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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창섭 교수의 해부학적 삶] 쉼의 의미일과 쉼이 하나로 조화 이루는 아름다운 삶이기를
엄창섭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7.10.13  18:27:58
   
 

한가위 전후의 긴 연휴(連休)가 지났다. 연휴는 단어 그대로 휴일이 연이어 있는 것을 말한다. 휴일은 국어사전에 ‘일을 하지 않고 쉬는 날’이라 되어 있다. 쉬라고 있었던 연휴인데 필자는 잘 쉬었나 생각해 본다.

‘쉬다’라는 단어는 여러 뜻으로 사용되지만 두 가지 의미가 마음에 걸린다. 휴일에서와 같이 ‘피로를 풀려고 몸을 편안히 둔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단어가 ‘공기를 들이마셨다가 내보내는 과정’을 표현하는 ‘숨을 쉬다’ 혹은 ‘숨 쉬다’에서 똑같이 사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생명체든 살아 있는 동안 숨을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숨을 쉰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이고, 숨 쉬기를 하지 않는다면 죽었다는 의미가 된다. 이런 면에서 보면 숨을 쉬는 행위는 삶을 위한 적극적인 행동이라 할 것이다. 숨이 그러한 것이라면 같은 단어를 사용하는 휴식에서의 쉼 또한 살아가기 위해 멈출 수 없는 것이고 능동적인 행위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숨 쉬는 것부터 살펴보자. 숨 쉬기는 공기가 허파 속으로 들어오는 ‘들숨’과, 허파로부터 공기가 몸 밖으로 나가는 ‘날숨’이 연이어 일어나는 현상이다.

들숨은 가슴 안과 배 안을 가르는 가로막이라는 근육이 수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가로막이 수축하면 가로막이 아래로 당겨지고, 가슴공간이 커지면서 가슴 안의 압력이 낮아져 압력이 높은 외부로부터 공기가 흘러들어온다.

날숨은 들어온 공기 때문에 팽창했던 허파벽 속에 들어있는 탄력섬유의 탄력되튐(Elastic Recoil) 현상 때문에 일어난다. 쉽게 말하면 당겨졌던 탄력섬유가 원래의 길이로 줄어들면서 허파를 짜서 속의 공기를 밀어내는 것이다. 아무 일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이는 숨 쉬기는 실제로는 가로막의 적극적인 수축과 자신의 길이를 지키려는 탄력섬유가 열심히 일을 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인 것이다.

두 번째로 잠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사람은 살아 있는 동안 약 1/3을 자면서 보낸다. 이렇게 오래 자는데 잠을 좀 적게 잔다고 문제가 될까 싶다. 그러나 어떤 사정으로든 잠을 자지 않고 밤을 새본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잠을 자지 못하면 생활에 여러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잘 안다.

잠은 렘수면과 비렘수면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렘수면은 낮은 깊이의 잠이다. 비렘수면은 깊은 잠에 빠진 상태인데,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깊은 잠을 자고 있는 동안 우리 몸은 뇌에 축적된 노폐물을 제거한다. 노폐물이 제거되어야만 누적된 피로가 풀리고 원기가 회복된다. 일을 하다 보면 쓰레기가 생기기 마련이다. 일을 하면서 정리까지 같이 하면 좋겠지만, 일의 흐름을 끊지 않으려면 중간에 쉬는 시간을 내어 쓰레기를 정리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우리 몸의 잠은 바로 그런 청소시간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또 신경세포는 우리가 삶 속에서 받아들이는 자극이나 새로 학습한 것에 따라 쉴 새 없이 변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가소성(Plasticity)이라 한다. 예를 들자면 신경세포에 새로운 가지가 돋아나거나 가지의 형태가 변하기도 하고, 세포 사이에 새로운 연접이 만들어지거나 있던 연접이 없어지기도 한다. 이런 가소성 역시 깊은 잠을 자고 있는 동안에 주로 일어난다.

또 잠 자는 동안에는 뇌를 사용하는 데 필요한 신경전달물질이 왕성하게 합성된다. 이런 현상들이 수면 중에 일어나는 이유는 마치 우리가 기계를 수리하거나 새로운 장비를 시스템에 연결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기계를 멈추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렇게 살펴보니 잠 자는 것 또한 단순히 쉬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잠은 깨어났을 때 몸이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열심히 뇌를 청소하고, 학습한 것을 정리해 뇌를 고치고, 뇌를 사용하는 데 필요한 물질을 만들어내는 일을 하는 시간이다.

하나만 더 살펴보자. 사람이 생애주기를 따라 살아가듯 몸을 구성하는 세포도 일정한 변화를 겪으며 살아가는데 이를 세포주기(Cell Cycle)라 한다.

세포분열은 하나의 세포가 나뉘어져 두 개의 딸세포가 만들어지는 즉, 새로운 생명이 탄생되는 극적인 현상으로 사람의 출생과 사망에 견줄 만한 사건이다. 세포분열과 다음 세포분열 사이의 시기를 ‘사이기’라고 부르는데, 예전에는 ‘휴지기(休止期)’라고 했다. 세포가 일을 멈추고 쉬는 기간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휴지기 동안 세포는 정말 아무 것도 안 하고 편하게 있을까? 이 시기 동안에 세포는 크기가 커지고, 각 세포는 자신이 있는 간, 콩팥, 췌장 등 장기에 적당하도록 분화하고 독특하고 전문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그리고 다음 세포분열을 위해 DNA와 염색체를 복제하는 일도 이 시기에 일어난다. 그러니까 이름과는 달리 세포의 생애 중에서 가장 열심히 일을 하는 시기가 바로 휴지기인 것이다.

우리 몸 속에서 일어나는 비슷한 현상을 더할 수는 있겠지만 숨 쉬기, 잠 자기, 휴지기만으로도 쉼이라는 의미를 정리하는 데 부족하지 않을 것 같다. 이들 세 가지 현상을 보면 우리 몸의 ‘쉼’은 국어사전에서 말하는 ‘일을 하지 않고 쉬는’ 그런 의미의 쉼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생명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숨 쉬기),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해 뇌를 청소하고 정비하고(잠자기), 더 멋지고 아름다운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휴지기) 의미가 속에 담겨 있다.

우리 삶이 이랬으면 한다. 개인의 차원이나 사회구성원으로서도 잘 쉬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 일과 쉼이 하나로 멋진 조화를 이루어 만들어내는 그런 삶이 얼마나 아름다울지 생각하니 앞으로는 정말 잘 쉬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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