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원유수입증가와 이란 핵협정을 둘러싼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고조 등으로 국제 유가가 올랐다. 한 주간 미국산 원유는 4% 이상 상승하는 강세를 보였다. 긴장이 지속된다면 유가상승은 타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3일(현지시간) 선물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 벤치마크 원유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1월 인도분은 전날에 비해 1.7%(85센트) 오른 배럴당 51.4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WTI는 주간으로 4.4% 올랐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글로벌 기준유인 북해산브렌트유 12월 인도분은 전날에 비해 1.6%(92센트) 상승한 57.17달러로 장을 끝냈다. 브렌트유는 주간으로 2.8% 올랐다.

이날 두 유종 종가는 모두 지난달 29일 이후 최고이며 주간 상승률도 지난달 15일 이후 가장 높았다.

미국 금융 시장 전문 매체인 마켓워치는 유가는 중국의 수입이 역대 2번째를 기록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핵 합의 준수를 인증하지 않으면서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이란의 핵협정 준수를 인증하지 않는다고 밝히는 등 포괄적 대인란 전략을 발표했다. 전략에는 이란 정예군인 혁명수비대(IRGC)와 연계된 개인과 기업에 대한 새로운 경제제재를 포함, 이란의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과 테러활동 지원에 맞선 '전투적 해법' 등이 담겼다

미국 의회는 60일 안에 이란에 대한 제재 재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기존 이란 핵합의에 따르면 2020년에 이란의 무기수출 금지가 풀리고 2031년에는 모든 핵 제약이 풀리게 돼 있다. 미국은 2015년 7월 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독일 등이 참여한 가운데 이란이 핵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미국 등 서방국가가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단계적으로 해제하는 내용의 JCPOA(포괄적 공동계획)에 합의했다.

이는 그동안 경고해온 ‘파기선언’보다는 후퇴한 것이긴 하지만 이란발 추가 핵위기 촉발 등 만만치 않은 파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지속할 경우 이란의 원유수출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며 그 결과 원유시장의 공급과잉이 해소되면서 유가가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또한 쿠르드자치족의 독립투표 이후 쿠르드자치족과 이라크간 긴장, 터키의 위협도 유가상승을 도왔다. 쿠르드산 원유는 송유관을 통해 터키의 항구로 이송된 뒤 하루 50만배럴 정도 수출되는데 터키는 이 송유관을 폐쇄하겠다고 위협해왔다.

중국의 원유 수입량 증가도 유가 상승에 힘을 보탰다. 9월 중국의 원유수입량은 하루 100만배럴 증가한 하루 900만 배럴을 기록했다. 올들어 9월 말까지 중구의 평균 원유 수입량은 하루 850만배럴로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 지위를 확인했다.

니코 판텔리스 세큘러인벤스터 조사부문 대표는 마켓워치에 “이는 중국 경제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활력이 있든지, 중국 정부가 유가가 바닥을 친 것으로 보고 사재기를 하든지 둘 중 하나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9월 산유량이 전달에 비해 약 9만배럴 증가한 3275만배럴이라고 발표하면서 올해와 내년 원유 수요 전망치를 상향조정해 유가상승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유전정보 서비스 업체인 베이커휴즈는 지난주 기준 가동 중인 원유채굴기 숫자가 5개 준 743개라고 발표한 것도 유가 전망을 밝게했다. 원유 채굴기가 숫자가 줄면 그만큼 원유생산과 원유공급이 줄어든다는 뜻이어서 유가엔 호재가 된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내년으로 계획한 기업공개(IPO)를 보류할 수도 있다고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한 이후 유가 상승폭은 줄었다. FT는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 아람코가 IPO가 아닌 사적 경로로 아람코의 주식을 매각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라이스퓨처스그룹의 수석 시장 분석가인 필 플린은 "이란 핵협정 결정을 다시 의회에 손에 떠넘기면서 이란 측의 즉각 반응과 유가 급상승 우려는 줄었다"고 진단했다. 플린은 이어 "아람코가 상장을 보류한다면 유가를 올릴 인센티브가 없을 수도 있다는 일각의 우려가 있지만 사적 경로로 주식 매각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좋은 값을 받기 위해서는 유가가 높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