마일 모빌리티(Personal last-mile mobility)와 MIT와의 산학협력으로 치타로봇, UIUC와 산학협력하고 있는 점핑 로봇, 계단을 올라가는 바퀴 달린 로봇 터스크봇, 물체 인식과 자율주행을 지원하는 TT-bot 등 스펙트럼도 다양합니다.

여기서 생각해야 할 대목. 네이버는 왜 로봇사랑을 멈추지 않는 것일까. 약간 다른 이야기지만 특정인의 특정행동을 분석하려면 특정인의 상황과, 특정행동으로 인해 특정인이 얻을 수 있는 것을 찾아보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연장선에서 네이버의 로봇사랑을 보면 답은 금방 나옵니다.

▲ 치타로봇, 보스턴 다이내믹스 로봇과 닮았다. 출처=네이버

바로 ‘이동을 통한 데이터 확보’입니다. 9개의 로보틱스를 천천히 보면 대부분 이동과 관련이 있습니다. 실내 자율주행과 전통카트, 스케이드보드까지. 계단을 올라가고 물체 인식을 지원하는 TT-bot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네이버가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요. 당연히 데이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이 로봇들은 네이버가 생활환경지능이라는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통해 구축한 일종의 센서인 셈입니다. 물론 로봇팔 등은 다른 성격이지만, 이는 인공지능과 로봇의 결합을 염두에 둔 장기적 관점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네이버는 M1 공개 당시 자율주행차를 직접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공간 데이터 확보를 통한 카 인포테인먼트 인프라 확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네이버 내비게이션의 등장과 어웨이(AWAY) 개발, 그리고 3D 맵핑 스타트업인 에피폴라 인수를 통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노림수입니다. 네이버는 동선을 원하는 겁니다. 자기 기술을 바탕으로 무언가 이동하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막대한 데이터, 정확히 말하면 패턴입니다.

달리 생각해보면 네이버의 방식은 방향성은 달라도 카카오와 일맥상통하는 구석이 있습니다. 카카오는 하드웨어를 제조하지 않아요. 다만 카카오 I와 같은 인공지능을 스피커, 자동차, 가전제품에 녹아들게 만들어 궁극적으로 카카오톡 온디맨드 플랫폼을 구축하려 합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도, 서비스도 아닙니다. 카카오톡을 중심에 두고 소비자와 판매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전략을 철저하게 온디맨드의 방식으로 풀어가려는 겁니다.

네이버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의미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생활지능서비스와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위한 일종의 센싱이자 플랫폼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핵심은 많은 데이터를 확보해 초연결 시대의 주인이 되는 것. 네이버의 로봇이 대중화되어 수익을 올리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로봇이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완벽하게 녹아들기를 원하는 겁니다.

‘라이프스타일에 녹아드는 것이 대중화가 아니냐?’는 반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이렇게 답하고 싶습니다. ‘지향점이 대중화냐, 아니면 대중화를 통한 생활밀착형 데이터냐에 따라 네이버의 전략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요.

이 둘은 엄밀히 말해 구분돼야 합니다. 인공지능이 발전하고 로봇기술이 진화했을 경우 서비스 핵심이 어디냐에 따라 사업의 패러다임이 변하기 때문입니다. 재미있는 비유를 하자면 포털과 웹툰의 상관관계를 살피면 됩니다. 포털이 초기 작가를 모집해 고료까지 주며 웹툰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는?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서였지, 웹툰 콘텐츠로 장사하려는 게   아니었습니다. 지금이야 모든 콘텐츠 제작자들의 비극이지만, 초기 포털 사업자에게는 신의 한 수였죠. 네이버의 로봇산업도 비슷합니다. 로봇으로 장사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데이터를 얻고 자신들의 생태계를 더욱 강화하려는 포석이 깔려있습니다.

그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네이버의 로봇 방식이 대중화가 아닌 이를 활용한 파생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9종에 이르는 네이버 로봇의 최종 지향점과 더불어 네이버의 진짜 의도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전망입니다.

[IT여담은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소소한 현실, 그리고 생각을 모으고 정리하는 자유로운 코너입니다. 기사로 쓰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 번은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를 편안하게 풀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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