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에 의자를 놓으면 망한다’는 리테일 부동산 업계에서 통용되던 이야기가 옛 말이 됐다. 최근 개발되는 쇼핑몰들이 유휴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방식으로 고객의 발길을 잡고 있다.

현재 활발하게 리뉴얼 작업이 진행되는 서울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IFC)몰의 경우도 이 같은 트랜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IFC몰은 지난해 11월 오피스 빌딩인 IFC 3개동, 콘래드서울 호텔과 함께 세계 최대 상업용 부동산운용사 중 하나인 캐나다계 브룩필드 프로퍼티파트너스에 매각됐다.

▲ 서울 여의도 소재 IFC몰의 모습. 사진=이코노믹리뷰 이윤희기자

당초 IFC 서울은 서울시와 AIG글로벌부동산이 기획·개발한 프로젝트로 사무용 빌딩 3개와 3개층 규모의 IFC몰, 객실 434개를 보유한 5성급 호텔인 '콘래드 서울'로 구성된다. 그동안 AIG글로벌부동산이 운영하는 펀드가 소유하고 있었다.

IFC몰의 리뉴얼 사업은 ‘새 주인’을 맞아 하는 것은 아니고 통상적인 5년의 임대차 계약 만료 시기에 따른 것이란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오피스빌딩인 IFC1의 2011년 완공에 이어 2012년에 IFC몰은 IFC2, IFC3 등과 함께 차례로 개장했다.

IFC몰은 개장 당시 서울의 대표적인 오피스 지역 여의도의 오피스빌딩에 딸린 리테일 시설로는 규모나 입점업체 등에서 파격적이라는 평을 들었다. IFC몰은 지하 3개층, 연면적 7만6021㎡, 영업 면적 3만9420㎡에 달하는 복합 상업시설이다. 쇼핑몰이 위치한 여의도역 인근은 원래 직장인을 주로 상대하고 주말과 휴일의 유입량이 급격히 떨어져 주 5일 영업권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IFC몰은 개장과 동시에 국내 최초로 오픈하는 미국 의류 브랜드 ‘홀리스터’를 비롯해‘H&M’, ‘자라’, ‘유니클로 등 국내외 주요 SPA(패스트패션) 브랜드, 영화관과 맛집, 대형서점 등을 유치해 관심을 모았다.

▲ 폐점을 알리는 IFC몰 입점업체의 안내문이 붙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이윤희기자

이 쇼핑몰은 하루 90만명이 이용하는 지하철 5호선, 9호선이 바로 연결되고 IFC 등 직장인만 2만명이 상주해 유동인구와 상주인구를 모두 잡을 수 있었다. 서울의 대표 금융 중심지로 소득이 높은 직장인을 타겟으로 해 객단가도 높은 상권이었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리뉴얼 작업에서 두드러진 것도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를 유치하고 유휴공간을 활용하는 등 새로운 리테일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H&M 매장은 문을 닫지만 '자라홈'과 '무인양품', 드럭스토어 '부츠' 등이 새로 입점하는 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저가 이미지가 강한 H&M의 경우 아직 계약기간이 남았지만 IFC와 H&M, 양사가 합의를 통해 폐점을 결정하고 H&M 그룹의 고가브랜드 ‘코스(COS)’ 입점 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안혜주 IFC몰 전무는 “카드사 데이터 등으로 통해 입점사를 분석한 결과, 고급 이미지를 가진 마시모두띠 등의 SPA브랜드는 여전히 매출이 높았다. 특히 고객들이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 홈브랜드와 다양한 새로운 맛집를 유치하는 등 이를 반영했다”고 말했다.

쇼핑몰 내에서도 특히 매출이 높았던 F&B 코너의 맛집들에도 세대교체가 일어났다. 11월 새로 IFC몰 입점을 앞두고 있는 태국 요리 전문점 ‘콘타이’의 강희석 대표는 “여의도의 대형 오피스 리테일 시설인 IFC몰은 누구나 입점하고 싶은 곳이다. 이만큼 입지가 좋은 곳도 드물어 입점 결정이 쉬웠다”고 말했다.

안혜주 IFC몰 전무는 “또한 목적성 소비를 위한 방문이 주가 아닌 쇼핑몰인만큼 쉴 공간도 충분히 제공하기로 결정했다”면서 “고객이 오랫동안 머무르고 즐기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통업계에서는 쇼핑몰 내에 매출보다 집객을 위한 공간들을 마련하는 것이 흔해졌다. 늘어나는 온라인 쇼핑에 대항하기 위해 소비자들을 위한 체험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의 운영권을 인수한 신세계프라퍼티는 60억원을 들여 무료 도서관인 '별마당 도서관'을 오픈했고 롯데마트는 서울양평점의 1층을 모두 고객을 위한 휴식공간인 '어반포레스트'(Urban 4 rest)'에 내줬다. 

글로벌 부동산자문사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김성순 전무는 “백화점이 목적성 쇼핑몰이라면 현재의 대형 쇼핑몰들은 방문 자체가 체험과 엔터테인먼트가 되는 ‘몰링(malling)’이 중요하다.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란 인식이 생겨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IFC 인근에 또 하나의 대형 쇼핑몰 시설이 공사에 들어갔다. 바로 맞은편 2020년 완공 예정인 파크원도 연면적 18만1722㎡로, IFC리테일 공간의 두 배 크기에 달하는 리테일 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여의도 파크원 3개 건물 가운데 리테일동의 운영은 현대백화점이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