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추석 연휴를 전후해

아들과 둘만의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사실 나도 이렇게 긴 휴일들이 펼쳐지니,

나를 찾는 여행이나,

앞으로 가족 해체 과정의 마지막까지 함께 할 아내와의 여행,

이제 기회가 많지 않을 부모님과의 여행이랄지

머릿속에 생각해본 내용은 많이 있었답니다.

그럼에도 아들과 이런 일정을 선뜻 결행한 것은

아들로부터 들은 센 말 때문이었습니다.

얼마전 집에서 아들에게 그렇고 그런 잔소리를 하게 되었지요.

그때 이녀석이 자기는 아이가 아니라며,준비가 된 듯한 말을 쏟아냈습니다.

어릴 때 아빠의 존재가 별로 안느껴졌는데,

왜 어른된 지금에 아빠의 존재나 개입이 많아진다고 생각하게 그러시냐는 겁니다.

그러며 자기로서는 죽을 만큼 힘들었던 중학교 시절에

바쁜 아빠와 거의 말없이 지내며,

‘아빠는 왜 있는거지?돈,회사 위해서만..’

솔직히 그렇게 생각했었다고,

아빠 부재를 원망했었다고 얘기하더군요

내 딴에는 아들과 중요 순간에 같이 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들은 전혀 다르게 기억하고 있더군요.그 낭패감이라니.

그럼에도 변명하지 않고, 무조건 사과했습니다.

그리고 만사 제쳐 놓고,이번 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3일간을 계속 붙어 지내다보니 아들의 참 많은 것이 보이더군요.

같은 집에서 살아온 내 아들인가 할 정도로

생활습관,사고방식등이 나와는 참 많이 달랐습니다.

그간 내가 못 보아왔던 겁니다.

결국 나는 그 아이가 필요로 하는 것은 물론,

속마음을 거의 생각하지 않고, 껍데기만 보아온 거였지요.

밤에 숲속을 혼자 걸었는데, 정말 숲속에 길이 있길 진심으로 바랬습니다.

부모가 된다는 것,제대로 부모 역할 하는 것..

울진 근처 불영 계곡, 동해 근처 무릉 계곡에 왜 그리 물이 많던지요?

그건 바로 그쪽 산이 높고, 깊어 그런 것 아니었을까요?

마찬가지로 아들과 이렇게 높고,깊게 사연이 쌓일수록,

더 친밀해지고, 다음이 있을 것이라고 위안삼고 싶어졌습니다.

돌아 올 때 나도, 아들도 마음이 많이 가벼워졌습니다.

이번 여정이 취업으로 바빠질 아들과의 마지막 여행이라 생각했었는데,

아들에게 다시 여행 애프터를 요청해야겠습니다.

 

필자는 삼성과 한솔에서 홍보 업무를 했으며, 현재는 기업의 자문역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중년의 일원으로 일상에서 느끼는 따뜻함을 담담한 문장에 실어서, 주1회씩 '오화통' 제하로 지인들과 통신하여 왔습니다. '오화통'은 '화요일에 보내는 통신/오! 화통한 삶이여!'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필자는 SNS시대에 걸맞는 짧은 글로, 중장년이 공감할 수 있는 여운이 있는 글을 써나가겠다고 칼럼 연재의 포부를 밝혔습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이코노믹 리뷰> 칼럼 코너는 경제인들의 수필도 적극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