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계, 구두, 안경은 남자 자존심이기도 해요. 여자들이 가방에 큰돈을 들이는 것과 같죠. 남자들끼리 신경전 없을 것 같아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회식에서 신발 벗는 곳에 들어가면서 남자들끼리도 어디 브랜드의 구두를 신었는지 보는 등 은근히 신경이 쓰이죠. 저는 안경에도 투자를 해요. 지금 쓴 안경이 몽블랑 제품인데요. 50만원대에 구입했고요. 그만큼 오래 쓰고 정말 편합니다. 저가 브랜드를 썼을 때와 비교해 착용감이 달라 그만큼의 값어치를 한다고 생각해요. 보여지는 것이라 사람들이 브랜드를 알아봐주면 더 좋고요. 자기만족이 가장 큰 게, 명품 구입 이유임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불경기에도 다른 지출은 줄여도 내가 원하는 가치에는 투자하는 편이고 더욱 갈망하게 됩니다. 당연히 돈이 있는 ‘금수저’들은 원래 그래왔던 것처럼 명품을 사겠지만요.   

직장인 김영식(38세) 씨의 애기다. 명품의 인기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오히려  불경기 일수록 더하다. 온라인 쇼핑을 통해 가치소비 등을 외치며 좀 더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찾는 사람들이 많지만, 여전히 비싼 가격을 주고 명품 브랜드를 구매하는 데에도 주저함이 없는 소비 양극화가 뚜렷해 보인다.

명품 브랜드 회사의 실적도 좋다. 영국의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는 올해 3분기 104억유로(약 13조9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12% 늘어난 것이다. 시계·보석 및 유통은 14%, 패션·가죽 제품 매출이 13% 증가했다.  1~3분기 누적 매출 역시 전년 동기에 비해 12%(310억 유로) 늘어났다.

쇼핑 형태가 변화하면서 백화점을 찾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현상으로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위기론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그런데 주목할 만 한 점은 백화점 명품 매출 만큼은 계속해서 증가 추세라는 것이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명품 시계와 주얼리 매출은 매년 20% 안팎의 신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명품 브랜드 매출 신장률은 2015년 19.7%, 2016년 21.4%, 올해 상반기 22.2%를 기록하는 등 불경기가 무색하게 실적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전체 백화점 매출 신장률이 2015년 0%, 2016년 10.6%, 2017년 6.6%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 한 수치다.

명품 브랜드 관계자는 “남성들이 명품 시계를 패션의 아이템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젊은 층도 고가의 시계 구입 비율이 높아졌다”라면서 “일부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명품 시계를 재테크 수단으로 2~3개 이상씩 보유하고 있고, 과거 예물로 사는 것과는 개념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의 명품 패션 매출은 전년 대비 2015년 18.1%, 2016년 13.8% 올랐다. 올해 1~9월은 10% 가량 증가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명품 매출은 전년 대비 2015년 8.4%, 2016년 8.8%, 올해 1~9월 9.8% 올랐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1~8월까지 20.6% 증가하는 등 큰 폭으로 성장했다. 주요 백화점의 전체 매출이 1%대 혹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인 수치다.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으로 신규면세점들이 특히 큰 위기를 맞은 가운데, 해외 명품 브랜드 유치에 힘쓴 신세계면세점의 성장이 눈에 띈다. 열심히 명품 브랜드 유치에 힘 쓴 덕분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의 3분기 예상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0.7% 오른 1조87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2.3% 증가한 504억원으로 추정된다. 면세점 사업을 담당하는 신세계DF 역시 올 3분기 약 2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흑자전환이 예상된다.

신세계면세점이  괄목할 만 한 성과를 낸 것은 해외 명품들을 입점시키면서 상품 구성을 다양화했기 때문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루이비통, 디올, 펜디 등 주요 명품 브랜드들이 속속 입점하며 매출액이 크게 늘었고, 샤넬과 에르메스 등도 입점이 확정되면 시내 면세점 중 유일하게 3대 브랜드를 모두 갖추게 되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명품 브랜드 업계 관계자는 “명품에 대한 것은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고유한 가치가 있고, 이것을 높게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가치에 중점을 두는 소비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