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32회 G30 국제 은행 세미나에 참석한 은행 지도자들. 왼쪽부터 비토르 콘스탄시오 ECB 부총재, 저우 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 총재, 제이콥 프렌켈 JP모건 체이스 인터내셔날 회장, 타르만 샨무가라트남 싱가포르 부총리 겸 경제장관,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 중앙은행 총재.   출처= WSJ 캡처

세계 중앙은행 지도자들이, 글로벌 경제의 반등에도 낮은 임금과 소비자물가 탓에 통화부양책의 조기 철회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DC에서 열린 제32회 G30 국제 은행 세미나에 참석한 은행 관리들이, 주요 선진국의 부진한 인플레이션이 통화 완화라는 위기후 정책을  더 연장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글로벌 경제의 광범위한 호전에도 임금과 소비자 물가가 여전히 낮은 상태여서 통화부양책의 조기 철회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우려는 지난 주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의 가을 회합에서 있은 전반적인 낙관적 인 분위기와는 대조된다.  그들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거의 10년이 지났지만 아직 세계 경제를 정상화 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 전망이 밝아짐에 따라 많은 중앙 은행들이 경기 부양 정책을 축소하기 위한 조치들을 성급하게 내놓기 시작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중앙은행격인 연방준비제도(FRB)는 지난 2년 동안 서서히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은 이제야 비로소 통화부양책을 완화할 수 있는 시점에 다가서고 있을 뿐이고, 일본중앙은행은 아직 완화할 시점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3개 중앙은행 관계자는 모두 물가상승률이 너무 낮아서 빨리 움직일 수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재닛 옐렌 미국 Fed 의장은 Fed가 기준금리를 서서히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지만, 인플레이션이 그 계획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신중히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옐런 의장은 “향후 몇 년 동안 미국 경제의 성장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Fed의 벤치마크라 할 수 있는 연방기금금리의 점진적인 인상이 적절하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이에 대해 미국 언론들은 옐런 의장이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오는 12월12~13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통해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Fed는 물가승상률 부진 우려를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옐런은 “올해 미국 경제에서 가장 큰 충격은 저물가였다”면서 "물가 압박 요인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일자리 시장은 여전히 호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기준 실업률은 완전고용 수준인 4.2%를 나타냈다. 그러나 물가상승률은 2012년 이래 연준의 목표치 2%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 8월 전년 동월 대비 물가상승률은 1.3%에 그쳤다.

Fed는  9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해 한 차례, 내년에 세 차례 더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Fed는 2015년 12월 이후 네 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했으며, 이번 달부터 금융 위기 이후 장기 금리를 인하하고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매입한 채권 포트폴리오를 축소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Fed 기준 금리(1% ~ 1.25%)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낮아 여전히 경기 부양책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국자들은 향후 금리 인상의 길은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미국의 소비자 물가는  여전히 2%의 목표를 훨씬 밑돌고 있다. 옐런 의장은 미국의 저물가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노동 시장이 더욱 강세를 보이면 내년에는 인플레이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IMF는 지난 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과 후내년 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6%와 3.7%로 상향했다.  기존 전망치는 모두 3.2%였다.  IMF는 선진국의 인플레이션을 감안할 때 회복이 "완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IMF는 선진국의 인플레이션이 향후 2년 동안 1.7%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목표로 하는 2%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ECB의 장 클로드 트리셰 전(前) 총재는 "관리들과 경제학자들을 당황하게 만든 부진한 인플레이션은 과거에는 그렇게 관측하지 못한 것"이라면서 "주요 선진국 중앙 은행의 의사 결정을 상당히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옐런 의장의 지적대로, 노동 시장이 회복될 여지가 아직 남아 있고,   가계와 기업들이 과거보다는 낮은 물가 상승을 예상하고 있는 것이 물가 인상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또 기술의 발달에 따른 온라인 쇼핑의 엄청난 성장과 같은, 세계 경제의 광범위한 변화도 선진국의 인플레이션이 억제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비토르 콘스탄시오 ECB 부총재 같은 사람은, 노동 시장 개선과 인플레이션 상승과의 연계성이 최근 크게 약화되었기 때문에, 당국이 통화 완화 정책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은 9월에 1.5% 수준을 보였지만, ECB는 식품 가격과 유가의 약세로 내년 초에는 1%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콘스탄시오 부총재는 "CB의 만기 자산 재투자 정책은  추가 통보가 있을 때까지는 계속 될 것"이라면서 "그것이 중앙은행이 해야 할 ‘중요한 요소’"고 강조했다.

ECB는 당초 매월 600억 유로의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축소할 계획을 이번 달에 발표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그 발표가 지연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의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도, 경제 성장에도  약한 인플레이션이 중앙은행의 통화 팽창 정책을 연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행은 가장 빠른 시간에 물가안정 목표를 달성한다는 관점을 유지할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통화 완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 목표 달성은 아직 멀었다"고 덧붙였다.

신선 식품을 제외한 일본의 소비자 물가는 7월 0.5%에서 8월에는 0.7%로 상승했다.

구로다 총재는 일본 회사들은 위기 상황에서 임금 삭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제가 호전되는 현재에도 임금 인상을 하지 않음으로써 물가 인상 압력을 원천적으로 없앴다고 지적했다. 마찬가지로 안정적인 고용을 중요시하는 근로자 측도 임금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적다고 말했다.

일본은행은 10년 만기 국채 금리를 0%로 유지하는 장기 금리 목표로 세우기 시작한 2016년 9 월부터 통화 정책을 극단적으로 완화시켜 왔다.

저금리 기간이 길어지면서 투자자들이 자산 가격을 올리면 위험 부담이 너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구로다 총재는 "시장 참여자들이 현실에 안주하고 가격 인상 위험을 무릅쓰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은행의 어거스틴 카스텐스 총재는 "선진국 밖에서 수익률을 찾는 투자자들에게 신흥시장의 자산 가격이 너무 높게 형성돼 있다”면서 "따라서 미국 금리가 예상 밖으로 상승하면 신흥시장 자산 가격이 크게 요동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앙은행들은 지금까지 의도를 분명히 전달했지만, 어떤 시점에서 시장은 중앙은행이 의도했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상황을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옐런 의장은 이보다는 좀 더 낙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는 “현재 자산 평가는 과거의 관점에서 보면 높은 편"이라면서  “이는 예측 가능한 미래에는 10년 전보다 금리가 더 낮을 것이라는 ‘뉴 노멀’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반영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 ‘새로운 금융 위기의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