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번째 선악과, 90.9×60.6㎝ Oil on canvas, 2011

 

얇은 붓질을 여러 번 반복해서 그림으로 사과의 표피를 최대한 현실에 가깝게 표현한다. 단순한 색의 모습인줄 알았던 사과를 한껏 자세히 쳐다보면 수많은 색의 변화와 면의 구성들이 보인다. 때로는 바닥에 놓여 비닐에 싸여있기도 하고 보자기에 감추어 져 있기도 하고 물속에 담겨 예전에 작업했던 공주의 눈물이 되기도 하고 일그러짐을 표현했던 투영의 한 작품이 되기도 한다.

 

▲ 53.0×33.4㎝

 

이러한 여러 방법을 통해서 단순할 수 있는 사과를 다양한 변화를 가질 수 있도록 여러 모습으로 연출하고자 한 나의 의도는 조금은 성공했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내가 작업하는 것은 표피에 관한 것이다. 그 사과의 표피 속에는 어떤 것이 들어있는지는 표현도 되어있지 않을뿐더러 ‘이속은 이렇다!’ 라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벌레를 품었는지 달콤함을 품고 있는지….

 

▲ 72.2×50.0㎝

 

우리는 이러한 표피만을 가지고 이성적인 판단에 근거를 둔다. 사람의 외모, 집, 소설의 해피엔딩, 화려한 옷차림….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화려한 겉과 속 등 이런 보이지 않는 이중성에 대해서는 전혀 논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판단의 것은 작가의 몫이 아니다.

 

▲ 90.9×60.6㎝

 

단지 사과의 싱그러움과 현실적인 색감만을 보고 잘 그려졌다는 판단도 투영한 유리에 비춰 일그러짐에 대한 의미 도 모두 관객의 몫이며 이런 이중성은 나의 자유이며 방종이다. 이렇게 다양한 의미 중에서 하나에 얽매이지 않음으로써 대중의 다양한 해석을 이끌어 내고자 하는 것이다. 나는 표피만을 그릴 뿐이다!

△글=김호성(ARTIST KIM HO SEONG, 金虎聖)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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