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AFTA가 폐기될 경우, 미국 생산성과 고용 측면에 미칠 영향에 대한 최초의 상세 보고서가 나왔다. 설탕과 전자제품이 다소 좋아지겠지만 국경 지역에 면세 공급 체인을 구축해 온 자동차, 식품, 의류 부문에서의 피해가 이를 상쇄할 것이다.       출처= 로이터 캡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진행돼 온 규제 완화, 법인세 감면에 대한 희망, 기록적인 주가 행진 등은 대기업과 투자자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 그러나 이제는 심각한 충격의 위험이 다가오고 있다. 지난 4반 세기 대륙의 무역을 관할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종말의 위기를 맞은 것이다.

그 동안 이 협정이 붕괴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였기 때문에, 분석가들은 이제서야 그 의미를 평가하기 시작했다. 현재의 분석으로는 이 협정의 붕괴가 모든 산업에 다 재앙은 아니겠지만, 전반적인 경제에 부정의 영향을 미쳐 일부 업종의 주가에 다소의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예측이 제기됐다.

콜로라도의 경제컨설팅 업체인 임팩트이콘(ImpactECON LLC)은 이 문제에 관한 최초의 상세 연구 보고서를 발표하고, NAFTA가 붕괴되면 미국, 캐나다, 멕시코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무역, 투자과 고용이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미국  현지시각) 보도했다.

일부 생산은 멕시코 국경 너머 북쪽(미국)으로 이동하겠지만, 미국은 3년에서 5년 동안 25만6000개의 일자리 순손실로 고통을 받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멕시코도 95만1000개, 캐나다에서도 12만5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됐다.

NAFTA가 아직 죽은 것은 아니다. 협상 재개를 위한 회담은 연말까지 회를 거듭하며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지난 주에 시작해 오는 17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회 차 협상은 이례적으로 논쟁으로 점철되고 있다. 5년마다 재협상을 의무화하는 일몰 조항(sunset caluse)과 무관세 적용을 받을 수 있는 자동차의 부품 원산지 비중 요건을 종전 62.5%에서 85%로 높이는 것 같은 미국의 제안은 멕시코와 캐나다로서는 받을 수 없는 내용이다. 양측의 견해 차가 좁혀지지 않아  양측은 이번 주부터 협상 결렬 위험을 공공연히 말하기 시작했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 장관은 지난 주 “우리는 NAFTA의 파기를 바라지도 않고 그렇게 되리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그렇게 될 개연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도 ‘재앙 수준의 경고’는 가급적 삼가하고 있다. 하버드대의 케네스 로고프 교수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움직임과 비교하면서, “NAFTA의 폐기는 미국의 성장에 아주 작은 영향을 미치는 미니 브렉시트와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영국의 국민 투표 이전의 심각한 예측이 과장된 것으로 나타난 것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임팩트이콘의 보고서는 NAFTA가 폐기될 경우 미국의 GDP는 0.1%남짓 하락할 것이며, 캐나다는 약 0.5%, 멕시코는 약 1%의 하락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협상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폐기되면, 3국은 상대국에 대해 다른 비자유 무역협정 상대국과 맞먹는 관세(미국은 평균 3.5%, 캐나다는 4.2%, 멕시코는 7.5%)를 부과할 것이라고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예상했다.  미국과 캐나다가 NAFTA 이전의 자유무역협정을 유지하기로 합의한다면, 양국간에는 여전히 무관세가 유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브렉시트의 경우, 그 최종 영향은 기간과 조건에 크게 좌우되고 있다. 국민투표가 끝난 지 1년이 더 지난 현재까지도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출구는, 시중에 떠도는 최악의 시나리오보다는 덜 파괴적이라는 측면에서, 브렉시트처럼 협상을 길게 끌고 갈 수도 있다.

또 NAFTA 하에서 구축된 상호 의존성은 NAFTA 그 자체보다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 멕시코는 미국산 옥수수에 9.5%의 관세를 부과할 수도 있지만, 멕시코 소비자들이 미국산 옥수수에 250억 달러나 지불하는 만큼, 가격 올리는 것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멕시코의 전 중앙은행 총재 기예르모 오르티즈는 "NAFTA의 법적 프레임이 공식 폐기되더라도, NAFTA가 만들어 놓은 인프라는 계속 남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그것이 고통 없는 죽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NAFTA 하에서 일부 도시와 회사들이 고통을 겪었듯이, NAFTA 하에서 번성했던 분야와 지역은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다. 텍사스와 같은 국경 주들과 아이오와 같은 농업 위주의 주들은 NAFTA로부터 가장 큰 혜택을 본 수혜자였지만,  NAFTA가 폐기되면 가장 큰 타격에 직면할 것이다.  

임팩트이콘의 보고서는 또 기계 및 화학 분야에서의 생산성과 고용에 약간의 수혜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국경을 너머 부품과 물품의 면세 통과를 기반으로 정교하고 효율적인 공급체인망을 만들어 놓은 자동차, 식품 및 의류 제조사들은 큰 손실을 입을 것으로 보고있다.

이 부문에서는 약간의 관세가 회복돼도 피해가 클 것이다. 미국 자동차 정책위원회(National Automotive Policy Council)는 NAFTA가 폐기되면 미국 관련 기업에 "100억달러의 세금이 부과될 것이며 자동차 부품 제조사는 일자리가 5만개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브렉시트는 영국을 경기 후퇴로 즉각적으로 몰아 넣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공급 제한이나, 근로자 생산성 증가 둔화, 미래의 규칙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투자 냉각, 투표 이후 파운드의 하락에 따른 인플레이션 상승과 같은 장기적 문제가 생기는 것을 보고 있다. 유사한 맥락에서, 경제학자들은 NAFTA의 폐기가 미국 경제에 가져 올 숫자로 헤아릴 수 없는, 느리게 움직이는 피해에 대해 경고한다.

NAFTA의 붕괴는 또 국제 자유무역 체제에 대한 미국의 지지에 대해 더 큰 의구심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 디시젼이코노믹스(Decision Economics Inc)의 수석 경제 전문가인 알렌 시나이는 "NAFTA의 죽음과 그것이 상징하는 보호 무역주의 및 무역 전쟁, 즉 위기 의식이 커지면 반드시 주식 시장의 변동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NAFTA에 대한 비평가들도 협정 폐기가 미국을 이롭게 하기 보다는 해롭게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좌파 성향인 경제정책연구소(Economic Policy Institute)의 로버트 스콧은 NAFTA 반대자들이 폭넓게 인용한 2011년 보고서에서, 70만 개의 미국 일자리를 이 협정으로 인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NAFTA를 죽인다고 해서 사라진 일자리가 다 돌아올 수는 없습니다. GM, 포드, 도요타 같은 다국적 기업들은 미국내 생산으로 인한 높은 비용 때문에 생산 공장을 아시아나 유럽으로 이전시킬 수 있지요. 그보다는 차라리 북미 지역에 공장을 두게 하는 것이 낫습니다. 그곳이 멕시코라 할지라도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